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기 힘들다. 그놈의 한 판, 한 판 깨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될 때까지 판 깨기에 도전한다. 그런 게임처럼 자꾸만 끝판을 깨고만 싶은 영화,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에 대한 리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엄청난 센세이션이었다.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스토리와 결말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이 매우 신박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게임 개발자 스테판은 소설을 기반으로 신작 게임을 개발한다. 유명 게임 회사에서 스테판에게 함께 일하기를 제안하면서 신작 게임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다. 이 스토리 속에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부터, 어떤 음악을 들을지, 사소한 것부터 스테판이 게임 회사와 함께 일할지 등 중요한 선택까지 영화를 보며 하나하나 선택해 나갈 수 있다. 내 의지대로 스토리와 결말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꼭 스토리 게임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다.
SELLING POINT. 스테판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게임의 완성에 집착하면서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결말까지 선택을 하다 보면 주인공 스테판의 자유의지가 마음처럼 되지 않듯이 우리의 자유의지 대로 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엔딩이 있는데 황당한 엔딩부터 알 수 없는 모호한 엔딩, 파멸에 이르는 엔딩까지... 다양한 엔딩이 있지만 어느 순간 결말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주인공에게 해피엔딩을 만들어 주고 싶어 몇 번이고 무한루프를 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맘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말은 점점 더 파멸로 치닫는다. 결말 끝판 깨기에 대한 집착 뒤에는 허망한 'GAME OVER'만 보게 되는 느낌이다. 묘하게 좌절감이 느껴지면서 내가 주인공인지, 주인공이 나인지, 헷갈리기 되는 영화.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의 매력은 단순히 '결말을 선택할 수 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해피엔딩은 없지만 허망하게 엔딩 크레딧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드는 묘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