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시작이 너라면, 소문의 끝은 너에게로 돌아온다.
카페에서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나는 투머치 토커다. 특히 친한 창업자 동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함께 서로를 격려하고, 힘내자고 파이팅하는 수다타임은 지쳐가던 내게 큰 힘이 되어주지.
항상 화기애애하고, 긍정 에너지 뿜뿜하는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아. 간혹 푸념과 한탄을 비롯한 격앙된 감정적인 이야기들도 나오지. 살아가면서 불만이나 불평이 전혀 없을 수는 없어. 위로도 받고 싶고, 조언도 듣고 싶어.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어.
일상이나 관심사,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남을 험담하고, 까는 이야기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야. 사실 누구를 칭찬하고, 높이는 말은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그 조차도 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당사자가 앞에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없을 때 칭찬이든 비난이든 입에 담는 건 부적절해. 왜냐면, 어떤 분들은 설령 자신에 대한 좋은 이야기더라도 뒷 이야기로 퍼지는 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거든. 그래서 웬만하면 그냥 남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더군다나 상대방이 듣는 순간부터 그 말이 어떻게 퍼져나갈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가늠할 수 없어.
그래서 오늘은 "소문"에 대한 조금은 주의를 당부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해.
"채 대표! 이번에 OO대표와 XXXX 진행한다면서?"
"뭔 소리예요? 제가요? 에이! XXXX는 저랑 맞지도 않아요"
"A 대표가 그러던데? 그거 때문에 협동조합 같이 만들 거라고"
"지금 우리 회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뭣하러 그 걸해요."
"아니야? 하긴 나도 이상했어. 내가 아는 채 대표는 그거 별로 안 좋아했던 거 같았는데 말이야"
"참나... A 대표는 누구한테 그런 헛소문을 들었대요? 제가 모르는 제 이야기가 떠도니 기분이 좀... 안 좋네요."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야.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가 화가 나더라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은 시대에 뒤쳐진 말이라고 생각해.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더라고. 현실과 동떨어진 소설과 드라마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아졌어. 상상력이 풍부해진 세상이야. 거기에 이런 썰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나중에는 세상에 없던 괴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
"너 그거 알아? 내가 누구에게 들었는데~"
"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야 해~"
"고급 정보라서, 말하면 안 되는 건데... 특별히 말해 주지"
마치 무언가 엄청난 일들이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너만 모르고 있었다는 듯이 넌지시 밑밥을 던지는 말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학창 시절에 주변에 흔하게 있던 일이잖아. 거기서 끝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근거 없는 찌라시들이 난무하고, 한때 터무니없는 광풍을 일으켰던 가상화폐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뒷담화도 그렇고. 그런 소문들을 떠버리고 다니는 사람의 입을 틀어막지는 못할지언정,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면 될 것을 거기에 과장과 자기 상상력을 조미료처럼 덧뿌려서 재생산하는 사람들이 있어.
단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살을 붙이지 마. 적어도 그게 니 일이 아니면 말이야. 이건 사업계획서를 쓰거나 기획서를 만드는 것과 비슷해. 몇몇 통계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만들면 논리가 부족하고, 허점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잖아. 그런데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확인/검증된 자료들, 상반되는 자료들을 비교하고 검토해서 정리된 자료를 기본으로 사업계획서를 써야 하는 걸 굳이 되풀이해서 언급해야겠어?
"친구가 그러는데 이 아이템 대박 날 것 같다던데" VS "내가 고객 조사를 해 보니까 피드백이 이렇게 나왔어"
단순하게 비교해도 무엇이 더 신뢰가 가지? 주어가 타인인 것과 자신인 것과 다르잖아. 그리고 어미에서 ~일 것 같다는 추측성 끝맺음과 이다/아니다 식의 사실증명 끝맺음이 다르잖아.
뜬소문, 헛소문, 과장된 소문은 스타트업에서 더욱 금방 퍼지더라고. 여기는 한, 두 다리 걸쳐 소개받으면 웬만한 분들을 만날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작고 좁은 바닥이야. 아무리 한 해에 창업되는 기업이 허다하더라도 이제 좀 뛸 모양새 갖춘 플레이어들은 거기서 거기고, 이미 한창 뛰고 있는 선두주자들의 수도 급격하게 줄어들거든. 그리고 스타트업 대표들을 위한 네트워킹이 존재하듯이 투자자나 멘토, 기관 쪽의 플레이어들 간에 네트워킹도 있고, 마찬가지로 그쪽도 어느 정도 라인업이 갖춰져 있는 편이다 보니 소문이라는 것은 금방 다 공유하게 되지.
그런데 생각이 없는 건지, 좀비에게 물려서 뇌가 사고를 정지한 건지 나오는 대로 막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특정 인물 또는 특정회사에 대한 비난과 험담을 즐기지. 경쟁사에 대한 비하를 통해 자신을 높이려는 사람들도 있어. 확인되지 않은/검증되지 않은/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소문을 사실인 양 퍼트려. 마치 전염병 창궐처럼 그 소문들은 일파만파 퍼져가지. 그리고 결국 소문의 주인공의 귀에 들어가게 돼. 그 후에는? 소문의 시작이었던 사람을 추적하게 되지. 전염병이 퍼지면 역학 조사하듯이 말이야.
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치명적인 독이 발라져서 다시 너에게로 돌아와 너를 찌르게 될 거야. 그때 후회해도, 그때 수습하려 해도 너의 주장과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 줄 사람들은 없어. 그러니까 말조심해. 말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말해.
특히, "카더라" 소식통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는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야 해. 일단 "카더라"하면서 말하는 화자가 직접 확인하거나 검증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하는 거라서 신뢰도가 낮아. 그리고 "카더라"의 비겁한 점은 전달하는 화자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야. 자기도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라서 이게 문제가 될 때는 내 잘못은 없어라고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거지.
헛소문의 시작점도 잘못이지만, "카더라"통신으로 전달하는 사람도 잘못이 없지는 않아. 그 시점에서 확대, 재생산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에 방관/방조한 책임이 있지. 아니, 오히려 그에 동조해서 공범이 되는 거랑 같아. 아님 말고 식의 책임 회피나 아 몰라 식의 도피가 면죄부가 될 순 없어.
분명 아닌 것을 아니라고 끊을 수 있는 타이밍이 바로 여기야. 카더라 통신이 활개 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그런데 거기에 편승해서 더더 신나서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면, 너는 나중에 들은 이야기라고 발뺌해도, 사람들은 너를 다시 생각하게 되지. 너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앞으로 너의 말을 경계하게 될 거야. 비록 너의 앞에서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말이야.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소문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마라. 자신에게 편익을 가져오기 위해 소문을 이용하는 부류는 정말 악질 중에 악질이야. 의도를 가지고 그런 거니까. 이건 마치 학교에서 자신이 강한 척하기 위해 한 명 잡고 은따(은근 따돌림)시키는 거랑 같아. 어쩌면 경쟁 관계라던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상대방을 소문으로 고립시키고 악영향을 주려고 하는 비열한 짓을 하는 거야.
또 어떤 경우가 있냐면, 소위 그래도 유명하거나 잘 알려진 대표님들 이름 팔아서 편승하려는 사람들도 있어.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으면서 자기가 누구누구랑 친하고, 그 사람과 형 동생 하는 사이고, 자기 말 한 마디면 그쪽하고 바로 연결된다는 둥의 소문을 퍼트리는 경우지. 이건 사기꾼들의 18번! 흔하디 흔한 방법이잖아.
전에 약간 알게 되어 대면 대면한 사이였던 어떤 분이 자기는 정치계에 어떤 어떤 당협위원장을 알고, 어떤 국회의원을 알고, 중국에 어디 어디 총경리를 친하며, 요즘 뜨는 OOOO 회사 대표가 초창기에 자기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해서 힘써줬더니 저래 컸다느니, XXX 대표는 회사가 망해가다가 자기가 인벌브(involve)해 주었더니 기사회생했다느니 뻐기더라고. 그가 말한 이야기 중 아는 분 이름이 나와서 확인 들어갔더니 그런 사람 모른다네. 그 이후, 아예 그 사람 연락처는 삭제 해 버렸어. 그리고 그 사람을 처음 소개해주었던 분도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 언젠가 그러게 살다가 크게 혼날 거야~~~! 그땐 어떻게 수습하려고... 쯧쯧
우리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빨리 알려져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잖아. 남의 신변잡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이유도, 그런 말을 전하고 다닐 여유도 없어야 하는 거잖아.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이야기하면서 희희낙락하는 것만큼 철딱서니 없는 행동은 없어.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또 다르 사람에게 전하고, 그렇게 누군가의 귀까지 들어가게 되어 있어.
그냥 그런 거에는 무던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 신변잡기나 비난하고 조롱하는 말들의 잔치에 숟가락 얹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거나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소문 같은 거 퍼트리지 좀 말아줘. 상상 속의 나를 만들어서 내가 모르는 내 소식이 떠돌다가 내 귀에 들리면 내 귀를 의심하게 되거든. 세상에 도플갱어가 있다던데... 나의 도플갱어를 만난 사람들이 있는 건가? 하하하!
누구나 한 두 번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겠지만... 그것이 우리 회사, 우리 멤버,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해를 끼치는 헛소문들이라면, 누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이 글을 썼을 때는 내가 모르는 내 소식을 타인에게 들어서 좀 불쾌했었거든. 그래서 글을 썼는데... 업로드하는 걸 깜빡 잊고 지내다가... 오늘 또 다른 헛소문을 들었어. 어떤 분이 잘 알지도 못하는 A라는 분을 뒤에서 비방하고 다니는데 그 소식이 내 귀에 들려온 거지. (자기 사업 신경 쓰기 바빠야 하는데 남의 사업 평가하고 다니고, 삼삼오오 모여서 없는 이야기 퍼트리고 다니는 거 보면... 회사 잘 굴러가는가? 그런가? 그럴까?)
이야깃거리로 올려진 A라는 분과 한 달에 두 어번은 만나는데... 전혀 그러한 소문과는 상관없는 분이거든. 그래서 그 소문의 진원지가 누군지 알아봤어. 누군지도 알게 되니 좀 어이가 없더라고. 기억해 두겠는데... 이 말 한마디 남겨두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