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Oct 07. 2020

거품 낀 만남은 힘들어요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살아가는 게 아니잖아요

가끔씩 부담스러운 자리에 참석할 때가 있어.

나를 초대해 준 분에게 감사한 마음과 가벼운 마음으로 초청에 응했는데...


막상 참석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나에 대한 

소개를 해주면서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한, 과도한 높이의 비행기를 태워주시는 거야. 


그렇다고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라고 정색할 수도 없어.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초대해 준 분의 체면이 있다 보니

그냥 웃으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가곤 하지.


그때부터 그 자리가 나에게는 부담을 넘어 불편해지기 시작해.

명함을 주고받을 때도, 담소를 나눌 때도, 이런저런 질문을 받을 때도...

눈길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 자리를 위해 즉석에서 만들어진 나'를 연기해야 하는 건가 하는 회의가 들어.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 가운데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내가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신조이기에

얼떨결에 거품끼, 기름기 잔뜩 낀 과장된 소개에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어.

(내가 좋아하는 거품 낀, 기름기 잔뜩 낀 건 치맥 밖에 없다구욧!)


물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남들 보이기에 포장이 좀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이어진 만남은 결국 어느 정도 선에서 더 이상 신뢰가 쌓이기 힘들어지거든.


몇몇 사람들은 스스로를 과대 포장해서 관심을 받고 싶어 하기도 해.

더러는 자신의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을 높이면서 은근히 자신도 높이 바라봐 주길 바라지.


"내 친한 지인이 OO인데, 요즘 엄청 잘 나가잖아"

"유명한 OOO 알지? 걔가 예전에는 나한테 도와달라고 했던 때가 있었지" 

"이 친구는 OOO 대표인데 지금 XX업계에서 이렇고 저렇고 불라불라~"

 

개인적으로 가장 경계하는 사람의 유형들이야. 

들으면 알만한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어.

그래서 어쩌라고!


지인이 유명하거나 대단한 거지 알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지는 않아. 

그 이야기를 듣고 "우와~!"라며 탄성을 내지르는 사람이 있다면, 

상황상 분위기를 잘 맞춰주고 있거나 무지할 정도로 순진한 사람일 거야.


제발 본인 이야기를 하던가,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주던가만 해.

남 이야기 부풀리거나, 어떻게 자기도 편승하려고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어.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 굉장히 불편하거든.

특히나, 뻔히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욱 불편을 넘어 화가 나니까.



대표의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것도 마케팅의 일부라고 하는데,

그것도 뭐 마케팅으로 쓸 만한 능력이 있을 때 이야기지.

나처럼 그런 능력에 젬병인 입장에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편해.


이런저런 수식어나 띄워주는 자리라면 아예 참석조차 고려하지 않아.

차라리 공장에서 제품을 더 생산하는 게 맘 편하지.


남이 떠벌인 장단에 맞춰서 연극을 잘한다면 사업이 아니라 배우를 했어야지.


그 자리에서는 당황해서 안절부절, 식은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런 경우를 당해야 하나 의문이 들어.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자리가 곤욕스럽고, 싫어.


솔직하게 말해서,

저녁에 행사인데 식사를 준다고 해서 마침 근처에 볼 일이 있겠다, 

지난번에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눈 거 같아서 

겸사겸사 임도 보고, 배도 채울 겸 참석했어.


난 단순하게 맛있는 케이터링 식사가 1순위였고, 2순위는 지인분께 인사하는 거였다고.

너무 원색적인지는 몰라도 진짜 1순위가 밥 해결하는 거였어. 

그날을 하루 종일 굶기도 했고, 케이터링이 진짜 맛있는 음식의 향연이었다고.


하지만 내가 아닌, 나인 것 같은데 정말 나는 아닌, 

그런 소개를 공식적으로 해버리면 맘이 불편해서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냐고. 


빨리 그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지. 

아니, 아예 처음부터 여길 오는 게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하겠지.  


마지막으로...

그 자리가 네트워킹이 주목적인 자리고, 

어떻게든 연계하거나 협력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자리였는데...

마이크 잡은 분들이 서로 자기 자랑만 나열하는 모습이 참 별로여!

난 또 전국 자기 자랑 대회인 줄 알았네.


목적의 취지에 맞게 소개하는 자리가 될지언정 자랑질하는 자리는 되지 말아야지.

협업/제휴를 목적인 사람들이 궁금한 건 

얼마나 상대가 잘났냐 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대 인가 와 

우리는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야.


당신들이 무슨 상을 받았고, 

무슨 과거 경력은 그리 많은지...

무슨 협회의 뭔 직함이고, 

누구랑 만났는지는 궁금하지 않다고.


그런 말 할 시간에 지금 뭔 일 하고 있는지만 설명해도 빠듯할 거야.



차라리 근처 청국장 집에서 내 돈 내고 맘 편하게 밥 먹을걸 그랬어.

그냥 거절하고 좀 일찍 집에 들어가서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잘 걸 그랬어.


이런 경험들 때문에 대표들이 네트워킹 자리 나 무슨무슨 모임 같은 거 안 나가는 거라고요.

에휴~~ 시간 아깝고, 마음 불편하고, 신경 곤두 선거 생각하니 

너무 아깝고, 화가 나서 궁시렁궁시렁 해봤음...


낼부터 공장과 사무실에 칩거해서 열심히 일만 해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몸부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