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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Oct 03. 2020

Re:제로 - 힘든 시기에 초심 이야기(1)

" 직원들에게 전하는 초심 이야기"

잘 나갈 때, 초심을 기억하라며 교만하거나 방만하게 되는 걸 경계하기도 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초심을 기억하라고 되뇌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마음가짐을 다 잡기도 해.


예전에 초심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는데

그때는 사업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몰아 오고, 

실제로 결과가 좋아져서 이런저런 유혹이 생길 때의 초심 이야기를 꺼냈었어.


이번에 초심 이야기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전해주는 근원적인 메시지를 남길 거야.

 

그렇게 다시금 꺼내 돌이켜보는 "힘든 시기에 초심 이야기"야.


처음은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초심"에 대한 메시지로 시작할게.



앞에서 언급했지만 뭔가 잘 되어갈 때의 초심을 들먹거리는 건 귀에 잘 안 들어올 거야.


직원들에게 

"우리 안주하거나 들뜨지 말고,

처음 가졌던 그 마음 그대로 평상시처럼 업무 합시다."

라고 말을 해도 이 말이 마음에 와 닿거나 뜻깊게 생각하지는 않아.

오히려 대표로서 으레 하는 감사와 노고에 대한 인사로 받아들이지.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초심"을 언급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다르게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져.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건가?, 몸 사려야겠네'

'인센티브가 없나 보다, 월급은 제대로 나올려나?'

'회사가 어려우니 다른 데를 알아봐야겠네'


말은 안 하지만 

회의 시간에 눈 앞에 펼쳐지는 적막감과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의 얼굴을 통해 들려오는 속마음이 귀에 들리는 듯해.


나 역시 직장인이었고, 피고용인이었고,

회사, 조직에서 경영진의 의사를 듣던 입장이었던 때가 있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직원들이 추측하는 게 틀리지 않았어.


회사가 힘든 때에 경영진이 꺼내 드는 "초심"이라는 단어는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팩트들을 

완곡한 뉘앙스로 직원들에게 전달해주거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팩트,

긴축하겠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도 팩트,

구조조정도 염두하고 있다는 것도 팩트,

앞으로 더 열악한 고생길이 기다리는 것이 팩트지.


그렇기에 부정적인 기운이 엄습해 올 수밖에 없어.

불안해지고, 마음에, 뇌리에 꼭 박혀서 일이 손에 안 잡힐 수밖에 없을 거야.




대표가 이 말을 꺼낸 진의는 뭘까라고 고민해 줬으면 좋겠어.

과연 다들 회사가 어려우니 살 길 찾으라고 이 말을 꺼냈을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독려하고, 잘해보자는 뜻이야.

그렇다고 지금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기에 최대한 적정한 선에서 

경각심과 양해를 동시에 구하는 말이기도 해. 


사장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구성원들이 각자도생 하면서 회사가 무너지는 거야.


어떻게든 회사를 정상궤도로 올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꺼내 든 말이 

오히려 회사의 공중분해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그에 수반될 여러 가지 불편함과 어려움...

더 나아가서 불합리함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동의를 구하고자 꺼내 든 말이야.


그 가운데서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은 이탈하게 되는 거고,

동의하는 구성원은 함께 고생길에 들어가는 것을 예상하기에

쉽게 내뱉기 어려운 말이야.


선택은 구성원 각자의 몫이지만

결론적으로 사장은 책임을 지고, 수습해 나가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되지.

그리고 결과를 토대로 앞날을 꾸려가야 해.


그렇기에 마음 한편으로는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이고,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고, 미루고 싶은 맘이 드는 말이야.



무작정 직원을 붙잡아 두려는 건 사장의 과욕이고 이기적인 마음이야.


이런저런 핑계로 직원들을 손쉽게 해고하려는 건 저질이고,

그런 사례를 만들어 직원들을 불안하게 해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복종, 희생을 강요하는 건 더 악질이야.


환경과 상황을 이유로 들어서 

사실은 죄 똥만큼도 없는, 억지로 쥐어짠 직위로 

갑질을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해.


적어도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나뿐만 아니라 회사 대표라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사장이 되어야 해.




회사 채용 면접 때, 내가 한 공통질문은 "꿈이 뭐예요?" 였어.

연이어 우리 회사에서 그 꿈을 어떻게 이루어 갈지, 

어떤 부분에서 회사의 꿈과 핏이 맞을지를 

서로 수다 떨면서 면접 같지 않은 티타임을 했던걸 기억할 거야.


최종적으로 우리가 함께 하기로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도

우리는 각자 개인의 꿈이 반영된 "초심"을 공유하기로 했었지.


그게 회사의 꿈이 되고, 사업방향이 되고, 성장동기가 되니까.


하지만 꼭 그게 현실이 되지는 않더라.

우리가 꾼 달콤한 꿈대로 흘러가기보다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악몽으로 다가올 때가 더 많았지.


그럼에도 우리의 초심을 다시 꺼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


"초심"을 들먹이면서 무모한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나쁜 사장이 되려는 게 아니야

힘든 시기라는 이유를 핑계로 

구조조정을 하거나 비용절감이란 숙제를 단박에 해결하려는 속셈은 더더욱 없어.


사실 이런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떠나가거나 떠날 준비를 할 거야.

누군가는 이런저런 비자발적인 상황에 얽매여 남으려고 할 거고,

누군가는 초심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질 수도 있어.


나는 우리를 거쳐간 모든 사람들이 잘 되고 어디서나 환영받길 원해.

혹,

우리와 함께 있을 때, 이루지 못한 것을 다음번에는 꼭 이루어 성장하면

진심으로 축하하고 인정해 주어야 하는 거야.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이 잘 되는 것보다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 잘 되는 것이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어.


그렇기에 가장 소망하는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겠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회사라는 이름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되길 원해.


어떤 선택이든 존중하고, 받아들이겠지만

그러한 내 진심은 알아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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