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직원, 혹시 00에서 근무하지 않았어요?

by 오월

세상 참 좁다는 말, 많이 들어봤다.

그 말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나의 활동 반경은 좁았고, 인스타 팔로우를 볼 때 겹치는 인물이 그다지 많지도 않았다. 세상 좁다는 말은 그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모르니 행동을 바르게 하라는 경고성 문구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세상 참 좁다' 라던 말을 체감하게 된 몇 번의 경험이 있었다.

대형약국에서 근무하던 당시, 신입으로 들어왔던 아이가 있다.

예쁜 외모와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통통 튀는 성격으로, 다소 예쁘면서 까칠해 보이던 인상과는 다르게 털털한 성격은 갭차이로 느껴졌다. 내가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도 그 신입이었다.

신입 직원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신입의 글에서 꽤나 익숙해 보이는 인테리어의 매장이 보였다.

원래 집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언니들이 있었는데 임대료 문제 등으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새롭게 이사 간 후 오픈한 카페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위치도 비슷했다. 아무리 내가 길치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유사한가?

신입 직원과 함께 대화하면서 넌지시 카페를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운영하던 카페를 인수했던 사람이 나의 지인이었던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세상 참 좁다는 걸 느꼈다.


대형약국에서 수년을 근무했지만 워낙 오래된 터줏대감들이 자리했기에 어르신들은 내가 몇 년 동안 근무를 했음에도

"즈~어기 애는 신입이여~?" 하고 인사를 건네셨다.

어머님.... 저 여기 4년 차인데요........

오래된 단골손님들은 다른 직원분들께 나를 슥 가리키며 신입이냐 묻는다. 다른 직원분들은 웃으면서

"어머님!! 신입 아니고 벌써 몇 년 차 됐어요~"

나는 그저 머쓱하게 웃어 보인다.

약국 오픈 멤버로 근속 중이던 직원들에 비해 4년 차는 여전히 신입이나 다름없었다.


워낙 나름 장기근속에도 ‘신입’ 소리를 들으며 근무해서 그런가, 내가 이직을 하더라도 나를 알아보는 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저 어디 매장의 계산대 NPC 정도....?


4년간 근무를 하다가 잠깐 다른 직종에서 1년간 근무를 했다. 전혀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고 싶었지만 나는 또 약국에 입사하게 되었다.

대신, 조그마한 동네약국으로. 그래도 대형병원 약국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손님의 수는 현저히 적었지만 특정 시간대에 몰아치는 손님을 상대하기는 마냥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손님이 썰물처럼 빠졌다.

“아까 어떤 손님이 00약국에서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더라~“

“....네에?!?!!!”

언제나 신입 직원 취급에 익숙해져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나에 대한 평가가 어땠을까

내가 그다지 친절한 직원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과거 나의 응대하던 모습들이 마치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얼마나 나 자신을 내려두고 따뜻한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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