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는 의지하고 싶어 지더라.
"너 교회 다니지 않았어?"
"지금도 다녀"
"교회 다니는 티가 안 나는 거 같아서..."
"내가 넘 세속적인 삶인 거라 그렇겠지?"
종교랑 정치 이야기라는 건 논쟁거리와 선입견을 재생산할 수 있기에 사업가에게는 입에 올리는 걸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야.
특히 종교나 정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도 얼핏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다르게 해석될 수 있거든.
그리고 그런 게 원인이 되어 괜스레 분쟁이 생길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입에 지퍼를 달았지 뭐.
물론 엄청 열심히 교회를 나가거나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아냐.
어중간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흘러가고 있지.
그래서 이번에 글을 쓰면서 조금은 조심스러워.
여기서 언급하는 특정 종교는 내 개인적인 사례니까 너무 깐깐하게 보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어느 날 친분이 있는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러 갔다가 크리스천 창업가 모임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처음 느낌은...
시간이 매우 부족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런 신앙 모임을 가진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어.
'지금 당장 현장에서 뛰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 때문에 이전에는 명확하게 난 좀 부정적이었거든.
근데 요즘에는 다른 면으로 보이기 시작했어.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고, 같이 응원해주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멋져 보이더라고.
누군가 내 걱정을 해 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잖아.
그 혼란스러운 마음에 글을 통해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리고 그들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신앙과 사업이라는 영역에 대하여 돌아보고 있어.
지난 내 글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외적 변수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우리의 예상과 통제 범위 밖에서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
그게 리스크가 되어 다가 올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되어 사업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
어떤 이들은 그걸 "사업운"이라고 정의 내리며, 사업의 7할은 운이다라고까지 말해.
나는 행운/기적/요행과 같은 어찌할 수 없는 예상불가 요인들을 애써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지.
사업을 하는데 이런 요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케이스가 많다는 건 나도 동의하고 인정해.
그럼에도 이것을 과장하거나 부풀려서, 또는 자주 언급하다 보면
거기에 의존하게 되거나 내가 해야 할 일들마저 등한시하게 될까 봐 우려되거든.
막연한 기대와 운보다는 내가 할 일을 우선 해 놓는 게 맘 편해.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하고 나서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하늘에 기도할 때, 응답해준다는 신념이랄까?
대학생 일 때, 같은 교회 다니던 크리스천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
"이미 다 해 놓고 기도하기보다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하나님께 의지하고 나아가는 게 중요해"
근데 나도 인간인지라 그렇게 하다 보니
내가 해야 하는 일까지도 손 놓고 의지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 거야.
그게 맞는 걸까라는 의문에 고민하다 보니... 나 자신이 너무 약싹 빠른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어.
신의 도움을 받으면, 다음에도 신에게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나를 학창 시절에 여러 번 봐왔거든.
(한마디로 난 기복적인 신앙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녀석이란 거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는 고백 뒤에 숨어서 신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으려는 본성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지더라고.
내가 찾지 못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당시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던 목사님에게 물어보니 이런 대답을 해 주었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기도를 끊임없이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되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한다는 사람은 행동과 삶이 이전과 바뀌어야 해요. 믿음은 믿는다는 말로 시작되지만 믿음의 증명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사명에 집중하면서 기도를 병행하는 게 성경에서 말하는 믿음을 지켜가는 사람들입니다."
요즘 그래.
코로나 19로 인해 사업에도 많은 타격과 힘든 시기를 경험하고 있어.
참 나도 멘탈이 많이 깨지더라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흰머리도 많이 늘어났어.
이럴 때, 잠시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 져.
그 대상이 친구가 되었든, 가족이 되었든 다 좋은데...
가끔은 나 혼자 꿍하고 있자니 못 견디겠고,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들이 있잖아.
나 때문에 다들 너무 걱정할까 봐....
그럴 때 신앙이라는 것은 또 다른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어.
너무 힘들고, 지칠 때...
남들이 보기에는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매달려 기도하고 투정 부리고,
한풀이하듯 이야기를 떠벌리는 것도 내겐 큰 도움이 되는 걸.
스트레스 내성이 강하거나
자신감이 충만하거나
뭐든 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면
굳이 의지할 대상을 찾지 않아도 잘해나가겠지만...
우리가 항상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잖아.
그래서
가끔은...
신에게 간절하게 의지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신 앞에서 당당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은 고난과 두려움 속에서 힘들어질 때...
나 홀로 조용하게 기도하고 잠들면,
내일은 다시금 희망과 기대감으로 시작할 수 있더라고.
그렇게 새 힘을 얻은 하루를 만들어가야
어제보다는 더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