어느 대나무 숲 이야기
그 아이가 감정을 토로하는 순간순간 매번 최선을 다하여 그 자리에 머물러 같은 에코를 만들곤 하였다. 정말? 그랬구나,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말도 안 돼. 울림들을 늘 일방향이었다. 반향이 시작되는 지점은 늘 동일하였다. 그 반향이 닿는 위치 또한 매번 비슷한 언저리였던 듯하다. 그래서 더 슬펐던 게 아닐까. 그렇게 오늘도 내 감정의 결을 매만져 본다.
구태여 관심을 구걸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단 한 발짝 심적인 거리를 좁혔다는 이유로 그렇게 연락이 끊어졌다. 지금의 내 처지 때문인가. 이리저리 뻗쳐있는 내 삶의 잔가지들이 보기 싫어서인가. 내가 아마 여느 30대들 보다 가진 게 적지는 않을진대, 다만 조금이라도 상냥하고 겸손한 사람이고 싶어 그저 친절한 나를 연기하였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너는 사라졌다. 그래서 그냥 두기로 하였다. 지금도 내 마음은 변치 않았다던지, 덕분에 나 홀로 아프다던지, 그러하다던지- 그런 저런 이유로 구태여 관심을 구걸하고 싶지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건 개소리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과거 따윈 없어야 한다. 사랑을 위하여 이별이 있어야 한다면 너도 나도 이 세상 빛을 보지 못하였으리라. 요상한 사랑의 역설들에 시비를 걸어본다. 서로의 몸과 마음을 탐하다 닳아 없어진다면 그건 감내할 만하다. 어느 누가 그러더라. 목련 꽃도 시발 시발 같더라고. 본래는 사발이라 적혀있는 시구가 계속 시발로 읽히더라고. 삶의 본질이 허무라면 사랑의 본질은 분명 오해일 것만 같아, 한참을 사발 사발 시구를 소리 내어 읽다 결국엔, 오늘도 이렇게 너의 마지막 알리바이를 꺼내 읽는다.
차가울 거면 함께 차갑고 뜨거울 거면 함께 뜨거웠으면 참 좋았을 텐데. 서로를 오해하고 오독하고, 때론 고쳐 읽다 이 투박한 글짓기에 허무한 끝맺음을 해버렸다. 안녕이라고 말도 못 하고. 마음에 없는 말로 멋있는 척, 서로를 위하는 척, 꿈같은 해후마저도 기대치 말라는 척, 나직이 이야기하곤 그렇게 그림자 뒤로 숨어버렸다. 하필이면 밀양을 지난다. 이미 태양은 자취를 감춘 시각, 난 어디서 일갈을 하면 좋을까. 어디 불이라도 질러버리고 싶다. 세상의 숲이란 숲들 모조리 없어져 버리게.
*일부 표현 들에 대하여 월간 모던포엠 7월호에 실린 글에서 작은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참조 "소통"님의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sotong/222224261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