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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Jun 14. 2019

서있는 곳에서 보는 풍경

보는 방식은 해석의 방식을 만든다.

서는 위치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


직딩일 적에 노동자/연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던 시각과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더라.


진짜 많이 달라. 

그리고 나니 다른 풍경이 보이더라구.




 첫 직장은 유명한 공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승승장구했고, 우리는 바로 이어질 보상을 기대했지. 그러나 회사는 재투자와 공장을 증설하고, 더 허리띠를 졸라맸어. 솔직히 실망했어. 큰 성과를 내면 월급도 오르고, 인센티브도 기대했거든. 그리고 승진과 더 나은 대우를 기대했는데... 하룻밤의 꿈처럼.... 아주 허망하게 진짜 꿈이 되어버리고, 희망은 희망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에 멘탈이 날아가버렸지.


 그때부터였을 거야. 우리가 회사에 불신을 가지게 되고 타오르던 열정이 차가운 냉정으로 바뀐 시점이... 경영진의 행동과 태도에 화도 났고, 말로만 우리를 인정해주지만 실질적으로 그냥 월급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들 허탈감과 실망의 일상을 보내게 되었어.


노동자의 권리와 분배의 논리가 절대 정의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지. 


경영진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마음에 안 들었고,

매일 회사를 비웠던 대표는 놀러 다니는 거라 생각했지.

증축한 공장과 시설을 보며, 그것 역시 탐욕으로 보였고,

이전보다 늘어난 규정과 결재라인들이 헛짓거리라고 느꼈지.

사내 이사들이 사무실과 공장에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이 왠지 감시당하는 것 같았어.


그때의 나는 너무나 감정적이었고, 

내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외눈박이 철부지였지.


물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아. 

그때 조금이라도... 우리들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해 주었다면, 

그때 잠깐이라도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면, 

그때 빈말이라도 더 큰 그림, 비전을 제시해 주었더라면...


그렇게 경영진과 다툴 일도, 결국은 그렇게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었을 텐데...



두 번째 직장에 입사 한지 7개월도 채 안되어 회사는 급성장가도를 달렸고, 이번엔 뭔가 다를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결국 이상하리만큼 같은 패턴이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거야.


대표 얼굴 보기가 힘들어지고,

이전의 방식과 다른 보고 체계와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는 날 불안하게 만들었어. 


"아... 이거 왠지 싸한 게... 저번 직장하고 판박인데..."


투자를 받으면서 구조조정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되었지. 도대체 왜? 

물론 나와 내가 담당하는 팀원은 살아남았지만, 다른 팀은 합쳐지거나 일부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 떠나보내면서 경영진에 대한 반감이 생겼지. 


"동료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우리가 밤새가며 프로젝트에 매달렸던가"


분명 회사를 위해서 수행한 2건의 프로젝트를 성공하고, 투자까지 유치한 상황에서 이젠 다 잘 될 거라 기대했는데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은 상황에 어리둥절했었지.



세월이 흘러... 내가 직접 창업을 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회사를 이끌다 보니...


나도 회사에 자주 없을 때가 많아. 

고객 만나러, 영업하러, 협력사 미팅에, 돈 구하러... 여기저기 불려 다니지.

나와 같이 동행하고 있는 CTO는 공장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어.

처음 투자제안을 받았을 때, 상대방은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내걸더라.

사실 그때, 투자받는 걸 거절하였지만... 투자라는 것이 단지 자금 수혈이 아니라 회사 인력을 내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

자금이 생기면, 이것저것 다 챙겨줄 것 같지만, 사실 그때가 더 긴축해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해지더라.

없는 상황에서 식은땀 흘린 경험이 있다 보니, 더더욱 통장에 돈이 있을 때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더라.


그제야... 그때 왜 내 직장의 대표가, 경영진이 그랬는지 이해가 되더라.



양 쪽의 자리에 서 본 경험과 풍경을 비교하면서 그리고 공감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어.


우리의 이전 경영진들을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직원일 때, 꿈꾸던 것들을 자유로이 풀어버릴 것인가


어느 한쪽의 입장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양 쪽의 입장에서 재해석해야 해.




회사에 대한 재투자가 필요할 경우, 미리 직원과 동의를 구하되 약속한 것은 지킬 것!

회사 성장단계에 따른 시스템화는 필요하되 왜 필요한지 직원에게 전할 것!

경영진의 활동과 스케쥴에 대하여 직원들과 공유할 것!

업무 과정에서 수정되는 사항이나 방향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

불가피하고 껄끄러운 상황을 피하지 말고 대면하여 설명할 것! 


각기 서 있는 자리가 다르기에 달리 보이는 풍경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 절충안, 같은 높이가 되어 같은 목표를 볼 수 있도록 서로 공감하기 위해 노력할 것!


그것이 우리가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한 다짐이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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