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삶

by 오월

최근 발목이 혹사당하고 있다.

한 번 다친 인대는 나의 잘못된 걸음걸이와 자세로 인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친 지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통증은 계속 찾아왔다. 지난주에는 발목, 발바닥까지 아파 스포츠 테이핑도 했지만 피부가 약한 편이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물집이 생겼다.

다리가 아플 땐 무엇보다 운동화가 가장 좋은 선택지란 걸 알지만, 최근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으로 쪼리를 신고 출근해서 그런지 발목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쪼리 신고 출퇴근 하는 길.

관절 건강엔 최악의 신발이었지만 급할 때 신기엔 최고의 신발이었다. 운동화라면 양말을 신고, 운동화 뒤축이 밟히지 않도록 잘 정돈한 후 발을 넣어 정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쪼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급히 준비하다가도 맨발로 휙 끼워 신으면 서둘러 나갈 수 있다. 발가락에 힘만 빡 준다면 그다지 벗겨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시원하다. 물에 젖을까 염려할 필요도 없어 편하다.

그러한 장점 때문에 퇴근할 때 가장 애정하는 신발은 쪼리이다. 집으로 이동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하철,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후다닥 쪼리로 갈아 신고 직장에서 벗어난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정류장에서 집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5분 내외이다. 사실상 급할 것 전혀 없다.

하지만 좁은 길목. 내 앞에 지팡이를 짚고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가시는 어르신을 지나쳐 가기도 애매한 간격에 괜히 짜증이 올라왔다. 급할 것 전혀 없음에도 퇴근 시간은 나를 여유 없는 옹졸한 마음으로 바꾸어 놓는다. 급히 가려다 다리에 통증까지 올라왔다. 찌릿찌릿.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빠른 것이 무조건 좋은 걸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가를 배우러 다녔을 때 선생님은 새로운 동작은 그다지 알려주지 않으셨다. 50분 수업 과정 중 20~30분가량은 몸을 풀기 위한 기초적인 스트레칭을 계속 반복해서 알려주셨다. 주 2회, 3개월 동안 계속해서. 다음 기수도, 그다음 기수도. 배우는 사람은 대부분 동일했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동작을 계속 반복해서 알려주셨다. 요가 선생님의 철학은 '기본'에 있었다.

호흡을 어떻게 하는지, 반다(산스크리트어로 ‘잠근다’, ‘묶는다’는 뜻)를 잘 잡고 있는지, 굳어져있던 나의 몸도 계속해서 반복 진행한 덕분에 삐뚤어져 있던 자세가 곧아지고 교정이 되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새로운 요가 동작을 알려주시기 보다도 기본에 충실하여 안전하게 수련하기를 바랐다.

요가를 잠시 쉬고 있는 지금. 나의 몸은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어깨는 한없이 굽었으며 반다를 잡고 다니지 않아 다리를 질질 끌고 다녔다. 쪼리를 신고 빨리빨리 다니고자 하다가 이렇게 발목 부상으로 이어졌다. 내가 속도보다 '제대로' 걷는 방법을 익히고 실천했다면 내 발목이 지금은 어떠했을까?

속도가 중요시되는 이때, 어쩌면 가장 어려운 것이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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