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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Dec 31. 2019

컨트롤 만렙 2인자의 삶 <바이스>

개인적으로 올해 본 영화 중 최고는 <그린북>과 <바이스>다. 기대 없이 보았는데 기대 이상을 했던 영화들이었다. 미국의 부통령인 '딕 체니' 와 그의 주변인물들을 그린, 그저 평범한 정치 영화겠거니 했던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던 영화 <바이스>에 대한 리뷰다.


※ 영화 <바이스>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바이스> 스틸 컷


대학교 때 국제 정치 분야를 공부했던 나는 '딕 체니'를 단순히 부시 시절 미국의 부통령으로만 알고 있었다. 영화는 그의 일대기를 그리며 좀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젊은 시절 그는 방황하기도 했고, 아내로 인해 정신을 차리게 되는 평범하고(?) 인간적인 경험도 한다. 가족들에게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이기도 하다.

사적으로는 평범한 가장인 딕 체니는 정치인으로서는 탐욕스럽고 영악하다. 흔히 이라크전의 주범을 조지 부시 2세라고 생각하는데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을 움직여 전쟁을 유도한 인물은 부통령 딕 체니였다. 많은 사상자를 내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한 전쟁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발생했다니, 그 이유조차 소름 돋는다. 결정을 하지만 책임도 져야하는 1인자 뒤에서 그를 조종한 2인자. 어딜가나 정치인들이 하는 짓은 비슷하다지만 조용히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딕 체니의 행태는 무섭기까지하다.  


영화 <바이스> 스틸 컷


SELLING POINT. 센스로 가득찬 연출

블랙 코미디 답게 센스있는 연출은 영화의 재미를 한 층 살린다. 적절히 치고 빠지는 비유와 은유. 빈 틈 없이 몰아치는 화면 전환과 가끔은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면서 빠른 템포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센스와 위트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이 연출은 아담 맥케이 감독의 전 작인 <빅 쇼트>를 보지 않았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쟁에 대한 스피치를 하며 습관처럼 달달 떠는 조지 부시의 다리와 전쟁터의 한 가운데서 공포에 떨리는 이라크 가장의 다리가 오버랩되는 부분처럼 때로는 직접적으로 풀어나가는 연출도 좋았다.

실화 영화답게 인물들의 싱크로율 역시 화제였다. 크리스찬 베일이야 워낙 변신에 익숙한 배우라고 해도 샘 록웰의 조지 부시 등 주변 인물들도 분장과 비주얼에 굉장히 신경 쓴 것 같았다. 실제 모습을 잘 담아낸 영화라 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의 제목인 VICE는 '부통령'이라는 뜻도 있지만, '범죄', '악'이라는 뜻도 있다. 영화로 본 딕 체니는 정말 능력 있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런 능력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되었는지도 영화 내내 느끼면서 정신 똑바로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VICE, 악은 어디에도 있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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