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는 농담 삼아 빨리 결혼하겠다며 이야기했었다.
짝꿍도 없으면서 참 용감했다.
처음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막막했는데 혼자가 익숙해지니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중반에는 주변 지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혼자서도 잘 지내는 비혼여성의 삶을 동경했다.
각자의 입장에서 비혼이 좋다, 기혼이 좋다 이렇게 말할 것도 없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경제력이 되었고 혼자라서 외롭다고 하는 이도 없었다.
충분히 자신만의 삶을 즐기고 있었고 자신의 삶을 사랑했기에 나도 자연스레 비혼의 삶을 추구했었다.
20대 후반, 지인들이 급격히 결혼을 많이 했다.
코로나 시국에 무슨 결혼식을 그리도 많이 하는지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나는 받을 수도 없는데 결혼식 경조사비가 만만치 않다며 이야기했다.
결혼식에 방문할 때 지인이 겹쳐 함께 동반하는 '결혼식 멤버'가 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친하게 지내서 그런지 흡사 우리 엄마도 이야기하지 않는 결혼 걱정을 대신해 준다.
"너는 결혼 생각이 있긴 하냐?"
주기적으로 나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워낙 혼자 놀기를 좋아하고 나만의 세계(?)가 확고해서인지 매번 나의 결혼의사를 파악한다.
어쩜 하나같이 나의 연애사를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건지.
대화 종료의 언어는 '너 결혼하면 나 꼭 불러라' 혹은 '너의 결혼 소식 갑자기 전하지 마라'였다.
연애사부터 차근차근 통보하라는 이야기였다.
직장을 다닐 때에도 소개팅을 해준다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듣기도 하고
너무나 당연하게 '언니 남자친구 있는 거 아니었어요?'라는 말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솔로라이프를 다시금 떠올려봤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나와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나.
음.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내 옆에 있는 다른 존재와 맞춰나갈 자신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너 혹시 남자 혐오해..?"
다소 자극적인 워딩에 내 눈이 상당히 커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대방도 아차 싶었는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정정했다.
"아니, 워낙 이성교제라던지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궁금해서. 혹시 싫어하는 건가 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초에 혐오했으면 제가 이 차를 왜 얻어 타요....?"
지인 가족분이 상을 당하셔서 급히 타 지역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남자를 혐오했다면 애초에 남자분이 운전하는 차에 얻어 탈 일이 있으려나..?
워딩이 자극적이었지만 남들 눈에는 내가 이렇게도 비출 수 있겠구나 싶었던 경험이었다.
나는 이 일을 다소 웃긴 해프닝 정도로 여기고 말았다.
"야, 너 남자 좋아하긴 해?"
뭔가 내 이미지가 참 웃기게 돌아가는구나 싶었다.
이런 말을 어쩌다 한번 들었다면 모를까, 몇 번 듣다 보면 진지하게 내 이미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였다.
나는 남들과 연애사를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애초에 없으니까(?) 크게 관심도 없을뿐더러, 둘의 관계에 내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의 일은 둘이 알아서 지지고 볶으며 해결되더라.
굳이 남의 연애사에 내가 판사가 되어서 누가 잘못했니, 잘했니 판가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워낙 혼자 잘 돌아다녀서 그런지 뭔가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라는 말을 들었다.
알아서 잘 놀고 지내는 모습을 보니까 남들이 보기에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나 뭐라나.
사실 남이 보는 나의 이미지 따위 뭐가 중요하겠는가!
만약 내가 연애를 시작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예전에는 당장 나의 감정만을 생각했다.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나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니까. 누군가와 소통하면 조율해 나가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 소모를 요한다.
그렇기에 굳이 내 에너지를 깎아먹어 가며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행위가 불필요하다 여겼다.
사실 이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감정소모를 잘해나갈 자신이 없어서가 맞을 것이다.
예전 생각과 지금 생각의 차이가 있다면 단순히 내 입장만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봤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누군가와 사귄다면?
내가 매일 꼬박꼬박 연락을 지속할 수 있을까?
시시콜콜한 대화를 잘 나눌 수 있을까?
주 몇 회, 함께 할 수 있을까?
나의 감정들과 생각을 상대에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잘해 나갈 자신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도 그다지 있지는 않다.
그냥 마음맞고 뜻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잘 맞는 사람을 내가 노력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나의 철부지 같은 생각으로 연애사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혼자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고 경험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조금 더 누려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