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빈 Oct 28. 2019

알고 보면 진짜 우리 모두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

나는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다.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하나의 관점이 매몰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뭔가 확실하지 않고 이도저도, 뭣도 아닐 때도 많다. 이렇게 배경을 까는 이유는, 이것이 매우 객관적인 리뷰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이도저도, 뭣도 아닐수도 있지만.




개봉 후 평점 테러를 당했지만 5일만에 100만 돌파, 꽤 괜찮은 성적이다. 근데 이 영화, 후기의 성격이 좀 다르다. '영화 보자고 했다가 남자친구와 싸웠다', '극장에서 반응이 안 좋더라'. 개봉 전부터 SNS에 말들이 많았다. 반응들이 예민하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확실히 화제작이다. 원작 소설부터 말이 많았으니까.

사실 나도 영화를 보고 조금 놀란 부분은 있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82년생의 삶이 이토록 힘든가. 또 사람들은 이 힘듦에 깊이 공감한다.



SELLING POINT : 자세히 보면 '다양한 관점'이 보인다.

하나의 캐릭터에 빠져들다 보면 주인공에만 몰입을 하게 된다. 종종 주인공에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 <조커> 같은 경우가 그런 영화다. 그러나 <82년생 김지영>은 그런 영화는 아니다. 주인공의 감정을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고, 가족들이나 김지영의 주변 사람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양한 캐릭터들이 보인다.

사실 82년생이 아닌 나는 가족들도 보였고, 그녀의 회사 동료들도 보였다. 김지영의 시어머니가 고구마처럼 굴 때는 '아, 시월드 극혐. 난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김지영에게 '팔자 좋은 엄마'라고 수군거리는 직장인들을 보고, '아, 나도 저런 생각한 적 있는데.' 하고 괜히 머쓱해 진다. 마지막에 지영의 엄마 미숙을 보고는 눈물이 났다. 자기 인생도 너무 슬픈데, 저 상황에서도 엄마는 자식을 생각하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훌쩍, 갑자기 엄마 보고 싶네.

이 영화는 여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엄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영화에 프레임을 씌우지 말자. 그냥 보자. 뭐, 보기 싫으면 보지 말고.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들이 있다. 그러나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 종종 사람들은 다양한 관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82년생 여자, 엄마, 김지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상황에 남편이라고 안 힘들겠는가. 아버지라고 안 힘들까. 남동생은 안 힘들겠나. 우리는 모두 힘들다. 그 어렵고 힘든, 삶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이 영화의 슬로건은 그래서 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편견 타파 로드무비, <그린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