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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연 Jul 02. 2022

토론토에서 생긴 일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오늘 새벽 5시, 드디어 캐나다를 떠날 생각에 신나게 회고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들뜬 마음으로 오타와 공항에서 떠나, 토론토 공항에 도착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나의 호스트 메이트들은 스페인과 브라질에서 왔는데 이 두 국가 모두 PCR 음성확인서가 필요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필요 없는 줄 알았다.

근데 이게 웬걸? "PCR 음성 확인서가 없다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습니다" 이때의 심정은 지금도 형용할 수 없다.

다행히도, 매우 착한 승무원분께서 나를 PCR 테스트를 하는 곳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때 걸어가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겨우겨우 힘을 줘서 걸었다.

아무래도 건국대학교 K-이노스 참가를 위해 이틀 밤을 새운 것도 있고, 그간의 스트레스가 누적된 거 같아서였다.

그래, 여기까진 괜찮지. 이왕 토론토에 온 거 하루 더 놀고 가자! 라고 한 3초 정도 생각했다.

그래도 겨우 정신차리고 일을 조금 했다

문제의 두 번째는 여기서부터다. 바로 잘 곳. 나의 비행기는 목요일 12시 출발.

 9시부터 체크인이니 적어도 18시간 이상은 아무것도 없는 토론토 공항에서 있어야하는거다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승무원분께 사람이 가장 적은 아지트 (사람은 적었는데 통화하는 사람이 많아서 약간 시끄러웠다...)로 안내해줌과 동시에 어메니티도 줬다.

진짜 우울함과 동시에 잠시 잠을 잤다. 정말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와 목 그리고 손이 너무 아팠다. 근데 더욱 괴로운 건 고작 '30분'이 지났다는 거다!!!

이때 자는 건 포기하고 위로를 받을 겸, 유튜브로 뭔가 공항 노숙을 많이 하실 것 같은 두 분인 '빠니보틀’, ’곽튜브'를 검색해서 공항 노숙을 봤는데 아주 우울하게도(?) 최대로 많이 하신 시간이 '7시간'인 거다. 나는 18시간인데...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셸 로톤 호텔로 향했다. 승무원분께서 전화로 물어봤을 땐 내가 만 16세 미만임으로, 숙박할 수 없다고 해서 실패하면 시간이나 때운 거로 지치라는 심정으로 향했다.

처음 돌아온 대답은 "불행하게도 힘들 그것 같습니다. 우리도 받아주고 싶지만, 온타리오주의 규정이 있어요." 였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어찌 공항에서 (심지어 토론토 공항은 인천공항처럼 예쁘지도 볼거리도 많지. 않다) 18시간을 있는가 말인가.

"한 번만 도와주세요. 단 하루면 돼요. 캐나다에선 15살이지만, 한국에선 17살이에요. 내일 탈 비행기 티켓입니다.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고 정말 간절한 목소리와 눈빛으로 말했더니 "알았습니다. 노력해볼게요. 근데 제 권한 밖의 일이에요. 저희 지배인에게 연락해보겠습니다"라고 하곤 앉아있으라고 안내했다. (글은 무미건조하게 보일진 모르지만, 그 표정과 웃음 그리고 아주 친절한 응대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한 30분 정도 흘렀을까, 대머리 아저씨 아니 호텔의 최고 지배인이 내려왔다.

다행히 내 간절함이 통했는지, 특이한 케이스를 인정해주겠다고 했다. 게다가, 50% 할인까지 해줬다!



만들어먹는 스벅 (호텔뷰는 나름 좋았다)

사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의 위기대응능력을 키웠던거 같다. 정말 예상치못한 변수 그리고 그걸 해결해가는 과정이 지나보고니 너무 재밌었던거 같다.

마지막 캐나다에서의 추억을 남긴거 같다!라는 생각도 들정도였다.

다시는 똑같은 경험을 하고싶진 않지만,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고 해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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