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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Nov 11. 2019

나랑은 상관없는 줄 알았다 <블랙머니>

<블랙머니>는 예고편만 봐도 목적성이 분명한 영화다. 거대한 금융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솔직히 언젠가부터 뉴스에서 비리 사건을 접할 때마다 분노하기보다는 지겨워졌다. 비리가 하루 이틀이어야지. 내 그럴 줄 알았지, 쯧쯧. 온갖 비리란 비리는 다 나오고 있는 현실에 왜 분노해야 하는지 조차 무뎌진 나는 사실 영화의 메시지보다 조진웅+이하늬 라는 조합에 더 끌렸다.


※ 영화 <블랙머니>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어느 날 갑자기 억울하게 '성추행 검사'라는 누명을 쓴 검사 '양민혁'은 누명을 벗기 위해 관련 사건을 조사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자산 가치 70조 이상의 대한은행이 1조 7천억에 넘어가려고 한다. 근거는 고작 팩스 5장. 평소 '막프로'라는 앞뒤 안 가리는 이 검사는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불법과 편법까지 동원한다. 한편, 이성적인 국제통상 변호사인 '김나리'는 대한은행을 헐값 매각하려 하는 '스타펀드'의 법률 대리인. 신념과 원칙을 중시하는 그녀는 '불법은 용납 못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막프로 검사와 공조하게 되면서 대한은행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의도치 않게 성추행 검사로 몰려 금융 비리를 파헤치게 되는 민혁. 민혁의 선배이자 대한은행 해고 노동자들의 변호하는 인권 변호사 서권영은 민혁에게 '너랑은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 나는 정말 나랑은 상관없는 줄 알았다.



SELLING POINT. 쉽고, 빠르고, 정확하다.

이 영화는 어려운 경제 사건을 쉽게 풀어주고, 빠른 템포로 전개되며, 마지막에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금융 사건을 다룬 이 영화에는 BIS 비율이니, 모피아니 낯선 용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경제에 대해 1도 모르는 일반 검사 양민혁은 극을 이끌어 가며 대화를 통해 이를 쉽게 풀어준다. 거기다 빠른 전개로 지루할 틈이 없다. 주요 증인의 죽음으로 시작된 사건은 양민혁의 추적과 이어지는 사건들로 쉴 새 없이 흘러간다. 그러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사건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고, 당신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는 것. 결론은, 양민혁만 따라가다 보면 정신없이 러닝 타임은 지나가 버리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어느새 빡쳐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영화.




메시지도 메시지지만 기대했던 만큼 두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사방팔방 날뛰는 불 같은 양민혁과 그와 대비되는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는 냉철한 김나리. 두 캐릭터의 마지막 선택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누명을 벗기 위해 불법까지 자행하는 민혁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과 클라이언트의 비리를 파헤치는 나리의 엇갈린 선택. 이들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과 마지막 선택을 통해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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