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좋은 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인 거야

by 오월

갑작스러운 비가 쏟아졌다.

비가 올 것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큰 천둥소리를 동반할 줄 몰랐던 비였다.


중요한 일정이 있어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움직였다. 평소라면 낮잠도 청하고 여유롭게 움직일 시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하루 종일 시간에 쫓기며 돌아다녔다.

하필 외출해야 하는데 큰 천둥소리가 나를 괴롭게 했다. 그래도 나가야지...

불편함과 무거운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막상 볼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 비가 쏟아졌냐는 듯 맑고 화창했다. 비가 왔다는 사실을 믿어줄 수 있는 건 축축하게 젖은 바닥뿐이었다.


문득 '어디 가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운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분명 처음 시작은 내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행복에 초점을 두었건만 고작 몇 회차 진행했다고 새로운 장소를 가야 한다는 압박에 스스로 걸려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 어디였을까? 지금 새로운 장소를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내 몸이 피곤하다고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도 되는가? 본질을 놓쳐버린 계획은 허울뿐인 계획이었다.


"오늘 어디 카페 가볼까?"

방향성을 잃은 나는 책임을 회피하고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초에 일 끝나고 같이 만날까 이야기를 나누었던 터라 장소 고르는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너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사실,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나는 새로운 곳을 찾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어느 동네에서 만날지 정해주기만 한다면 새로운 카페를 찾아낼 수 있었을 테다. 그런데 별 상관없다며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고 하는데 가뜩이나 무거운 다리가 천근만근 느껴졌다.


한편으로 새로운 곳으로 굳이 가야 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치고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새로운 곳을 방문했지만 손님이 만석일 수도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 평소 컨디션이라면 아무렇지 않을 상황이, 예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너, 혹시 푸딩 좋아해?"

지난주, 집 근처 방문했던 카페가 떠올랐다. 엄마에게도, 다음날 직장에 출근해서도 사람들에게 맛있었다며 동네방네 소문냈던 카페.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나누고픈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지난번 고민에서 밀린 오트말차와 호지푸딩을 주문했다.

그저 그런 반응인가? 하고 걱정했지만 예상보다 잘 먹으니 괜히 뿌듯해졌다.

그래. 좋은 건 함께 나눌 때 더 즐거운 법이지.


때로 내가 가는 길이 막막해 보일 때가 있다.

아니, 자주 그렇다. 이게 과연 맞나? 괜히 망하는 거 아닌가?

최근 나의 생활은 내가 지금껏 겪었던 상황에서도 최악의 상황이다. 밑바닥 같은 지금보다도 더 깊은 밑바닥이 있으리란 걸 알기에 나의 선택 하나하나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초조함에 불안과 걱정을 근접으로 바라보았다. 더 넓은 시야로 보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조금만 시선을 돌린다면, 한 발자국만 옮겨서 본다면, 한 템포 숨 고르기를 하고 본다면 조금 다른 상황을 마주 할 텐데.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좋은 걸 함께 나누었던 오늘처럼,

깜깜한 상황에서 새로운 길이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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