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ngwon Dec 29. 2019

전통의 비즈니스화 '해녀의 부엌'

전통을 살리는 멋진 방법에 대하여

12월의 딱 중간에 태어난 나는 '생일'에 대한 개념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 그냥 365일 중에 하루인 날로 여길 만큼 그다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연도는 이직을 하고 맞는 첫 해이기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고, 나름 잘 해낸 나에게 '올 한 해 고생했다'라고 포상을 주는 것처럼 생일을 맞이해 제주도로 떠났다.


'뭐야 생일 축하라도 해달라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인내심을 조금만 발휘 부탁드린다. 제주도 여행에서 들린 해녀의 부엌이라는 곳에 대해 사업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해녀라는 전통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전통 살리기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 마케팅원론에서 배우게 되는 4P를 통해 해녀의 부엌이 어떻게 기존과 다르게 전통 살리기를 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1. Product

가게의 네이밍부터 알 수 있듯이, 해녀의 부엌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해산물 가게이다. 하지만 일반 해산물 집과는 조금 다른 점은 연극, 해녀가 직접 잡은 재료가 있다.


1) 연극

연극은 첫 번째 순서로 진행되는 데 한국예술 종합학교 출신 사장님과 직원들이 해녀의 이야기에 대해 10~15분 정도의 짧은 연극을 진행한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고, 해녀의 삶에 대해서 간단하게 풀어낸다. 


연극을 통해 손님들은 단순히 해녀의 부엌이라는 식당에 방문한 손님뿐만 아니라, 해녀의 삶에 대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로 역할이 더해진다. 손님이자 관객들은 자신의 원래 삶과 하나도 관계가 없는 해녀라는 전통을 왜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각자 차이가 있는 공감을 갖게 된다.


2) 재료


연극이 끝나면, 진짜 해녀와 사장님이 나와서 뿔소라와 군소 등 해산물 재료에 대해서 설명한다. 특히 뿔소라에 대해서 설명은 해당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느껴지는 데 이를 통해 손님이자 관객들에게 뿔소라가 어떤 음식이고, 일본에 거의 대부분을 수출해 가격 협상력(Power)이 없다는 정보를 습득한다. 


단순히 해녀가 잡은 재료로 만든 음식입니다 라고 제공하지 않고, 재료에 대해서 소개하고, 물속에서 이런 재료들이 어떤 모습인 지 등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손님이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뿔소라 요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어지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녀의 삶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습득한다.


음식은 뷔페식으로 차려지는 음식들과 메인 음식인 뿔소라 꼬치구이, 갈치조림 등을 내어준다. 그리고 사전예약을 통해 주문한 특식인 전복물회 혹은 뿔소라 미역국을 제공한다. 앞에서 설명들은 해산물 재료들에 대해 곰곰이 떠올리며 천천히 음식을 즐겨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된다.

관객이자 손님들은 해녀라는 전통을 살리기 위해 억지로 관심을 갖기를 강요받지 않고, 앞에서 충분히 설명 듣고 관심이 생긴 재료들로 만든 요리들을 즐기면서 해녀라는 전통 살리기에 참여하게 된다.


2. Place

본래 Place는 유통경로를 뜻하는 것이나, 해녀의 부엌의 본질은 음식점이므로, Place의 본연의 의미인 장소로 설명하고자 한다.


1) 위치

구좌읍의 끝 쪽에 위치하고 있어 꽤 오랜 시간 가야 한다. 이 점은 조금 진입장벽을 둘 수도 있으나, 100% 예약제라는 시스템을 통해 손님이 갈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두었다. 사장님이 사업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


2) 인테리어

본래 종달리 선주회 사무실로 쓰는 공간을 식당으로 개조한 곳이다. 그만큼 장소가 특이하고, 좁지 않다. 실제로 여성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2~30대 여성이 즐겨 찾는 가게는 망하려야 망할 수가 없다.


3. Price

가격은 1인에 4만 9천 원으로 어떻게 보면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소비자로서 납득이 가도록 하는 장치를 두었다.

네이버 예약 해녀의 부엌 소개 중 발췌

 우선 예약 페이지에서부터 해녀들에게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해산물과 식자재를 시중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한다는 소개글이 있다. 가격이 높은 명분이 존재한다. 가게에 방문한 손님들은 관객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해녀들의 삶이 고되고, 이 전통을 지켜야 함에 공감을 갖게 된다. 추가적으로 해녀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재료를 맛보기 때문에 문을 나서는 순간 4만 9천 원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4. Promotion

위의 3 요소들로 인해 프로모션은 다녀온 손님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홍보되고 있는 중이다. 본인 또한, 브런치에 해녀의 부엌의 매력적인 요소들에 매료되어 자발적인 홍보를 진행 중이다.

다른 맛집들처럼, 인테리어나 음식을 촬영한 사진도 많으나 해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많다. 다른 맛집들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자랑할만한 콘텐츠가 하나 더 있는 것이다.


콘텐츠와 감각적인 인테리어, 그리고 가격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트리는 많은 장치들을 통해 감각적으로 전통을 지켜가는 제2의 해녀의 부엌이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뭐, 매사냥꾼이 주최하는 캠핑, 가야금 장인의 가야금 일일 공방 이런 것도 특이하고 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과 전통을 섞어서 센스 있게 표현한다면 사람들에게 찾아오라고 굳이 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되어 찾아갈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국내여행, 이제는 영주로 떠나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