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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Oct 28. 2020

강렬한 마약! 열정의 중독자

'열정'뽕을 주기적으로 맞아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 무언가에 취해서 살아가는 시대야.

어떤 이에게는 술이고, 어떤 이에게는 담배에 찌들거나, 어떤 이들은 도박에 빠져 살지.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유튜브/넷플릭스도 중독된다 하고,

유럽축구리그에 손흥민 선수 활약에 힘입어 새벽마다 해외축구에 푹 빠져 지내는 분들도 보여.


"중독"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준다고 생각할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중독을 좋게 보는 사람이야. 


중독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대상이 어떤 거냐에 따른 문제가 아닐까?


사랑에 빠져 살기도 하고,

공부에 빠져 살기도 하고,

가족에 빠져 살기도 하듯이 말이야.


중독은 뭔가에 깊이 빠져 열중하다가 

그 대상에게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의적으로 조절이 안 될 정도로 의존하게 되는 현상이야.



이번에는 열정 뽕을 맞아가면서 뭔가에 미쳐 있는 지독한 일벌레들을 소개하려고 해.


바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야.

많은 창업자들은 덕후라고 부를 만큼 자기 일에 덕질 중인 사람들이 많아.


간혹 안부 차 연락을 하면, 

새마을 운동도 아닌데 새벽별보기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자조 섞인 아재 개그를 시전 한다던가,

불금은 불타는 금요일이 아니라 불면증의 금요일이라 일해야 한다는 자기 합리화하는 대표, 

'퇴근? 휴일? 명절?' 그거 먹는 건가요? 라며 집에 안 가고 사무실에서 컵라면 물 끓이고 있는 대표 등 


정말 일에 미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까 할 정도로 진짜 워커홀릭들이야.

내가 여태껏 직장 생활할 때, 보았던 일 중독자가 10명 중 1 ~ 2명이었다면, 

이 바닥에는 발에 차이는 게 그런 사람들인 거 같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중독자에게 논리와 이해를 구한다고 말을 쉽게 수긍하냐고.

덕후에게 일반적인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니?


최근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에 간간히 나오는 비치는 제품이 있는데...

그 제품 만드는 회사 대표는 

직원들이 6시에 퇴근할 때 같이 퇴근했다가 저녁 식사하고, 7~8시쯤 2번째 출근하지.

직원들에게 눈치 보일까 봐 1차, 2차 출근이 있어. 

홀로 사무실에 남아 일하다 한 새벽 3시쯤에 퇴근하더라고. 



왜 이렇게 까지들 하시는 거예요?


불안하니까, 걱정되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것밖에 없으니까가 좀 근접한 답이 되려나?


우리에게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시간을 더 투입하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가진 게 열정뿐이라서 그래. 할 수 있는 게 더 오래 엉덩이 붙이고 일하는 거라서 그래.

일과 중에는 영업 뛰랴, 거래처 만나랴 밖으로 돌다가 사무실에 돌아와서 서류업무 보려면 이미 퇴근시간들이지.

그렇다고 혼자 남아서 야근한다고 했다간 다른 직원들이 퇴근하는데 부담 느낄까 봐 같이 나간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절실함에서 오는 자연적인 행동인 거야.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러는 게 아냐. 지금 당장, 내일도 생존하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요즘은 직원들에게 열정에 기름을 부으라느니, 하얗게 불사르라느니, 로켓에 타라는 이야기는 머나먼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어. 그걸 아무리 강조해도 스타트업 창업자만큼 따라가지도 못 할뿐더러 그걸 기대해서도 안된다는 걸, 그걸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


그래도 변치 않는 한 가지는 창업자를 갈아서 사업을 영위하고, 대표를 노예화하여 회사를 이끌며, 경영진의 열정을 쥐어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회사 시스템이라는 거야.




뭔가 고상하고 여유 있는 창업자란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들다고. 없다는 건 아냐. 

하지만 늘 빈궁한 일상이다 보니 결국은 일에 매몰될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

그렇게 하나 , 둘 씩 좀비처럼 변해가지.


간혹 드물게 여유를 가지고 일은 일이고, 삶은 삶이다라고 선을 안 넘어가는 분들을 보곤 해. 

근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만난 분들이 3년이 지나서까지 인연이 이어 진적은 없어. 

그전에 일찍 스타트업에서 탈출해서 다른 길을 찾아가시던가, 아니면 소리 소문 없이 연락을 끊으시는...;;;; 


겉보기에는 우아하게 떠있는 백조의 발 밑은 항상 허우적거리면서 발버둥 친다는 말이 있어.

(뭐 눈으로 직접 안 봐서 팩트체크는 안 해 봤지만...;;)

우리 창업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진짜 눈물겹다 눈물겨워.

결혼 예물을 전당포에 맡긴 이야기, 집 내놓고 사무실에서 사는 이야기, 차압 딱지라던가 파산신청이라던가, 그나마 자기 회사 일을 야간에 할 수 있다는 건 나은 편이라고 하지. 밤에 대리운전이나 야식 배달 뛰는 분들도 있고, 이런저런 말하기엔 좀 껄끄러운 안타까운 스토리들이 많이 있어.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가 스타트업의 현실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는 안 했지만, 역시나 복잡한 연애스토리로 흘러가는 모습에 그냥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구나'라고 느껴. 


그나마 몇몇 스타트업의 아이템이 살짝살짝 나오는 거랑, 그중에 아는 대표들의 것과 그 자리에 소개되기까지 수많은 경쟁을 뚫고 선정된 과정이 눈앞에 선하기에 모니터링 겸 살짝 봤는데 스타트업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사실적으로, 더 현실성 있게 그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대표라는 허울, 직함에 그럴듯하게 연애할 정도의 여유가... 글쎄... 있던 여자 친구도 도망간다고, 사귀던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한다는 사례가 넘쳐나는 곳인데...(이 글을 쓰는 나도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평생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매일 복리로 붙고 있는 실정인데...)


물론 그렇게 드라마 스토리 끌고 가면 그게 다큐 [동행]이나 [인간극장]이겠지? 

쩝! 후속 편으로 사업 망하면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자연인으로 은거해서 살아가는 스토리라고.


    

이번 코로나 이후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더 감소할 거야.

그리고 오히려 폐업이나 휴업을 하는 회사들이 늘어날 거고,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의 작은 소기업들은 더욱 혹독한 시간이 될 거야.


우리 할 줄 아는 단 한 가지! 

우리를 스스로 갈아서 해답을 찾아왔던 것처럼

우리는 오늘도 우리를 갈아 회사에서 열정 페이로 살아간다.

열정 뽕에 취해서말야~

오늘도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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