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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Oct 04. 2020

Re:제로 - 힘든 시기에 초심 이야기(2)

"떠나간 자에 대한 이별 공식"

지난 글에 이어 

떠나가는 이들에게 초심에 대한 당부의 글을 남기려 해.


창업자라면 누구나 처음에는 

아무도 퇴사하거나 떠나가는 사람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상상을 하곤 하지.

(공무원도 부러워하는 회사가 되는 건 꿈이려나?)


근데 실제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퇴사자/이직자가 생기고 이런저런 사유로 떠나가는 직원들이 생겨. 


만남이 있기에 이별이 있다는 노래 가사처럼 

회사에 무작정 직원을 붙잡아 놓으려는 망상은 일찍부터 버리는 게 좋아.


오히려 회사 경영자는 떠나가는 직원을 축복하고, 손뼉 쳐 주는 모습을 그려야 해.


잡플래닛이라는 구인구직 서비스가 있어. 

거기에 스타트업들 경영자들의 불만이 암암리에 많지. 

퇴사한 직원의 평가가 고스란히 공개되면서 

신규채용이 어렵다거나 기존 직원들의 자존감/사기저하에 영향을 준다는 거야.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잡플래닛의 영향력이 클까라는 의문이 생겨. 

그리고 이게 채용 플랫폼의 문제라기보다는 

근원적으로는 "떠나간 자에 대한 이별 공식"의 풀이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나는 생각이 들더라고.




경영진이라면 떠나간 자의 뒷모습을 떠올렸으면 좋겠어.

회사에 입사해서 열정과 패기가 넘치고 뭔가 꿈꾸는 것을 가지고 있던 

신입시절의 그 또는 그녀가 제대로 된 이별인사나 송별 자리도 없이 후다닥 떠나버렸다면, 

그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채용하고 보니 우리가 원하던 인재상과 다르더라고요"

"실수도 많고, 업무능력이 떨어져서..."


그건 채용을 결정한 순간부터 경영진의 책임이야.

아무리 사회에서 뛰어난 사람도 군대에 신병으로 들어가면 어리바리하고, 실수가 많아.

그러한 신병이 자기 몫을 할 정도의 군인이 되기까지는 많은 훈련과 교육, 시간이 필요한 것과 같아.


직원의 퇴사 사유가 무조건 회사의 책임인건 아니야.

더러는 정말로 직원이 사내 분위기를 망치고 직원 간 협력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회사 내규와 반하는 행동과 사건사고도 있을 수 있어.


그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국 회사도 직원의 퇴사에 대한 주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어.


그냥 막무가내로 지원해서 어쩌다 들어오게 된 경우도 있다지만,

그건 채용과정에서 제대로 뽑지 못한 

담당자의 직무태만 또는 채용 시스템의 부재인 거니

그것 역시 회사 책임인 거지.



회사와 퇴사자가 서로 감정적으로 안 좋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아마도 평소에 소통 부족이 큰 것 같아.


퇴사하는 날이 돼서야 다 훌훌 털어버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꾸준히 제기하고 말해 왔던 내용들인데 대표가 그냥 넘겨들었거나,

어쩌면 그동안 말하지 않고 꾹꾹 눌러 담았기에 알 수 없었던 불만들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처음으로 돌아가서...

복리후생, 연봉, 회사 문화, 내규, 처우, 업무 등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기로 마음먹고 합류했던 사람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고 입사를 결정하게 된 거야.


비전이나 업무의 특성, 배움의 기회와 개인의 성장 가능성 등이 

정량적인 조건들을 압도했기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거지.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회사 탈출만을 꿈꾸게 된다면 

그것은 실망과 좌절이 지속되는 회사생활이었다는 반증이야.


퇴사자를 통해서 경영진은 한층 더 경각심과 내부를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어.



간혹 스타트업의 일상 중에는 

인턴기간이 끝나거나 퇴사하면서 송별 파티를 열어주는 회사를 보곤 해.


함께 일했던 동료에게 축하의 인사와 고마움을 담아 

웃으며 보내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


사실 꼭 파티까지는 아니더라도 떠나는 순간을 멋지게 마무리해준다면, 

구성원들은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에서 훗날 자신의 모습도 상상할 수 있을 거야.


예를 들어, 퇴사자의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이직이나 타 기업 입사에 필요하다면 추천서 정도는 적어줄 수 있잖아.

그리고 그간 아쉬웠던 점,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면

떠나는 이에게 들어두는 게 좋아.


대표 입장에서 보이지 않았고, 소홀했던 우리 조직의 문제점을

가장 솔직하고,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그렇기에 퇴사자는 떠나가는 순간까지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고,

그렇게 인연이라는 끈이 아름다워지는 거라고 생각해.




퇴사를 몇 번 했다, 퇴사도 능력이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솔직히 난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정말 한심해 보여)


짧은 시간에 퇴사가 많다는 것을 좋아할 만한 회사는 없어.

게다가 퇴사의 경험이 빈번해질수록 점차 더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질 거야.

 

퇴사 자체는 절대로 부정적이지 않아.


하지만 반복적이고 짧은 텀의 퇴사가 자주 있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포장한다 해도 문제가 있다는 거야.


그걸 경험이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해.


만약 회사 폐업을 자주 경험했다고 하는 사람을 네가 따라 하고 싶겠니?

그것을 좋게 좋게 생각하려 해도, 너는 그걸 부러워할 수 있어?


무조건 경험이 좋은 건 아니야.

이미 퇴사를 자주 경험한 사람은 누구도 같은 상황에서 늘 같은 선택을 하게 되거든.

또한 조직생활에 뭐가 문제 있는 거 아냐라고 보는 시각은 당연하게 따라다닐 거야.


시간은 흘러가고, 고용시장에서의 경쟁은 나날이 더 심해질 거야.

누군가는 경력과 전문성, 포트폴리오가 채워지고 있는데 반해,

잦은 퇴사가 경력이 되어버리는 바보짓은 하지 말길 바래.



퇴사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방금 나온 곳과 달리 새롭게 앞으로 만날 회사 또는 어디를 가서든

초심을 망각하는 경험을 반복하지 말라는 거야.


꼭 회사의 성장에 맞춰서 살 필요는 없지만,

네 뜻이 닿는 곳이라면 정말 독하게 직장생활 파고들어봐.


어딜 가나 좌절과 절망감이 엄습해 오면서 너의 마음을 흔들 거야.

또는 다른 유혹이나 루틴 한 삶에 길들여질 수도 있어.

그럴 때마다 남들처럼, 이전처럼 타협하거나 쉽게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언가에 뛰어난 인재가 되는 것은 "독종"이 되는 과정이 필요해.


어정쩡한 마음가짐은 어정쩡한 행동을 만들고,

그것이 켜켜이 쌓여 어정쩡한 삶으로 향하게 만들어.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는 시간을 후회할 짓을 하지 않아야 해.


최소한 한 번쯤은 너의 경력과 무기를 제대로 갖춰서 

누구나 널 탐내는 직장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이전 직장에서 알고 지낸 이들이 부러워하도록 말이야

널 놓친 이들이 후회하도록 말이야.


내가 퇴사를 결심했을 때, 대표는 한 달 동안 면담을 하며 만류를 했어.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냥 회사 출근만 해라. 와서 공부를 하든, 잠을 자든 상관없어."

그도 그럴 것이 R&D도, 사업팀도, 투자 건도 

다 담당/책임이었기에 어떻게든 붙잡아두려는 사정이 뻔히 보였지.

내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업계에서, 아니 최소한 회사에서 붙잡는 정도가 된다면,

네가 어딜 가서 든 인정받고, 더 나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거야.




늘 그랬듯이 난 항상 울 회사에서 퇴사한 친구들을 응원해.

지금도 내게 전화가 와서, 

협력사를 소개해 달라거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나누곤 해.


그리고 지금 자리 잡은 곳에서 진심으로 더 좋은 사람, 더 큰 물에서, 더 성장하길 바래.

그래야 나중에 내가 도움을 청할 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할 수 있잖아.


퇴사 직전에 이런 이야기 한 번쯤 들을 거야.

"나중에 근처 오면 커피 한 잔(또는 밥) 사 줄 테니 언제든 와라"

그냥 의미 없는 인사치레라고들 하는데...

나는 의미 있는 약속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도 하지만,

동종업계라면 더더욱 인간관계가 큰 힘이 되거든.


서로 예의를 지키며 떠나보낼 때, 굳이 인연을 끊고 지낼 이유는 없잖아.

그리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줄 때,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잖아.


그런 이별 공식이 우리들을 더 성장하게 만들게 될 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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