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약국에 없어요
약국에서만 경력 8년 차. 그중 동일한 약국에서만 7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다시 돌아오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코로나 시기, 대략 7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은 실업급여 수당을 받으며 지냈다.
이걸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도 되려나.
코로나가 극심했던 시기라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온갖 방역수칙이 있었던 터라 집 밖을 나갈 수조차 없었기에 다행히 지출이 많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밖에 나갈 수 있었더라면 매일같이 카페로 출퇴근을 했을 것이다.
집에만 있던 시기는 우울했다.
평소 카페나 옷 등 각종 물건이 대부분의 지출을 차지하는 나였지만,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게임에서조차 캐릭터 꾸미기에 혈안이 되어 게임에 돈을 썼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게임에 매달 10만 원을 썼다는 건 평소의 나로서는 할 수 없는 행보였다.
하지만 집 밖에 나갈 수 없다는 우울감은 내 이성을 흐리게 만들었다.
코로나가 점차 잠잠해지고 실업급여가 끝이 났다. 엄마가 지역 신문에서 정보를 얻어 공공근로를 신청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5개월의 기간 동안 집에서 고작 5분 거리에 위치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이어서 새로운 곳에서도 3개월 동안 공공근로를 하게 되었다. 그 3개월의 기간 동안 너무나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근무를 하면서 이렇게 잘 맞는,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직장에서 고작 3개월이란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계약 기간이 마무리될 시기,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가 완화되었다 하지만 아직 구인구직이 활발한 건 아닌데....
'가영아, 너 이제 곧 계약 끝날 때 되지 않았냐?'
주임님의 연락이 도착했다.
두 번째 공공근로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4년 만에 처음 근무했던 약국 주임님께 연락이 도착했다.
대표 약사님이 바뀌었고 휴가도 월별로 쉴 수 있게끔 해주었다며 만약 쉬고 있다면 입사하라는 연락이었다. 하지만 당시 공공근로 시작이라 3개월은 일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그때 이야기는 끝이 났다. 아니, 끝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계약 종료 시기가 되어 다시금 입사 제의 연락이 도착했다.
결국 나는 또다시 약국에 재입사했다. 재 재입사이긴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재입사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란 걸 알았지만 나는 돈이 급했다. 그리고 4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거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표가 바뀌어도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 바뀌지 않으니 나는 4년 전과 같은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후에도 또다시 입사 제의가 들어오긴 했지만 나는 기대를 접어버렸다.
20대 초반의 나의 모습과 20대 후반의 나. 같지만 다른 사람이다. 생각이 달라졌고, 새로운 가치관도 생겨났으며 항상 쩔쩔매던 스무 살의 내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나는 나이가 먹었어도 여전히 "스무 살 애송이"에 지나지 않았다.
이직을 준비하던 과정이라 제의를 거절하고 새로운 직종에서 근무 중이다.
최근 요양보호사를 준비하던 엄마가 어디서 이야기를 듣고 전했다.
"학원에 다른 병원 문전 약국에서 10년인가? 다닌 애가 있는데 어쩌다 이야기가 나와서"
큰 약국들은 다 그런가, 신입은 퇴사할까 봐 쩔쩔매면서 기존 사람들은 막 대한다더라
너 다녔던 곳 페이 적다고 유명하더라
너 힘들게 했던 그 직원 이미 유명하더라
뒷말을 굳이 보태지 않았음에도 이해가 되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왠지 모르게 나의 힘겨움을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친구에게 직장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터놓으면 너무나 말도 안 되는 괴롭힘에 "아니, 그 정도라고? 그 정도면 네가 뭐 잘못한 거 아니야?;" 라며 농담조로 이야기할 정도였다.
원래 진상은 자신이 진상인지 모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 또한 "스흡, 그런가? 하지만 아니야!"라고 친구의 말에 받아친다.
하지만 엄마에게 '유명하더라' 그 말 한마디만 들었을 뿐인데 괜히 울컥했다. 그래, 내가 잘못된 게 아니구나.
어려서 근무를 시작해서 그런지 항상 위축되었다.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더라도 '내가 몰라서 그런 거겠지' 하며 그 말들을 다 받아냈다. 독소 가득한 말은 점차 쌓여 나를 힘들게 했다. 몸도 마음도 점차 곪았다.
일찍 근무를 시작해서 온갖 나쁜 말을 듣다 보면 그 평가를 나 자체로 착각한다. 한껏 낮아진 자존감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꽁꽁 옭아맨다. 다른 곳으로 이직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새로운 곳에서도 똑같은 취급을 당할까 봐.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새로운 곳에서도 일 잘한다는 평을 받았고,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퇴사를 여러 번 했음에도 계속 부른다는 건 그들에게도 본인들의 성격 받아주면서도 일 잘하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숨은 진실이 존재한다.
“있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