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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gwon Feb 28. 2020

집에서 계속 일하게 해 주세요

우연히 발견한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에 관하여

바야흐로 경계의 시대이다.

코로나 아니 우한 폐렴이 심각 단계로 접어듦에 따라, 타인에 대해 조심하는 것을 넘어 경계에 이르렀다. 옆자리 사람이 기침을 하면 나도 모르게 흡 하고 숨을 참았고, 점심시간 사람이 가득 찬 엘리베이터를 타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면서 폐활량과 하체 근육을 발달시켜가고 있다.

미세먼지를 콧속에서 자라는 코털이라는 자연 필터를 활용해 거르던 나조차도 요새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되었다. 이러한 경계의식에 대해 회사는 재택근무 시행이라는 배려로 답했다.

난생처음 근무시간에 집에서 근무를 해보고 느낀 점은 오히려 회사 사무실보다 업무에 더 집중이 잘 된다고 느꼈다. 재택근무 기간을 늘리기 위한 바람이 1도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느꼈기에 지금부터 그렇게 느낀 이유에 대해 풀어나가 보도록 하자. 


1. 근무태도가 향상된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담배 피우러 가고, 커피 한 잔, 물 한 잔 마시다가 이뇨작용을 못 이기고 화장실을 하루에 10번이나 가는 등 옆집 백구보다 더 자주 생리현상에 시달렸고, 자리를 비웠던 것 같다. 아무래도 법인영업이라는 직무의 특성상 엉덩이를 오래 붙이기 힘들다고 변명해보고 싶으나, 그냥 근무태도가 성실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시행해보니 팀장님과 팀원들은 물론이요. 다른 팀 팀원들이 나의 메신저 상태가 부재중으로 표시되는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까 봐 최소한으로 부재를 하였다. 그 결과, 8시간 동안 의도하지 않은 금연을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는 업무시간에 흡연행위를 일삼는 임직원의 금연을 유도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건강을 증진시키게 되는 놀라운 복지였던 것이다. 

 

2. 묵혀놓았던 업묵은지(업무+묵은지)를 해결할 수 있다

오늘 하루, 묵은지 마냥 푹 삭혀놓았던 업무들을 처리해나갔다. 최근 들어 하루에 가장 많은 메일을 전송했던 것 같으며, 외근을 핑계로 건드리지도 않았던 수익성 분석 자료와 대충 산업군만 표시해놓고 바탕화면 구석에 저장해둔 신규 영업 타깃 리스트도 각 업체별로 공략 포인트와 제안 예정 서비스 등을 정리하였다. 사실 2020년을 맞이하기 전에 해두었어야 했던 업무들 인데, '아 진짜 2월까지 해야 되는 데..' 하고 생각에만 머물러두었던 일을 자택 근무 하루 만에 처리해버렸다.


3. 피로가 없다

출퇴근 길은 항상 스트레스다. 1시간이 되었든 30분이 되었든 무엇을 입을지부터 고민하면서 옷을 입고, 처음 보는 낯선 이에게 나의 무거움을 대출해주면서 출근하는 출근길과 동일하게 반복되는 퇴근길은 사람을 피로하게 한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이와 같은 피곤한 과정이 모두 생략되었고 면도도 하지 않아 거뭇거뭇한 채로 수면바지를 입고 일을 하다 보니 피로를 느낄 새가 없었다.

'퇴근!'이라 외치고 노트북을 닫은 뒤에 바로 스쾃을 5세트 실행한 것을 보면, 평소에 피곤하다고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나란 놈에게 이런 열정과 체력이 있었나 하고 놀라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출퇴근을 하지 않으면 스쾃을 5세트를 할 수 있다고 느끼니, 출퇴근이 얼마나 체력을 갉아먹는 과정이며, 역시 재택근무는 임직원의 건강을 위한 회사의 최고의 복지라고 느껴졌다. 3월 2일까지 둔부의 높이를 0.5mm 정도 상승시키고자 한다.



생각보다 업무 집중도 잘 되고, 하루의 만족도도 높았던 재택근무 1일 차의 감정을 공유해 우리 회사의 임원 분이 이 글을 우연히 읽고 나서 이런 비상상황이 아닌 평소에도 가끔씩 재택근무를 허용해주길 바라며 내일 책상 앞으로 출근 준비를 위해 침대에 몸을 뉘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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