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캠핑 찬양기
제주도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유난히 맑은 바닷물이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돔베고기, 흑돼지와 같은 맛있는 음식들이 떠오를 수도 있고, 트래킹을 좋아한다면 한라산도 떠오를 수 있다. 우한 폐렴으로 인해 해외 출국이 쉽지 않은 지금,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진행되고 다시 3차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2020년 12월 현재 시점에선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2&aid=0002161154)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상황이 진정이 되어서 다시 제주도를 찾을 일이 있다면, 다음 여행만큼은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것들 말고 하루 정도는 제주도에서 캠핑을 해보는 것을 추천하고자 한다. 성산일출봉과 올레시장은 이제 내비게이션 없이도 갈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오름은 조만간 제주도의 모든 오름을 정복할 것 같다.
산방산 근처에 퍼블릭하게 공개되지 않은 작은 해변이 있다. 이 해변에 캠핑의자를 두고 앉아 캠프파이어와 음식을 해 먹으면 된다. 에어비앤비에 이 체험을 위한 액티비티가 존재하는 데, 이를 통하면 아무 준비물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모든 걸 준비해와서 공짜로 해도 된다. 이 해변은 개인 소유가 아니니까.
프로 캠퍼들은 본인의 장비로 구성하는 게 더 있어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 같은 캠못알들에겐 그냥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몸뚱이 하나와 액티비티 비용을 지불하는 게 경제학적 원리로 보았을 때 합리적이다. 시장 참여자 모두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노을이 지는 것을 구경하면서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어둑해진다. 불을 피우고, 마시멜로도 구워 먹다 보면 왜 불멍을 회사 사람들이 추천했는지 바로 알게 된다. 서울 경기 충청도 등 각자 지역에서 갖고 있던 고민이 어느샌가 불길과 함께 타서 없어져버린다.
이때가 2019년 12월인데, 한창 이직을 하고 만으로 1년이 된 시점이었다. 생각보다 잘 된 일들도 있었고, 2020년에 대한 걱정도 있었으며, 무엇을 더 공부하고 익혀야 하나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다. 그때 고민하고 이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 중에 2020년 12월이 되어보니, 해낸 것도 있고 아직 첫 페이지를 열지도 못한 목표들도 존재한다. 이건 또다시 2021년의 나에게 채무를 떠넘기려고 한다.
캠핑의 마지막 묘미는 수많은 별이다. 액티비티의 리더가 손수 만들어준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캠핑의자에 기대어 별을 구경할 수 있다.
이미 불길이 고민을 태우고 난 뒤라, 수많은 별을 별다른 고민 없이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보기 힘들던 별들이 여기서 다 나타나니, 그 장면을 오래 간직하려면 오래 보아야 한다.
제주도 여행을 검색하면, 아직까진 캠핑이 연관 검색어로 많이 뜨지는 않는 것 같다. 다음 제주도 여행은 맛있는 식사와 함께 고민을 태워버리고, 수많은 별들을 감상할 수 있는 산방산 해변으로 캠핑을 하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2020년 12월 초는 불가하다. 물론 정부 지침을 어기고, 아 난 놀아야 돼 하는 어리석은 자도 분명히 존재할 텐데, 어차피 날씨도 추워서 못할 거다. 확산세가 잦아들고, 날씨가 포근해지면 한 번쯤 시도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