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톤베리, 꿈의 페스티벌에 가다 #2

글래스톤베리 2017 리뷰

by 서성욱

둘째날인 오늘까지는 본 공연이 열리지 않는 전야제날이다. 공연날이 되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바빠질게 뻔하니 여유있게 둘러보기 위해 조금 일찍 나왔다. 페스티벌 사이트로 나오기 전에 Worthy View 안에 있는 샤워장을 처음으로 이용해봤는데 (글라스토의 열악한 환경에 미리 겁을 먹어서인지는 몰라도) 정말 쾌적했다. 페스티벌에 온수가 콸콸 나오는 샤워장이라니.. 아침에 하는 샤워는 피로회복에도 충분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6인 텐트를 빌리는게 왜 그렇게 비싼가 했는데 (1인 기준 약 20만원), 이제야 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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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동행들을 따라 힐링필드에 가서 요가 체험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파크스테이지 앞에 있는 이 전망대에 들렀다. 나중에 사람 많아지면 올라가는데 한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고 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 전망대의 공식 명칭은 '리본 타워'인데, 여기에 올라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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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경들을 볼 수 있다. 아직 사람들도 없고 쓰레기들도 많이 없어 굉장히 차분한 풍경이다.


여기서 뒤쪽을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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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글래스톤베리 타이포 모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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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더욱 예쁘다.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이상하게 이 시간대에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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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먹은 아침식사. 이번 글라스토의 목표가 공연만큼이나 최대한 다양한 음식들을 많이 먹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이건 2015년 글라스토 축제에서 Best Award를 받은 가게의 햄버거다.


그리고 동행 중 한분의 추천을 받아 New York Brass Band를 보러갔다.

과속스캔들에도 나왔었던 Walking on sunshine

공연날도 아닌 전야제날 아침, 그것도 크기로 보면 겨우 20번째 정도인 스테이지에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와서 공연을 보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브라스는 언제 들어도 분위기 깡패 치트키인 것 같다.


그리고 발길 가는대로 걸으면서 계속 부스들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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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있던 해먹존. 참 편해보였는데 항상 사람들이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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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스토를 축소해 놓은 모형.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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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스토에서는 매일마다 신문을 발행해 이렇게 나눠준다. 마이클 이비스(페스티벌 주최자)의 생각이나 페스티벌에 관한 정보들, 가끔은 시크릿 글라스토의 내용들도 알려준다고 한다. 사실 신문 받아놓고 읽은 기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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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이름 그대로 '행복부'. 여기에 가면 저 노란옷 입은 사람들 10명이 둘러싸서 옴싹달싹 못하게 꼭 안아준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왼쪽에는 외줄타기나 암벽등반, 그리고 버블사커 등을 할 수 있는 체험시설들이 있다.


부스들을 구경하다가 인스타에서 한국 밴드가 목요일 2시에 공연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Toad Hall에 갔다. 밴드 이름은 '비아 트리오'이고, 한국인 글라스토 최초이자 최다(3회) 출연 밴드이다. (사실 잠비나이, 최고은보다 비아 트리오가 더 먼저 공연했다. 왜 안 알려져있는지 조금 의아하다.) 외국 페스티벌에서 한국인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건 또 색달랐다. 연주도 물론 굉장히 좋았고 관객들도 많았다. 우리 3명 말고는 전부 외국인이었다.


운좋게도 공연이 끝나고 이 분들이 우리를 초대해줘서 아티스트 대기실과 숙소들도 둘러볼 수 있었다. 부스에서 맛있는 차도 대접받고 심지어 맥주와 점심도 얻어먹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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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들도 우리와 똑같이 캠핑을 하고 텐트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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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지역의 이름은 그린피스 존이라서, 아티스트들도 이렇게 태양열을 가지고 전기를 공급받으며 따라서 전기 사용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정말 필요한 곳에만 쓸 수 있다고 한다.


이 분들과 헤어지고 나서 이번엔 다른 지역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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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스테이지 근처에서 열렸던 버스킹 느낌의 간이 공연. 이런 공연 조차 퀄리티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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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무대에서는 현대 무용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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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인 키즈 필드에 방문했다. 여기는 말 그대로 아이들을 위한 곳이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이 입장을 못하는 건 아니다. 아이들처럼 흉내를 내거나, 자기가 왜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몸과 마음으로 어필하면 쉽게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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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도 여러 개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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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예쁘게 디자인되어있다.


여기 안에는 심지어 연극 무대도 있다. 5분~10분의 단막극들이 계속해서 상연된다. 애기들이 앞에서 방방 뛰면서 공연을 보는데,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여기에만 있어도 힐링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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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이것저것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부스.


이렇게 다같이 합주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어릴때부터 이런 것들을 경험해본다는게 부러웠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나중에 내가 아이를 낳으면 10살이 되기전에 여기에 꼭 다시 데려올거다.


밖으로 나와보니 길거리 악단들도 계속해서 지나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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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스토는 애초에 NGO 단체인 그린피스, 옥스팸, 워터에이드가 후원하는 페스티벌이고 그 어떤 상업적인 단체의 후원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페스티벌 곳곳에서 이러한 문구와 깃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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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쪽으로 돌아가니 Pedal-powered 친환경 스테이지가 나온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걸어가다가 노래 소리를 듣고 한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어떤 공연을 보러 가도 다들 실력들이 좋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보이스가 매력적이었던 Hattie White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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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여덟시 쯤 다시 메인 스테이지쪽으로 나오니까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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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스타일의 힙합 노래를 하던 스테이지. 리얼 드럼이라 드러머가 정말 힘들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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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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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몇번 온 적이 있었던 아카디아 스테이지에서 metamorphosis 공연을 보러 갔다. 단순히 음악틀고 조명만 쏘는게 아니라 외계인이 침략해서 사람을 납치하고 정복하는 스토리가 있어서 굉장히 볼 만했다. 여기는 일교차가 커서 낮에는 덥다가도 해가 떨어지면 급격히 추워지는데, 저 스테이지에서 불을 뿜을 때마다 따뜻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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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텐트로 돌아오는 길에 본 전경. 실제로 보는건 몇 배 더 멋지다.



밤 9시가 넘은 시각에도 해가 저물까 말까 하는 영국에서, 하루종일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반도 채 구경하지 못했다. 넓다는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체험해보니 그 규모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그냥 맘에 내키는 어디를 가더라도 끝없이 새로운 곳이 펼쳐지고, 그 모든 곳에는 술을 마시고 음악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넓기만 한 게 아니라 부스도 정말 많아 여기를 구석구석 다 보려면 다섯 번은 와야할 것 같다. 정작 공연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페스티벌 부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이미 글래스톤베리를 충분히 즐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런 나의 즐거움은, 이제 내일 밤이면 라디오헤드를 피라미드 스테이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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