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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Nov 05. 2019

그래도 또 부딪히며 살아간다 <니나 내나>

언젠가 가족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이럴거면 가족은 왜 있는 거야?'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거. 가족은 왜 있고, 왜 굳이 모여서 얼굴을 봐야하는 건지. 근데 그러다가도 힘들 때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건 가족이었다.


※ 영화 <니나 내나>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과 가족 이야기를 하다보면, 문제 없는 가족은 없다. <니나 내나>의 이 삼남매 역시 만만치 않다. 오래 전 남매를 버린 엄마에게서 '보고싶다'는 편지 한 통을 받고, 엄마를 찾아 떠난 삼남매. 동생들에게 책임감이 강한 첫째 미정, 가족들의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의 둘째 경환, 가족에게 무심하지만 나름대로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셋째 재윤, 미정의 딸 규림까지.

경상남도 진주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끝에서 끝으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이 거리만큼이나 참 막막하기만 하다. 고구마 오백개를 먹은 듯, 산 넘어 산, 그들의 여정에 사건에 사건을 더하며 답답하게 이어진다.



SELLING POINT. 공감, 그리고 믿고 봐도 되는 배우들

나름대로의 아픔과 비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가족은 확실히 서로에게 짐이다. 그런데도 뭐가 좋은지 뜬금없이 바이킹을 타며 즐거워하고, 맛집도 찾아간다. 그 난리난리 생난리를 겪고도 좋다고 모여서 사진도 찍는다. 묘하게 웃긴 이 가족을 보면서 내내 웃어도 웃는 게 아니고 어느 순간 먹먹해져 온다. 아마도 우리 모두 문제 많은 가족을 끌어 안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골때리는 가족에게 공감하게 된다.

격한 웃음이나 눈물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세 배우들. 영화 <기생충>의 엄마 장혜진, 드라마 <미생>의 성대리 태인호, 영화 <도어락>의 이가섭까지. 세 배우들 모두 가족의 모습을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게 보여 준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가족이 그런 것처럼, 담담하게. 이 배우들, 믿고 봐도 좋다.




마지막 장면은 각자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이 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는다. 그래도 또 부딪히며 살아가는 그들을 보니영화 내내 불편했던 마음이 좀 놓인다. 가족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때로는 가족이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고, 서로의 가장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모두, 또 부딪히며 살아간다. 니나 내나, 똑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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