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비 오는 날은 익숙한 곳

by 오월

올여름은 이상하다.

평소라면 7월에 쏟아져 내렸을 비가, 8월에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물난리를 경험했던 몸뚱이는 '강한 비'라는 소식에 밖으로 나가길 꺼려한다. 하지만 강한 비 소식에도 정해진 약속을 뒤로 무를 수 없어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친구 생일을 맞이하여 주문한 귀여운 마카롱 케이크, 혹여나 상할 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넣은 묵직한 아이스팩과 홈파티에 사용할 와인 1병, 피부에 달라붙지 않는 냉감 소재의 파자마 팬츠까지.

서둘러 들고 뛸 수 없을 만큼 무거웠지만 혹여나 박살날까 조심조심 들고 다닐 수밖에 없는 거대한 부피의 장바구니를 한 손에 들고 나머지 손에 커다란 장우산을 들었다.


이번 주에는 어디를 방문해 볼까? 고민을 하며 조금 걸었을 뿐인데 발도 아프고 몸도 처졌다. 무엇보다 그 잠깐새 기껏 준비한 케이크가 상할까 걱정되었던 마음이 컸다.

비 오면 그래도 여기지 싶어 늘 방문하던 동네 카페에 들어섰다. 무엇보다 버스정류장 코앞에 위치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솔리데오

최근에는 감각 있는 소규모의 동네 개인카페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집 근처에는 그런 개인 카페들이 없고 옆 동네로 20분 정도 걸어가야만 감각 있는 카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어디를 가지?' 고민할 정도로 인테리어가 멋진 카페들과 드립커피, 커피와 어울리는 월별 페어링 디저트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넘친다.


이곳은 사장님 연세가 있으신 만큼 내부 인테리어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딱히 없다. 그냥 길 가다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동네 카페다.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창가석은 비가 오는 날 방문하여 앉기 딱 좋은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그다지 아이컨택을 하지 않는다. 쏟아지는 빗줄기의 소리를 적당히 필터링해서 들을 수 있고 적당히 선선한 날이면 2층에 올라가 앉아 자연풍을 만끽할 수 있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옛날 과자와 함께 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홉 빤다. 눅눅해 축 쳐졌던 몸의 피로를 달래준다. 약간 찬 음료로 몸이 선뜩하다 싶을 때 사장님이 직접 우려낸 따뜻한 차로 몸을 녹여준다.

차갑고, 따뜻하게. 번갈아가며 체온을 조절한다.

찻잔이 비어갈 때쯤 찻잔은 사장님의 방문으로 또다시 채워진다.


얼핏 전에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방문했던 손님과 대화 중이셨는데, 금방이라도 가게를 접을 것 같이 말씀하셨던 내용이 잊히지 않는다.

언제 이 카페가 생겨났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기억도 하지 못할 만큼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한 명의 이웃처럼, 내가 카페에 방문하면 항상 얼굴을 살피시고 요즘 건강 괜찮냐며 안부 인사를 건네주시던 사장님. 아파서 핼쑥해진 얼굴을 보시더니 매실차 값을 받지 않겠다며 빨리 나으라는 걱정을 건네주셨던 사장님. 하나의 작은 동네카페로 여기기엔 수많은 정이 오고 갔다.


만약 사장님이 장사를 접는다면, 그곳엔 또 어떠한 정이 새롭게 쌓이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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