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고유

내가 찾은 조구만 첫 번째 행복

by 오월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좀비딸'을 보기 위해 외출했다.

모처럼 주말 일찍 눈을 뜨고 밖에 나갈 채비를 했다.

버스 하차 문이 열릴 때마다 숨통을 옥죄는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 막힌다.


미도인

영화를 보기까지 시간이 남아 예전에 맛집이라 들었던 식당에 방문했다.

나 빼고 다들 부지런히 살고 있었던 건지, 식당은 이미 만석을 향하고 있었다.

자칫 조금만 늦었으면 팔자에도 없던 웨이팅을 할 뻔했다.





'좀비딸'을 재미있게 보고 나오니 시간은 어느덧 애매한 4시를 향했다.

4시란 무엇이냐?


식사를 하기엔 빠르고, 카페를 방문하기엔 얼마 머물지 못하는.

그런 애매한 시간이다.


전에 눈여겨보았던 소품샵을 들러볼까?

아니, 위치를 알지 못한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될 텐데 무엇이 문제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나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 우리가 리뷰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정보를 검색해서 매장에 방문했던가?

글쎄. 적어도 나는 정보 검색 따위 하지 않았다.


인생을 살아가며 선택이란, 일종의 '가챠게임'이라 생각했다.

그냥 끌림대로 걸음을 이어나갔고, 기대치 없던 상황에서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면 그날 하루가 온종일 행복했다. 별거 아닌 행복이었다.


어느 순간 검색이 일상이 되었다.

조그만 실수도 용납지 못하는 우리가 되었다.

만족하기 위해 완벽에 가까운 선택을 하고 싶어 했다.

그 결과, 어디 하나를 방문하더라도 매장을 검색하고, 사진을 훑어보고. 온갖 리뷰를 확인했다.

100건의 리뷰 중 1건의 악평이 있다면 괜히 망설여졌다.


그런 피로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잠시 가방에 휴대폰을 넣어두고 공기계를 꺼내 들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카메라 기능뿐인 공기계만을 손에 쥐고 걸음이 이끄는 대로, 시선이 이끄는 대로 걸었을 뿐이다.



고요


비로소 찾아낸 나의 첫 번째 조구만 행복, '고요'

예전에 이 매장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미닫이로 되어 있는 독특한 통창 문이

나에게 어서 들어오라며 손짓하는 것 같았다.





'고요'라는 이름답게 인테리어는

곳곳에 단단하고 경직된 목조 가구와 은은한 도자기가 어우러졌다.

잔잔함이 느껴진다.


야외 테이블도 있었는데, 바람 선선한 날이라면 야외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고요한 바다 (블루레몬에이드 + 얼그레이티) / 피치 아이스트


이미 영화 관람 전, 커피를 마셨기에 다른 음료를 마셨다.

피치 아이스티와 함께 고요한 바다.

아이스티는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카페 이름처럼 고요와 어울리는 공간에서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오히려 좌석 배치가 이름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닥 붙어있다면 붙었다고 할 수 있는 간격.

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다.

가구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열기로 인해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 발견한 오아시스 같은 곳.

나의 첫 번째 조구만 행복은 '고요' 였다.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 보았다.

아, 원래 다른 동네에 있던 카페였구나.

지점을 내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다.


오히려 본점보다 분점이 나의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었다.

디저트도 맛있어 보였는데,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후르츠 케익 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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