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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Jun 29. 2020

다시 한번 꺼내 든 단어, 철학

근데 철학이 뭔지는 알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철학과(哲學科)]라는 대학 전공은 있지만

막상 [철학]이 뭘 배우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이 없어.


솔직히 나도 어렸을 때, 이름만 듣고는 어떤 걸 배우는지는 알지 못했어.

그리고 딱히 누가 [철학]에 대하여 콕 짚어서 가르쳐 준 적도 없고 말이야.


우스갯소리로 철학을 배워서 졸업하면 [철학관]을 하는 거 아니냐고 진지빤 드립을 치기도 했지.

(철학관: 사주 및 운명/작명을 비롯한 천운과 미래에 대한 해석 및 대안을 제시해 주는, 쉽게 말해서 점 봐주는 곳인데 주역이나 음양오행 같은 거 따지면서 좀 있어 보이는 점집이랄까? 실제로 [철학]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어.)


어렴풋이 기억하건대,

티브이에서 나오던 [철학과(哲學科) 선배]라는 이미지는

군대 전역하고 복학한 아저씨 같은 이미지에 

머리는 덥수룩하고, 캠퍼스에 공부보다는 자유인처럼 활보하는 인물상으로 비쳤지.


그래서 철학이란 학문이 뭘 배우는 건지는 몰라도, 

학업이나 세상과 담쌓고 사는 사람인가 보다 그랬어.




그러다 대학 교양과목으로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접하게 되면서, 

철학이라는 학문이 꽤 방대하게 넓고, 파고들면 골치 아파지는 학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공자, 노자, 장자, 주자, 왕양명,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칸트, 니체, 헤겔, 데카르트, 흄, 하이데거 등등


얼핏 유명한 철학자들만 해도 이만큼인데 존재론이 어쩌고, 인식과 실재의 차이가 어쩌고, 

형이상학이라던가 논리와 비판/해석/구조가 어쩌고 하는 게 넘 빡씨더라구. 


시대별 철학자들의 이론들은 알면 알수록 헷갈리고, 알 수 없는 어려운 단어들이 막 생성되는데...

그래서인지 그 수업 이후로 내게 철학이란 [가까이할수록 어려워지는 인문학]이라는 편견이 생겼지.

(학점은 꽤 잘 나와서 만족했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던 과목이었다)




그렇게 기억에서 잊히고 있을 때쯤,


사회에서 만난 형들이나 직장 선배/상사들이 자주 듣게 된 말이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


아니, 내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잠시 배운 [철학]과 

인생 선배들이 말하는 [철학]은 엄연히 느낌이 다르잖아.


근데 이 두 가지 정말 다를 것 같은 철학은 근원이 같아.

그 증거는 [철학]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철학(哲學)

 1) 哲(밝다, 슬기롭다, 알다)

 2) 學(배우다, 공부하다, 학문)



철학의 한자는 밝을 철, 배울 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대로 직역하면 "밝히려고 배우는 것"이야. 


또한 영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Pilosophy(철학)이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인데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나왔어.


필로는 "좋아하다"

소피아는 "지혜"란 뜻이야.



지혜나 지식을 좋아한다는 게 말이 이쁘지 속뜻은

"인간, 삶(life),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나 법칙, 본질 등을 연구한다는 학문"이란 뜻인데...


참 애매모호하면서도 갖다 붙이면 뭐든 다 철학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참 어려운 학문이야.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기만 해도 이게 꽤 확장성이 높고 나라는 걸 알 수 있지.


근데 여기서 [근본 원리, 법칙, 본질]에 대한 궁금증, 질문에서부터 

그 답을 찾기 위한 배움이 철학이라는 걸 알 수 있어.


세월이 흐르고,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이론들이 정립되면서,

광범위하고 너무나 많은 종류의 철학으로 분화되어 

복잡하게, 어렵게 다가오지만 사실 그 처음은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것은 무엇인가?, 어디서 탄생한 건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소멸하는가?" 


라는 커다란 물음들에서 시작되었어. 가장 원초적인 질문들이지.

그렇기에 철학이라는 것은


[본질/정체성을 찾아가는 학문] 이란 거지.



철학의 또 다른 뜻은

[통찰력(insight)]와 [정의(define)]야.


철학이라는 단어를 학문적으로 분석해야 하는지, 

현대 사회에 맞춰 통용되는 의미에 초점을 두어야 할지, 

어떠한 입장과 관점에 서 있는지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어.


물론 늘 새로운 지식과 고객의 트렌드를 탐구하고 

보다 현명한 선택을 이끌기 위한 정보를 찾아다녀야 한다는 점에서는 

[필로소피(Pilosophy)]라는 철학 본연의 뜻과 딱 맞아떨어져.


그런데 나는 본질/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은 크게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령 우리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다고 생각해보자.

먼저 문제에 제시된 지문을 읽어보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잖아.

이 과정은 "통찰력"이 필요한 단계야.

그리고 여기에 숨겨진 힌트와 공식을 떠올리게 될 거야.

이러한 유형의 문제는 어떤 공식을 써야 하고, 어떠한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떠오르겠지.

바로 "정의(기준 설정)"의 과정이야.


1. 본질/정체성이 무엇인지 알아야 함 ->  통찰력

2. 본질/정체성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함 ->  정의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 앞에서 

각자의 대응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어.


나는 이렇게 풀어가겠지만, 너는 다른 풀이를 찾아내겠지.

누군가는 또 다른 방법을 추구할 거야.


문제는 자신만의 철학이 없다면, 

우리는 누가 하는 대로 또는 하라고 한대로 밖에 못해.


어떠한 문제를 판별하는 능력도 없고,

뚜렷하게 정해진 기준이 없으면, 

항상 이도 저도 선택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남의 말에 홀랑 넘어가서 내 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되지.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만의 인사이트와 정의(기준 설정)를 가질 필요가 있어.


"만약 같은 가치의 어떤 선택지 앞에서

이것이 맞나, 저것이 맞나 망설이고 있다면 

나만의 철학을 다시 정의해보길 바래."



이전에 인사이트(통찰력)에 대한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정의/기준으로써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인사이트 다음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그것을 정의 내리고 기준으로 삼아 어떠한 선택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결정의 프로세스를 갖추어야 합니다.


사실 이전에 작성한 - [인사이트]에 대하여- 전에 올렸어야 하는 글인데 제가 빠져먹었더라고요.

뒤늦게 발견하고 올립니다.


https://brunch.co.kr/@seonhongchae/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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