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다니기로 결심했다

심심하지 않냐고요? 나름 재밌는데요?

by 오월

참 희한하다.

분명 우리는 하나의 독립된 개체인데 왜 혼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나는 주변의 시선에 특히나 민감한 편이었고 왕따로 지내는 동안 주변 친구들의 시선을 견디기 무척 힘들어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당시 친구들이 나에게는 상처가 될까 직접 묻지 못하고 나랑 싸웠던 친구에게, 둘이 혹시 싸웠냐며 질문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뒤에서 궁금증을 해결했던 당시 반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가 그 말을 직접 들었다면 수치심에 밤새 몸부림쳤을 테니까.


아무튼.

지금은 혼자 여행도 다니고, 카페에서 시간 보내고 문화생활도 즐기지만 한때 나는 극심한 대인기피증을 앓으면서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고립을 택했다.

지금처럼 배달앱이 상용화되기 이전 전화로 주문하던 시절에도 전화하기 싫어 배달음식을 포기한 적도 있고 고작 1분 거리 슈퍼에 갈 때에도 잠옷 차림으로 외출하는 법이 없었다.

집착 수준으로 외출복으로 풀착장을 하고서야 외출할 수 있었다.

1분 거리 슈퍼마켓 다녀오는데 준비에만 10분 이상을 소요하다니 이 얼마나 불합리한 시간낭비란 말인가..!

타인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지금은 나름 나만의 시간을 잘 사용하는 편이다.

물론 무기력함이 올라올 때에는 하루종일 이불속에서 뒹굴거리기도 하지만


오늘은 어디 카페를 가볼까?

이번에 새로 나온 영화가 재밌다던데 보고 와야지~

화딱지 나니까 뻥 뚫린 바다나 보고 오자...!


즉흥적으로 여행을 다녀오며 복잡했던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물론 가끔은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오랜만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꿔보고 싶기도 하고 수개월 전 기록에 머물러있는 인스타 피드를 채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좋은 시간 보내고 왔다!!" 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하지만 사람마다 지닌 온도가 달라서 즐겁고 설레는 여행길이 계획하기도 전부터 어긋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래서 결국 혼자 여행하는 것을 택했다.

혼자 여행을 다녀오면 주변에서는 친구랑 같이 가지 왜 매번 혼자 가느냐는 질문이 당연한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아쉬울 따름이다.





1. 나라는 존재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분명 어릴 적만 하더라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회에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어려운 숙제가 되어버렸다.

이전에는 분명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변에 워낙 잘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그저 즐기면 되는 일에도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이런 역할을 해주었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오늘 하루는 어땠냐, 친구들과 뭐 하고 놀았냐, 오늘 급식은 어땠냐...

오늘 학교 체육시간에 피구를 했는데 나 혼자 끝까지 살아남아서 내가 마치 게임을 살린 영웅이 된 것 같았다, 고기반찬인 줄 알고 신나서 먹었는데 고기가 아니라 콩고기여서 속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대화의 물꼬는 부모님이 터주셨다. 너무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대화의 과정들을 시간이 흐를수록 민망한 일로 치부해 버렸다. 솔직한 감정표현을 나의 약점을 보이는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친구를 보고 부럽다는 생각과 멋있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자신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던 친구였고 스스로를 잘 알기에 타인을 잘 인정해주기도 하고 무언가 선택을 할 때,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다 할지라도 금방 털어내는 모습이 멋있었다.

그 친구를 보고 느꼈다. 자신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앞으로 선택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는 걸



2. 자유로운 시간 활용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100% 만족스러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의 또 다른 분신이 아닐까?)

만나는 시간, 방문하고자 하는 카페 및 행사, 교통편, 숙박시설...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에 있어서는 서로 취향에 대한 논의가 정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여행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의견을 제대로 펴지 않는다면 겉으로는 좋은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여행길 내내 불편한 감정을 갖고 다닌다면 그게 여행의 참 의미라고 할 수 있을까? 불편한 감정으로 여행을 다니기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친구와 여행을 하면 함께 여행의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지만 자유로운 시간 배치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실 내가 혼자 여행하게 된 계기가 자발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의 비애라고 해야 할까?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학창 시절과는 다르게 서로 여행 일정을 잡는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휴가를 내기 어려운 직장이라 나의 휴가 일정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조율하며 여행 계획을 세우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혼자 가는 여행이 두렵기도 했지만 직장 생활에 피로가 쩌들어 있던 나는 혼자임에도 꼭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첫 여행이라 어려움은 컸지만 가까운 여행지라도 나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고 100% 내가 원하는 곳으로만 다녀올 수 있어서 생각보다 괜찮았던 곳은 더 길게 머물 수 있었고, 짧게 스쳐 지나가도 괜찮은 곳은 간단히 눈으로만 담고 와서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어 좋았다.



3. 진정한 독립성 발휘

독립성을 키우는 데 자취만 한 게 없다고 한다.

내가 자취를 한다면 더 빠르게 독립심을 가지고 나의 생활을 꾸려갈 수 있겠지만 자취러들은 내가 자취하고 싶다는 말에 최대한 자취를 늦게 시작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자취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환경에 의해 자취를 못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독립성을 키울 수 없는 것일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혼자만의 시간을 권하곤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처음으로 혼자 영화관에 방문했을 때 티켓을 발권하는 과정부터 문제가 생겼다.

모바일 어플로 예매를 먼저 진행하고 영화관에 방문했는데 모바일 티켓으로만 바로 입장이 가능한 건지, 아니면 예매한 내용을 바탕으로 무조건 발권을 진행해야 하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방문했더라면 그런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일행에게 물어봤을 것이고 일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나는 소심하고 부끄럽다는 이유로 조용히 누군가 나 대신 일처리 해줄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를 앞둔 시점 나는 혼자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직원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영화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내가 끝까지 부끄럽다며 직원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돈은 돈대로 날리고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관람했던 나는 혼자서 관람하는 영화의 즐거움을 깨달았고 굳이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애써 찾으며 영화를 관람할 필요도 없어졌다.

매니악한 취향을 가졌다 하더라도 주변의 눈치 볼 이유 따위 사라진 것이다.

뭐가 문제인가? 내가 좋아한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에 애써 이유를 갖다 붙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을뿐더러 내가 입 아프게 설득하려 해 봤자 나는 '별난 애'로 불릴 뿐이다.

나는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는 걸 공유할 뿐이고 그걸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 사람의 몫이다.

혼자 여행 다녀와보고 싶다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애인이랑 가지 혼자 궁상맞게 다니냐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내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무릅쓰며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나 같은 소심이가 전국에 나만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정말 부끄럽지만 독특한 카페 문 보면 어떻게 여는지까지 알아보는 사람 나야....)

소심쟁이인 나도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데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내가 솔직히 자랑스럽다. 남들은 잘 못하지만 나는 잘하는 느낌?


관계에 염증이 생겼다고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썩어버리는 것처럼, 순간은 아프더라도 치료하면서 새살이 돋아나는 순간은 필요하니까.

굳이 치료의 과정이 '혼자만의 시간'은 아닐지라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제대로 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사실 이게 한두 번으로 끝내는 게 아니기에 나는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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