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Real 스타트업 오답노트
실행
신고
라이킷
10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뷰티 연금술사
Nov 11. 2020
안 된다는 핑계, 안전한 도피
"싸움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 법은 알려드립니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위의 말이 참 거슬리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습관적으로 행하고 있는 나쁜 버릇이란 걸 알랑가 몰라.
나는 안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자세가
직장인이 월급루팡으로 변신해 가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직장상사 또는 동료가 남 탓하며 책임 전가하는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대표나 경영진이 '내가 언제 그랬냐'며 나몰라라 하며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하는 의도적 단기 기억상실증 또는 습관적인 해리성 다중인격장애를 불러오기도 하지.
한마디로
직장에 일어나는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 탄생하는 기본원리
야.
"남의 실패에 훈수 둘 수 있는 이유는 애당초 반대했기 때문이다."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행동으로 옮기니
나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 자기 방어기제가 발동되니
애당초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게 되지.
나 하나 편하게 안주하려고, 안전하려고 하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야.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려면 뭔가 합당하거나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
그래서 어떠한 프로젝트나 업무/제안이 들어왔을 때,
일단은 반대하고 머릿속으로 안 되는 근거를 찾아내는 프로
세스
가
돌아가기
시작해
.
'나는 반대했다, 이건 안 된다는 게 내 입장이다, 나는 관여하지 않겠다'
라는
의사표시를 사전에 해 둬야 쉽게 빠져나갈 수 있거든.
그럼에도 일이 진행되는 순간,
협력자가 아닌 방해자 내지는 훈수꾼이 되어버려.
계속 딴지를 걸고, 안 되는 방향으로 일을 이끌려고 하지.
그래야 자신의 주장이 맞게 되거든.
더 나아가서 반대했기 때문에
나중에 은근히 상대방의 실패, 실수를 즐기는 고약한 심보가 스멀스멀 기어오르지.
"내가 안 된다고 말했잖아"
"내 그럴 줄 알았다"
"미리 말해줘도 기어이 하더니 꼴좋네"
이런 사람이 같은 회사, 직장동료라고 상상해봐.
얼마나 소름 돋고 끔찍하니.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시기 질투도 심하고,
잘 된 일에도 폄하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어.
회사 또는 조직에는 있어서는 안 되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가 탄생하는 거지.
관성의 법칙이랄까?
예전에 연구원으로 첫 직장생활을 할 때 회의했던 모습이 떠올랐어.
영업팀으로부터
"이런 거 개발해주세요"
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연구소장은 입이 삐죽 나와서는
"이거 왜 해야 하는 겁니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버거운데..."
"우리가 하지 못할 겁니다. 장비도 없고, 해 본 적도 없어요"
"잘 몰라서 그러시는가 본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안 될 거 뻔한데 할 필요가 있을까요? 시간낭비라니깐"
그때부터 2시간 동안 개발하지 못하는 이유와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서로 격하게 회의했던 기억이 생각나더라
철없던 내 눈에는 우리 팀을 위해서 싸우는 연구소장의 모습이
영웅 또는 멋진 리더로 보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참 옹졸한 모습이었구나'라는 깨달음
이 들더라고.
우리 연구개발부서에 내려질 뻔한 추가 업무도 막았고,
회의 끝에 마치 우리가 다른 부서를 이긴듯한 기분으로 의기양양했지만
결국은 일을 늘리기 싫고, 책임지고 싶지 않았던
집단이기주의이자 보신주의의 하나였던 걸...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안 되는 이유를 백가지 찾는 건 되는 이유 한 가지 찾는 것보다 쉽다는 걸...
"싸움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 법은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이 말이 평화롭게, 아름답게 세상을 만들자는 뜻으로 보이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는 회피력 만렙의 민첩 캐릭이 되는 사회생활 비법
이야.
그리고
참 바보 같은 말
이지.
겉보기에는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지금 당장은 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이미 싸움터에 들어가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 거뿐이야.
전쟁터 한복판에서 우리 싸우지 말자,
좋은 게 좋은 건데 굳이 왜 긁어 부스럼 만드냐란 사고방식은
결국 혼자 살아보겠다고 내빼는 꼴이야.
서서히 우리는 패배해가겠지.
결국은 지는 게임이란 걸 알게 되었을 때는 모두가 패잔병 내지는 공멸할 뿐이야.
올바른 반대는 환영합니다.
'무조건 찬성해라, 하라면 토 달지 말고 해라'란 뜻은 아닐뿐더러
'반대를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야.
[반대를 하기 위한 반대]와 [이미 반대를 정해 놓고 근거를 찾는 걸] 하지 말라는 거야.
마치 정치 뉴스나 국감 같은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
이건 잘못되었다'라는 전제를 미리 깔고 거기에 대한 의혹을 막 제시하며 까는 것처럼
하지 말라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정반합의 의사결정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고 진일보한 결과를 낸다고 믿어.
그렇기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을 잘 취합하여
더 나은 제3의 선택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회의인 거야.
찬성하는 쪽도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합리적 논리가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반대하는 쪽도 있는 그대로 보되, 다른 시각과 다른 접근을 제시
해야 하는 거지.
대안과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 모인 거잖아.
실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그것이 타당하고, 생산적인 의견들의 집합이라면,
우리가 환영해야 할 반대 의견
이야.
그와 달리, 시작부터 반대를 전제로 까는 순간부터
정반합이 아니라 그냥 판 깨는, 무의미한 회의가 시작되는 거야.
안 하느니만 못한 시간과 자원 낭비의 회의 말이야.
대표나 경영진들 역시 마찬가지야.
개발자/연구원 출신의 대표들이 쉽게 망한다고들 하잖아.
왜 그럴까?
외골수적인 성향이 좀 강해서 일 수도 있어.
너무 깊이 파고 들려는 성격 때문 일 수도 있고,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서툴러서일 수도 있어.
소심하고, 사소한 것에 매달려서 너무 조심조심하는 본성에 답답한 꼴이라 그럴 수도 있지.
고객의 니즈나 감성에 취약하다는 의견에도 공감해.
근데 그런 것은 연구원/개발자 출신은 이럴 거다라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뻔히 드러나는 약점들을 나열해서 전제로 깐 거고
본질적으로는 강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실수나 실패에 익숙해야 하는 연구/개발자의 본질을 잃어버려서" 랄까?
이제 좀 경력이 쌓이고 연차가 늘어가는 개발자/연구원이 되어가는 때부터
자연스레 실무보다는 관리 쪽의 업무 비중이 늘어나게 되지.
그런 생활과 환경에 익숙해지다 보면
실수, 실패에 대한 책임감이 부담이 되고,
점차 소극적/방어적인 시각으로 업무에 임하게 되더라고.
될 것만 하되, 안 될 가능성이 높으면 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입력되기 시작한 거야.
'이건 안될 거야'
'이건 해도 안돼, 아니하면 피곤해져'
'우리 팀은 실수하지 않는다, 실패를 용납할 수 없어'
이런 건 완벽주의가 아니야.
연구/개발자는
1가지의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100가지 도전 중 99가지의 실패에서
"99가지 안 되는 방법을 배우는 마음가짐"이어야 해.
남들도 쉽게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방식을 반복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남들이 못하거나 따라 하기 어려운 방식을 되도록 만드는 게 연구/개발자의 실력이야.
오히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이론적으로는 연구/개발자 출신 대표들이 더 사업에 특화되었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건 그러한 강점이 없어졌기 때문 아닐까?
연구/개발자 출신 대표와 경영진들은 이점을 다시 한번 떠올렸으면 좋겠어.
그리고 응답하라! 회사여!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
라고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는 대표가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면 쥐구멍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담당자가 누구였는지, 누구 잘못이었는지 찾아내기에 혈안인 모습은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까?
회사에서 일어난 문제의 책임에 대하여
[누구 때문에]라는 건 이미 정해져 있어
.
최종 결제를 한 대표와 경영진
이지.
근데 왜 다른 희생양을 찾는 거야.
그럴 거면 시키지나 말지.
우리가 밝혀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은
[누구 때문에]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를 알아 반면교사 삼아서
다음에는 같은 일이 안 일어나도록,
설령 같은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전보다는
더 나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
조직의 구성원들은 마음껏 올바른 반대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
잘못이나 실패에 대하여 솔직하게 응답하는 회사,
책임에 대하여 행동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경영진이야 말로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는 시스템의 기본이라고 믿어.
싸움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 법?
그딴 것은 없다.
우린 이미 매 순간 싸우고 있고,
도피하거나 회피만 해서는 결국 질뿐이야.
어느 순간, 어느 때에는 꼭 현실과 마주해서
격렬하게 투쟁해야 하는 타이밍이 온다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고.
핑계와 변명으로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 하지 말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제삼자인 척하지 말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자.
당당하게 맞서라.
올바름으로 상대를 노려보고,
신념으로 주먹을 내질러라.
집념으로 견뎌내고,
실력으로 승부하자.
그것이
우리가 이 싸움터에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설령 싸움에 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keyword
직장상사
직장
직장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