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Aug 31. 2018

시트콤 "프렌즈"에서 배우는 스타트업

천재이거나 다중인격이 아닌 이상, 너의 곁에 꼭 두어야 할 "그 사람"

Rembrandts (렘브란츠) - I'll Be There For You 의 오프닝 곡을 들으면서, 

나름 영어회화 공부한답시고, 반복에 반복을 반복하며 봤던 "Friends"라는 미국 시트콤이 있어.

(자막만 열심히 봐서, 정작 영어실력은 그리 늘지 않았지만..;;)


그 멤버들 중에서 "모니카"를 기억하니?


무척 깔끔하고, 직접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친구 있잖아. 

다들 사고 치고 다닐 때, 뒷수습하는데 집착하는 그런 캐릭터! 


네 옆에는 그런 동료가 있어야 해.



"넌 딱 창업가네!"


이 말을 돌려서 하면, 일 벌여 놓기 좋아하는 녀석이란 거지. 

나름 번뜩이는 기똥찬 아이디어라는 걸 믿고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어왔다면, 그 순간부터 넌 창업가야.


그래서 뭐~? 이제 어떻게 할래? 무얼 해야 하는 거지?


도전, 열정, 창의력 같은 소리만 겁나 하니까 

개척자 같은 친구들, 겁 없이 뛰어드는 친구들을 창업가의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거 같아

(그런 친구들이 필요하지만, 회사라는 것은 이들만으로 성장하지 않아)


일은 여기저기 벌여 놓고 들쑤시고 다니는데, 

그거 어떻게 수습할 거야? 아니, 수습할 계획조차 없었던 것 같던데...


그렇게 터무니없는 일들을 많이 가져와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걱정하던 사람이 바로~~~

나야 나~~ 나야 나!!!! 


그래서 너에게 전하는 이야기야.



다방면에 뛰어난 천재들이라던가,

그때 그때마다 상황에 따라 성향이 바뀌는 능력자라면 몰라도(가끔 위험해 보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습관화되고 굳어진 개인 스타일이 있어.


요리는 도전하는데, 설거지는 싫거나

항상 문제집의 앞부분만 풀고 뒤로 갈수록 깨끗하다거나,

다음 시험에는 꼭 미리 꾸준히 공부해야지 하면서 또 벼락치기를 하게 되는...


그런 환경/패턴에 익숙했던 게 "나"라는 시간의 집합체거든.


특히 나와 비스무리한 사람들에게 "창업"은 특히나 위험한 행동이야.

더 정확하게는 딱 "창업"만 하고 망하기 쉬운 스타일들이야.


 


그러나 하늘은 세상에 다양성을 허락하셨지.

바로 나랑 다른 성향으로 특화된 사람들도 나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거야.


일을 벌이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일을 해결하고 완성하는 것에 큰 희열을 느끼는 그런 친구들 말이야.


하나하나 따져놓고, 계획도 치밀하게 B/A/W로 준비하지(Best, Average, worst로 시나리오 짜는 것).

답답하게 보일만큼 집요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감당 못 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을 안 하지.


근데 일단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을 느끼면서도 끈질기게 방법을 모색하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 필요하고, 꼭 만나야 하는 운명이야.

못 만난다면, 회사는 금방 사라질 테니까.




현실은 딱 꼬집어서 "나랑 비슷한 성향이 창업가다"라고 말하긴 어려워.


나랑 반대 성향인데 창업한 분들도 꽤 있거든.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혼자서 잘 성장하는 케이스는 아직 본 적이 없어. 

적어도 내 주변에는 팀원들이 있고, 

서로 서포트할 수 있는 코 파운더들이 있는 회사들이 꾸준히 회사를 키워나가더라고.


사실 나는 CEO라는 자리에 그리 연연하지 않아. 

C레벨 중에서 가장 특징이 없는 자리가 CEO가 아닐까 해. 

회사 전체의 대표성을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라는 단어로 표현해서 존재하지만, 

뭔가 딱 하고 생각나는 이미지가 없어. 

그냥 창업 초기에 이것저것 다 맡아서 하는 사람 정도랄까? 


그렇기에 더더욱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영역의 조력자들이 붙어야 하는 거고 그럴수록 CEO의 역할은 분할되어가는 거야.


창업 초기에는 일을 벌이고, 일단 저지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믿었는데, 

연차를 더해갈수록 일을 수습하고 완성해가는 것이 더 중요해지더라고. 

당연히 그러한 롤(역할)을 맡고 있는 동료에게 비중이 높아지는 법이야.  


그때부터는 조직과 업무 배분, 규정 및 절차 등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하나둘씩 만들어져. 

막무가내로 일을 가져와서 다 달라붙어하던 초기 방식과 달리, 

누구의 일이고 누구와 하는 일이며, 언제까지 얼마 동안 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대하여 명확하게 구분 짓고 책임을 부여하지.


COO(최고운영책임자)라는 C레벨 직급은 회사 자체를 정리 정돈하는 업무를 하는 거야.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영입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원하겠지. 


무엇이 맞고, 틀린 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회사 내부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왜 COO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냐면, 다른 영역보다 눈에 확 띄지 않는 대신에 가장 조직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궂은일을 해야 하는 역할이라서 그래. 

기술이나 자금이나 디자인, 법률, 마케팅 등의 기능적인 분야를 진두지휘하는 책임자들과 달리, 회사 내부 운영이라는 것은 각 파트/구성원 간의 업무를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율하여야 하기에 외부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 


그래서, 찬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필수적인 자리야.




만약 네가 창업을 꿈꾸거나 창업을 해서 이제는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정도까지 도달했다면, COO의 역할을 맡아 줄 수 있는 사람을 꼭 곁에 두면 좋겠어. 


또는, 네가 COO의 역량/성향이 가깝다면, CEO에 너무 미련을 가지지 말고 COO가 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야. 오지랖 넓은 CEO를 찾아야겠지? 일 좀 많이 벌려 줄 그런 친구 말이야.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1인 창조기업'은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1인 또는 5인 미만의 공동사업자로서 상시근로자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자'라고 명시되어 있어. 

5인 미만 기업에 대한 기준 설정의 유래와 이유에 대한 건 굳이 알 필요는 없고,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에게 대표자를 포함한 1인 이상에서 공동창업자들까지 붙어서 4인까지는 여러 가지 완화된 규정과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그래서인지 초기 창업 멤버들은 일반적으로 1인에서 4인 사이로 구성되더라고.


그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구성은 

1) 기술기업의 경우는 CEO/COO/CTO/CFO 조합이거나,

2) 빠른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한다면, CEO/COO/CFO/CDO이거나,

3) 유통/마케팅이 중심일 경우는 CEO/COO/CMO/CDO일 수도 있어.

(C레벨 조합에 대한 틀은 없어.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고, 구성된 동료의 능력/성향/경험에 따라 유연하게 조합하면 되는 거야. 다만, 직급을 이렇게 나누어야 구체적인 업무와 책임을 가질 수 있고, 동료들 개개인 역시 주어진 역할 내에서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되거든. 그러니까 아무리 친구끼리, 지인끼리 자유롭게 창업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구분은 내부적으로라도 정해 놓는 걸 추천해)


나는 CEO와 COO는 꼭 있었으면 좋겠어. 

CEO가 부재중일 때, COO가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보니 대신 맡아 줄 수 있거든

그리고 회사의 규모가 확장될수록 COO는 더 바빠지고, 더 비중이 커질 거야. 

어쩌면, CEO보다 더 회사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걸? 사실 그래야 하는 거고.




(출처: 미국 NBC 방송, 시트콤 "friends" 중에서 극중 배역 이름)


시트콤 '프렌즈'에서 6명의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뭉치고,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오랜 시간을 동반자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모니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녀가 철부지에 즉흥적인 "레이첼"과 엉뚱하고 독특한 "피비"를 공감해주고, 고지식하고 허당인 오빠 "로스"와 따뜻한 바람둥이 "조이", 우유부단하고 겁 많은 남편 "챈들러"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이었거든.


자신의 아파트라는 공간을 모두에게 개방하여 모이게 하였고, 고민 상담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행동들을 기억해. 그리고 친구들 간의 틀어질 뻔한(?) 관계를 중간에서 조율하던 캐릭터야. 


그들이 행복했고. 친구들 개개인이 성장하고, 모임이 지속되었던 가장 큰 중심은 뒤치다꺼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COO, "모니카"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뒤치다꺼리하는 사람이 진짜배기다. 


기회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만들지만, 

결과는 일을 수습하는 사람이 완성시킨다고.






*역주

- CDO(Chief design officer): 최고디자인책임자

- CMO(Chief marketing officer): 최고마케팅책임자

- C 레벨은 그 외에도 다양하며 목적에 따라, 도덕/리스크/안전/환경/지식재산권/인력관리 등의 책임자를 둘 수 있으며, 회사 자체적으로 용어를 만들어 필요한 영역에 직급을 새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C레벨은 오히려 외부에서 직원을 영입하는 데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필수적인 인원으로 제한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 시트콤 '프렌즈'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을 배경으로 20대부터 30대까지의 3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로 구성된 시트콤(NBC 방송)으로 1994년 9월 22일 방송이 시작되어 2004년 5월 6일 시즌 10으로 종영되었다.

주요 배우는 데이비드 로런스 슈윔머(David Lawrence Schwimmer), 매튜 페리(Matthew Perry), 맷 르블랑(Matt LeBlanc), 리사 쿠드로(Lisa Kudrow), 제니퍼 애니스턴(Jennifer Joanna Aniston), 커트니 콕스(Courteney Cox)이며, 필자는 극 중 챈들러 빙을 좋아했다. 왜냐면 나처럼 썰렁한 개그와 어설픈 춤을 춘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이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