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이유 <남산의 부장들>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 책이나 기록들이 나름대로의 원인과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실은 공적이고 대국적인 이유보다는 사적이고 사소한 일들이 시작이 되어 발생하지는 않았을까. <남산의 부장들>은 실화인듯 아닌듯, 10.26사태의 배경을 다룬 영화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1979년 전 중앙정보부 부장 박용각은 청문회를 통해 한국의 대통령과 통치 실태를 고발한다. 전 2인자였던 박용각의 고발은 한국 대통령의 분노를 사고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청와대 경호실장 곽상천은 그를 막으려고 한다. 영화는 특히 2인자인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의 심리와 감정을 따라간다. 박대통령에게 팽- 당한 박용각에게 그 이유를 들었을 때, 박대통령의 관심이 곽상천에게로 향할 때, 박대통령에게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라'는 말까지 던질 때, 그 모든 순간에 김규평의 심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인물들간의 대립과 얽히는 심리로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결말까지 달려간다. 마지막 그 선택이 달랐다면 과연 그 다음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SELLING POINT. 구멍 없는 연기와 새로운 시각
1979년 10월 26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 결말. 결말을 다 아는데도 이만큼의 텐션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박통을 고발하며 울분을 토하는 박용각 역의 곽도원을 시작으로 툭 하면 탱크로 밀어버리자는 다혈질 탱크보이 곽상천 역의 이희준, 이성민의 서슬 퍼런 박 대통령과 감정의 흐름을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든 이병헌의 김규평, 구멍 없는 연기 조합.
10.26 사태의 주요인물 '김재규'에 대한 생각은 대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남산의 부장들>의 '김규평'은 보다 입체적이다. 40일 전부터 크고 작은 사건과 감정의 흐름에 몰입하다 보면 또 다른 시각으로 10.26사태를 생각해 보게 된다.
박용각과 김규평은 대화 중 서로에게 "우리 혁명 왜 했냐?" 고 묻는다. 누가 혁명을 주도했는지, 혁명의 이유가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는 그 정권의 가운데, 또 다른 혁명이 발생한다. 또 다른 혁명의 '대국적'인 이유였을까, 아니면 그냥 '시기와 질투' 때문이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