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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Jun 24. 2020

때로는 마음껏 좌절해라

"결과를 응원하지 말고, 나를 응원해줘!"

"좌절금지"


한 때 위로하고 응원한다는 의미로 유행하던 메시지였어.

힘들고 지쳐서 포기하고 싶어 하는, 도망치고 싶은 친구에게


"포기하지 마"

"좌절하지 마"

"조금만 더 힘내"


라는 말로 응원을 하며, 희망을 독려하는 것이

틀리다거나 잘못되었단 말이 아니야.


다만,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응원의 메시지가 꼭 필요한 상황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귀에 흘러들어 갔다 사라지는 공허한 응원에 그친다는 거야.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응원이 될 수도 있지만,

막무가내 희망 회로를 주입시키는 독이 될 수 있어.



경험적으로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응원할 때,

"파이팅,  더 힘내라"라는 식의 말을 건넬 때는

늘 제3자의 입장에 서있을 때였어.


마치 [바둑판 옆 훈수꾼]과 같다랄까?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다 보니

전체판을 살펴보고,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응원도 훈수하듯이


"더 참아봐, 더 잘해봐, 더 힘내 봐 그러면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라는 논지로 계속 더 무언가를 행동하길 바랬지.

이러한 마음은 꼭 좋은 결과나 성과를 이루길 응원하는 마음이었어.

하지만 이러한 응원에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더라구.


바로 [공감]이야


위로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희망적이고, 더 잘 될 거라는 말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확인받고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끙끙 앓고 그만두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소연하기도 해.


정말 포기해야 할 일들도 있어.

오히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만 멈추라는 것도 응원이야.


마라톤에 출전하여 최고의 페이스로 달려 숨이 목젖까지 차오른 선수에게

"더, 더, 더"를 외치며 독려하는 게 보다 나은 기록, 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선수의 건강 더 나아가 생명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어.


그리고 그 선수가 출전한 경기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듯,

다음 경기나 다른 기회를 위해서 "잘했어!, 수고했어!" 쯤으로

중도에 멈추게 하는 것도 또 다른 옳은 판단이 될 수 있거든.


모든 걸 다 떠나 잠시 쉬어야 할 상황도 있고,

원 없이 좌절하라고 등 떠밀어주는 것이 지금 당장은 무책임한 조언 같지만...


그것이 바로 [듣고 싶고, 위로받고 싶었던] 응원일 수도 있어.



살다 보면, 우리는 한계라는 놈을 자주 마주하게 되지.


누구는 그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기를 쓰고 넘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는 한계를 직시하고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해.

누구는 그냥 포기하고 다른 우회로를 찾아가는 사람도 있고,

누구는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려 넘어가기 위해 사람들을 찾기도 하지.


그만큼 방법은 가지각색이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상황에서 해 줄 수 있는 응원이 한 가지만 존재할 수는 없는 거지.


그렇기에

조언이나 위로를 받고 싶은 친구에게

결과론적으로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에

더 분발하라고 응원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공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효과이나 결과보다 오히려 감성적으로 동조해 주는 말 한마디가 더 좋을 때가 있어.


객관적이고, 낙관적이고, 희망 뿜 뿜 응원도 좋지만

때로는 감정적이고, 현실적이고, 정적인 응원도 필요해.




동갑내기 친구이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창업을 했던 녀석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고군분투하며 힘들다는 넋두리를 있었어.


함께 동석한 친구들처럼

"버티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악으로, 깡으로 이겨내",

"야! 그래도 넌 니 사업이잖아! 포기하면 안 되지"

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더라.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는 그와 같이 사업을 하다 보니

그게 맘처럼 쉬운 게 아니란 걸 알거든.

직장인과 달리, 스타트업 대표라는 입장에서

막연하게 잘 될 거라는 말은 전혀 공감이 안된다는 걸 아니까.


모임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카페에 들러,


"잠 좀 자고, 좀 씻고 다니고, 밥도 챙겨 먹어.

그리고 술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세상 욕하고 싶으면 같이 욕 해 줄게"


라는 말을 끝맺음으로 친구를 보내주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 정리를 하며, 폐업 진행하기로 했다고 알려왔어.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그래도 그것이 또한 그 녀석의 결정이기에 잘 한 선택이라고 믿어.


우리들의 인생은 아직도 다 쓰이지 않은 미완의 소설이니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미지의 길과 만남, 기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친구야!

내가 올린 글들을 한 번씩에 몰아서 읽는다고 했지?


사업 정리하면서 지금은 신경 쓸게 많아서 한 동안은 정신이 없겠지만

한 숨 돌리고 나면, 넌 분명 이 글을 읽을 거야. 직접 전하지 못한 말 남길게.

(그리고 이쉑! 전화나 톡 좀 받아라!)

 

"맘껏 좌절해라!

니가 계속 주저앉아 있을 놈은 아닌 거 아니까

원 없이, 한없이, 후회 없을 만큼 좌절해 놓아라.

그동안 수고했고, 앞으로 더 수고할 일 많은데

잠시 푹 쉬어라. 난 니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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