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사람에 목마르다.
대학생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어. 그곳에서 이런 질문을 들었어.
"스타트업은 어떤 사람을 뽑나요?"
"글쎄요... 스타트업이 사람을 뽑는다기보다는 지원한 사람이 스타트업을 뽑는다는 표현이 더 잘 맞는듯한데... 뭐 그만큼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럼 스타트업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요?"
"하지만 스타트업도 선택을 거절할 권리도 있어요. 그럼...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대체로 창업가들은 기획력이 뛰어난 편이야.(여기서 '모두'가 아니라 '대체로'라고 쓴 이유는 내가 창업을 했기 때문이다)
기획이라는 일은 굉장히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야. 관련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취합하고 그걸 재구성하는 능력인데 매우 이성적이고 지식을 요구하는 업무야. 남들이 보지 못 한 것을 알아내거나 방법을 찾아가는 능력이 있다거나 빨리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거나 머리 회전이 빠른 분들이 많아.
우리 창업자들은 직원들을 바라보면서 누구나 이런 속마음을 가지고 있잖아.
"우리 마케터는 기획력만 있으면 진짜 최곤 대..."
"기획할 줄 아는 개발자 어디 없나? 탑다운만 기다리는 단순 개발자 말구"
"디자인 감각은 좋은데 아이템과 결부된 기획이 더 반영되면 좋을 텐데..."
자! 기획할 줄 아는 개발자/마케터/디자이너를 구하기 힘든 이유는....
그런 사람들이 창업을 이미 했거나 아주 고액 연봉을 받으며 큰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지.
(물론 나처럼 뭣도 모르고, 무식하게 창업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몸으로 부딪히는 무지몽매한 부류는 제외하고 말이야)
이건 거의 경력자를 찾을 때 하는 말인데... 경력자를 선호하는 현상은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건 부인 못 하겠어. 특히나 스타트업의 경우, 더 간절하게 경력직을 원해.
신입에게도 경력을 쌓을 기회를 달라는 구직자의 입장도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 성과를 내고, 성장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거든.
그렇다고 신입이 합류될 가능성이 없냐고? 아니 아니 아니야~ 스타트업에서는 창업 멤버나 코 파운더는 경력자를 선호하지만 실제로 첫 직원은 신입인 경우가 더 많아. 그리고 대표자의 성향, 경영진의 마인드에 따라 신입을 채용해서 자신들의 색이 물들길 바라는 회사도 많아.
문제는 신입이든, 경력이 든 간에 회사는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니라 일하러 오는 곳이거든. 어설프게 경력직을 따라 하기보다는 신입의 강점을 더 어필하는 게 좋아.
회사의 업무능력이란 단지 경험으로만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 해.
강한 동기/기본 매너/아이디어/트렌드 파악 등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거든.
실전에 투입 가능한 인재는 얼굴이 철판이라 사람 만나는 걸 즐길 수도 있고,
우리 회사에 관심이 많거나 고객을 잘 아는 사람일 수도 있어.
결국은 경력직의 강점이 경험에서 나오는 능력치라면, 신입의 강점은 신선함/절실함/열정을 어필하는 거지.
"조별과제? 그거는 인간관계가 어떻게 파탄 나는지 알아보는 실험 아닌가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끄집어내는 과제를 팀플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때부턴가 조별 과제 또는 팀플에 대하여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어.
개별적인 업무 분담과 공동의 목적/목표를 수행하며, 과정 가운데 커뮤니케이션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어만 다르지 스타트업의 프로젝트 단위 업무와 동일해.
그렇기에 솔플보다는 팀플을 할 수 있어야 하지. 물론 연구직이나 기술직에서는 솔플이 환영받을 때도 있어.
그럼에도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직원도 성장하여 관리직을 넘어 경영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하기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요시 여겨.
어느 순간부터는 솔플이 아닌 팀플로 리딩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하는 때가 올 거야. 그런 자질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학창 시절에 조별과제나 팀플 과제에 좀 더 의미를 두고 경험하길 바래.
누가 뭐래도 스타트업이 모시고 싶은 최고의 인재는 덕후야.
다른 능력들보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능력이지. 이건 경력이고 뭐고 다 씹어먹어. 우리 아이템에 있어서 덕후라면 무조건 모셔야 하지. 게임회사가 원하는 최고의 인재가 겜덕후고, 화장품 회사에서 최고의 인재는 코덕이거든. 이건 누구도 반박 못하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괴짜들을 너드(Nerd)라고 불러. 원만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회사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동료 간의 협업을 중시하겠지만, 진짜 쾌속성장과 자신들만의 색깔을 강하게 어필하는 스타트업들은 덕후들에 환호하지.
그리고 우리도 너드 또는 코덕을 원해. 디자인에 미쳤거나 SNS에 미쳤거나 코딩에 미쳤거나 우리 회사의 사업영역에 필요한 또라이들을 원해. 그건 스타트업이라면 다들 탐내는 인재야.
그래서 스타트업은 더욱 사람 구하기 쉽지 않은 거 같아.
하지만 어딘가에서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는 별종들이 눈을 돌려 Fit 맞는 별종들을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어.
그냥 생계를 위해 남들과 같은 공부 하면서, 남들과 같은 스펙을 따라 하기보다는 너만의 스펙을 만들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 꼭 스타트업에 올 필요는 없어. 우리는 너와 같은 사람을 간절하게 필요로 하고 있지만, 그건 우리 생각이고....
너는 너만의 길을 가야 해. 다만, 남들이 말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남들이 하는 대로 복제되듯 만들어지지 않길 바래. 너가 너답게 살아간다면, 그리고 우리가 우리답게 살아간다면... 너와 우리는 언젠가 만나게 될 거야. 어떠한 형태든 어떠한 인연이든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니까.
취업을 준비하는 너를 응원해.
너다운 너의 삶을 기대해.
더 힘내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땀 흘리는 너를 위해 준비된 자리에 꼭 취업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