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란 무엇일까?
나는 향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향을 좋아한다. 향을 맡고 그 향을 누군가의 고유명사처럼 생각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특정 향을 맡으면
"이거 성수 lcdc 향이야!"
"00이 냄새난다!" 하게 되는 걸 좋아한다.
내가 처음 향수를 구매했을 때에도 특정 이미지를 갖추고 싶어서 해당 느낌의 향수를 구매했고, 리뷰에 작성된 특정 매장의 향이라는 글이 궁금해서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향'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정 향을 지닌 무언가를 좋아할 뿐이지.
이렇게 모순적인 인간임을 다시 느낀다.
며칠 전 회사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입추가 지났다고 아침 출근길 더위가 다행히 한풀 꺾였을 때였다.
그때, 훅- 하고 코 안을 지나 목구멍까지 간지럽히는 향이 느껴졌다.
진한 머스크 향이 좋기도 했지만 아직 뜨거운 열기 가운데 묵직한 향은 비염쟁이인 나를 괴롭게만 했다.
아.... 푹푹 찌고 습한 날씨가 아니라 다행이다
수년 전 친구와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나는 향수 향 내가 맡고 싶어서 왕창 뿌리고 나가"
그 당시 속으로 민폐 아닌가 생각했지만, 나 또한 출근 직전 휙휙 뿌린 독한 향수가 생각났다.
예전에 민폐라고 생각했던 행동이었는데 그 이후 나도 똑같은 민폐행동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민망함과 당시의 친구를 조금 이해했다.
상대는 조금의 양으로도 향을 느끼지만 그것을 내가 느끼는 데는 더 여러 번의 펌핑이 필요했다.
내 코에 느껴질 때면 타인에게 독한 향으로 느껴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어느 순간 진한 머스크 향보다 우디, 시원한 그린 계열의 향을 선호하게 되었다.
허나 이제 그마저도 이제는 덜어내고 있다.
내 코가 편한, 자극적이지 않은 무향을 찾게 되었다.
우리는 모든 감각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빠르고 부지런한 성정으로 기적을 이뤄냈던 우리는,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탐했다. 느리고 여유로운 것은 나태하고 잘못된 행위로 치부했다. 플러스로 더하기만 했다.
과한 것이 때로는 좋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 알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든 감각을 다 사용할 필요는 없다.
다시 서두의 질문을 떠올려본다. 순수란 무엇인가?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우리는 잘 지낼 수 있다. 무조건 더하기보다 최소한의 것을 유지하고 덜어낼 줄 아는 용기를 실천하는 것
우리에겐 더하기보다 빼기가 더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