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뿐이지^^
모든 직장인들에게 있어, 건드리면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점심시간과 퇴근시간, 그리고 휴가. 최저시급을 간신히 넘긴 급여를 받고 있었지만 워라밸이 나름 잘 지켜지는 약국이라 만족하고 있었다.
처음 입사 후, 나에게는 휴가가 주어지지 않았다.
입사 당시에는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뻤기에, 근로자로서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정보를 묻지 않았다. 급여가 어떻게 책정되는지는 이미 들었고, 대학병원 영업일에 맞추기에 공휴일에는 휴무, 토요일 근무의 경우 돌아가면서 근무한다는 것 정도. 자력으로 처음 취업한 곳이기에 복지에 대한 질문은 하지 못했다. 무슨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 분별한 능력이 없었다.
여름에 입사하여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또다시 여름이 다가왔고 약국에서 직원들끼리 휴가를 언제 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도 휴가 떠나고 싶은데, 괜히 주변 동료분들께 묻지도 못하고 귀동냥으로 이야기를 주워 들었다.
"휴가 언제 갈지 생각했어?"
귀동냥으로 이야기를 흘러 듣던 내게 박쌤이 질문했다.
"저 휴가에 대해 들은 게 없는데, 휴가가 어떻게 돼요?"
앗싸.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박쌤의 대답을 기다렸다.
"6개월 지나면 휴가 생기니까 쓸 수 있을 거야. 안타깝게도 우리의 휴가는 금요일 하루만 쓸 수 있단다."
? 내가 뭘 들었지?
1년 365일.
공휴일과 주말에 쉰다고 좋아했는데 휴가는 단 하루, 금요일 뿐이라니.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물론 휴가를 며칠 얻는다고 해서, 딱히 갈만한 곳이 있는 건 아니다.
졸업을 한 이후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각자 취업을 한 시기, 그 시간 속에서 달라진 교우관계, 애초에 내가 연락을 잘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멀어진 탓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휴가가 단 하루뿐이라니?
금요일에 휴가면 그래도 나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지만 마냥 좋을 수 없었다.
일주일 중 근무강도가 제일 약한 날이 금요일이었으니까. 출근을 하더라도 금요일엔 어차피 병원 예약이 많지 않아 멍 때리며 부수적인 작업을 주로 하는 날이었다.
아쉬움은 컸지만 그렇기에 하루뿐인 휴가가 더욱 소중해졌다.
그래, 일반적으로 약국은 주 6일 근무하는데 여기는 공휴일과 주말 모두 쉬니까 괜찮다는 마음으로 애써 달랬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던 말이 떠오른다.
설레던 나의 첫 휴가, 난생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한 것 같지만 당시 스무 살이던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다.
혼자서 그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하던 내가 용기를 내어 버스표를 예매하고, 터미널에서 혼자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익숙지 않은 지도를 열심히 이쪽저쪽으로 돌려가며 길을 찾기 위해 애쓰고 타 지역 시내버스는 또 처음이라,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지 않기 위해 한껏 긴장하며 돌아다녔다.
첫 여행지 전주는 뚜벅이에 길눈 어두운 내가 혼자 여행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 홀로 걷는 나의 모습이 부끄럽고 외롭기보다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오히려 해방감을 느끼다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전주라는 곳에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 속에 깊게 뇌리 박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이방인이었다.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첫 휴가 잘 다녀왔어?"
"어디 다녀왔어?"
출근을 하니 온갖 질문이 쏟아졌다.
아마 그때는 나도 몰랐겠지. 고작 하루의 휴가가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될지.
스스로 자처한 이방인의 삶이 마냥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