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코로나, 변화되는 근무환경에 대하여
지금 몸을 담고 있는 회사는 5월 초에 정상근무 전환이었으나, 이태원 발 확진자 확산으로 인해 다시 한번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다. 회사의 빠른 조치에 고맙다고 생각했으나, 인사팀에서 추가 공지한 재택근무 종료 후 업무환경 변화에 대한 안내를 보고 나선 '이거 계속하다간 큰일 나겠는데?'라는 부정적인 판단이 들었다.
5월 초, 정상출근을 지시하면서 인사팀은 희한한 안내문을 전체 공지했다.
마이 수요 오피스, 앞으로 수요일엔 사무실에서 벗어나 출근하지 말고 각자의 공간에서 일하세요
매주 수요일마다 집이든, 집 앞 카페이든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 일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굳이 사무실에 나와야 한다면, 조직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식과 조금은 다른 공지를 했다. 언뜻 보면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대변하는 공지 같지만, 일개 노동자의 신분인 나로서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직원들을 사무실로 출근시키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알았구나
우리 회사는 삼시 세 끼를 모두 제공해준다. 밥뿐이랴, 헬스장이나 양호실, 심지어 은행 및 보험사, 여행사 상담센터도 내부에 있다.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근무환경에 들어가는 비용들이 절감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재택근무를 시행함에도 어쨌든 일은 돌아가고, 업무환경 유지에 대한 비용이 줄어드니 회사 입장에선 재택근무를 시켜도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절감을 좋은 기업문화와 엮어서 포장하면 그럴싸해 보인다.
실제로 나는 정상출근 당시에는 평일에 돈을 쓸 일이 없었다. 밥도 주고, 커피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먹으면 그만이다. 외근을 갈 때에는 회사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택시를 타고 간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식사에 관련된 비용이 늘었고 커피에 대한 지출이 늘었다. 회사가 부담하고 있던 비용이 직원들에게 분산처리된 것이다. Cost Load Balancer인가요?
IT회사임에도,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업무 수행을 함에 있어 다른 팀들과 협력은 필수적인데, 언택트 환경에서도 협업은 일어날 수 있으나 아날로그적인 사고를 지닌 나로서는 과연 제대로 된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고객사가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개발자들과 논의를 통해 딜리버리 하는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팀은 보수적으로 시기를 산정할 것이고, 영업팀인 내 입장에선 ASAP를 외칠 것이다. 내가 개발자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 이 시기가 조금 더 빠르게 조율되거나, 피치 못 할 사정이 존재한다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고객사 담당자에게 조율을 요청하는 등 조금 더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엔진 오일처럼 부드럽게.
하지만, 메신저로 소통하고 메일로만 주고받다 보면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한 오해들이 쌓여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택근무환경 및 마이 수요 오피스에 대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백이면 백 부러워한다. 하지만 난 이것이 지속된다면, 협업의 시너지가 줄어들고 직원을 더 쉽게 잘라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택근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는 조금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