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멤버들에게 보내는 초심 이야기"
"힘든 시기에 보내는 초심 이야기" 마지막 연재 글이야.
지난 글에서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이었다면,
이번에는 나와 함께 회사를 세웠고, 운영하며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길게.
현실과 마주할 때마다 초심이 흔들리게 되는 이유는
초심에 대한 이유, 근거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단순하고 추상적이게 초심을 설정했다면,
숫자가 난무하는 현실의 부정적인 예측들과 비교했을 때
당연히 초심을 지워버리게 되거든.
또 다른 경우는
애초에 가졌던 초심보다 더 나은 가치를 발견했을 때야.
초심을 환승하는 거지.
그게 얼마의 돈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의 삶이 될 수도 있어.
냉정하게 말해서...
처음 마음과는 다른 것에 의해 흔들리는 순간, 그만큼이 딱!
본인이 추구한다고 했던 "초심의 가치"야.
초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뒷받침되어야 해.
우리가 꿈꾸던 세상이 있어.
그게 꼭 큰 세상은 아닐지라도 소망하는 바가 있잖아.
쉽지 않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이 길을 걷기까지 많은 고민과 각오를 다졌기 때문이야.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히면서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지.
수없이 많은 위기와 고난에 지쳐가고,
맘 한편에서 자라난 불안함에 의욕을 상실하기도 해.
그럴 때마다 나는 꿈이 있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어.
우리가 만일 직장인으로 계속 지냈다면, 꿈조차 가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만약 우리가 초심을 잃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꿨던 꿈이 "진짜로 이루고 싶은 꿈"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가능할 거 같았던 꿈"이었단 뜻이야.
헛된 꿈이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우리의 꿈이 헛되게 만드는 건 포기하게 될 때야.
헛되지 않게 만들어가야 하는 게 우리의 숙제일 거야.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했어.
직업관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
적합한 수단/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야.
사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상대적으로 많아.
그만큼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
우리가 거절할 수 있고,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
우리가 하고 싶은, 이루고 싶은 꿈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라는 걸
다시금 냉정하게 판단했으면 좋겠어.
다들 공무원 되고 싶어 하잖아.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하잖아.
우리가 학창 시절에 친구들이 그랬지. 공무원 준비하는 게 최고라고...
대학생활 내내 공무원이 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도서관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모습에
진로를 고민하던 나에게도 은근 압박감이 되었지.
일종의 불안감이 있었어
(게다가 우리 부모님과 동생들도 공무원 준비를 권유하곤 했어)
"왜 공무원이지?"
"안정적이니까"
"공무원이 되면 뭐가 안정적인데?"
"연차가 늘어날수록 월급이 높아지니까,
거기에 공무원 연금이라는 안전장치가 확실하잖아"
"그 이유가 공무원 공부를 하는 이유야?"
"야! 공무원 말고 미래가 없어. 그만한 직장이 어딨냐?"
"이유로는 뭔가 납득이 안 가서... 나랑은 안 맞는 거 같아"
그 반대의 위치에 사업이라는 게 있다고들 하지.
언제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수익은커녕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빚쟁이의 구렁텅이에 떨어지기 쉬운 것이 사업이라고.
(구구절절 맞는 말이야)
근데 한번 생각해 보자.
1인 창업이든 소상공인/자영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간에
뭔가 자신의 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내가 나를 고용하는 것]과 같아.
월급도 내가 주고, 휴가도 내가 주며
업무도 내가 만들어 주게 되어 있어.
우리와 같은 소규모의 사업장에서는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나를 해고할 사람은 없어.
[회사 = 사장]이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시기이기에
불황이고, 어려운 상황이라면 설령 월급을 가져가지 않더라도 나를 어느 누구도 해고할 수 없어.
안정적이라는 것 하나만 놓고 본다면,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최고겠지만
공무원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경쟁률 대비 확률을 따져봐.
그리고 매년 뽑는 공무원의 수와 뽑히지 않는 공시생을 생각하면
공무원이 되었다는 가정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오히려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에서는 비효율적이고 리스크가 큰 것 같아.
그리고 목표가 "공무원"인 삶이... 납득이 안가.
만약 공공재에 어떠한 뜻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나는 공감하고,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어.
하지만 이런저런 혜택이나 조건 때문에
직업이 목표가 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봐.
그렇게 공무원이 된 다음에 너는 진짜로 원하던 행복을 일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반면에
우리들은 우리를 고용했어(비록 여전히 낮은 월급이지만...)
우리들은 우리가 일을 만들어(비록 자잘한 일이 많지만...)
우리들은 우리가 하는 만큼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비록 아직 작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주인이 되어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의 주체적인 꿈과 회사가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창업 초기에는 무급 노동자 신세로 살았고,
뭐 매출이 생겨도 들어가는 고정비 메꾸느라 빠듯하고,
투자를 받아도 대표자라고 개인 통장 숫자에 바뀌는 건 없어.
오히려 더 회사 회계/재무에 민감해지고
대표 개인의 보상 따위보다는 회사의 성장에 더 매진하게 되지.
그래서 창업자에게 사업은 "시한부적"인
"High risk, low return"이야.
시한부적?
다들 공감하겠지만 처음부터 내 통장에 숫자가 늘어날 거란 기대는 안 해.
아니, 할 수가 없지. 더 줄어들면 줄어들지.
제2금융권에서 빌리지만 않아도 다행이야.
그리고 회사가 모양을 갖춰가는 시기까지는 자괴감만 들 거야.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걸 시작했나 하고...
하지만 회사가 안정적으로 모양을 갖추고,
고정적인 수익/매출처가 생기고 나면서
회사의 성장곡선이 우상향으로 치달을 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져.
직장인은 물가상승률과 평균인금상승률, 지난해 실적과 인사고과 등에 따라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보상 기준이 결정되고,
다음 해에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회성 인상 폭이 결정될 거야.
회사의 매출/수익 성장에 비례하지 않게 되지.
(회사가 성장해도 개인의 성과/지표에 따라 정해지니까 케바케가 되거든)
경영진은 이때부터 회사의 성장과 최소한 정비례하는 금전적인 보상이 이루어져.
케케묵은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며..."라는 말이 통장에 현실화되는 시간이 되는 거야.
법인이라면 지분에 의한 여러 가지 부가수익이 생겨날 수 있어.
창업자들에게 월급이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면 만족하지.
그 이유는 우리가 바라보는 보상에서 "급여"란 기초적인 것이고,
주된 보상은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다양하다는 거야.
이것이 보상 측면에서 "직원"과 "경영진"이 달라지는 이유지.
직장인일 때, 나의 연봉은 "단리"라고 여겼어.
반면에 경영진의 연봉은 "복리", 그것도 인상폭이 터무니없어 보였지.
하지만 그들은 열매를 딸 때까지 직장인이었던 우리와 다른 길을 걸었고,
당시 우리로써는 무모하게 보이는 리스크를 감당했던 사람들이야.
이제는 우리가 그 위치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잖아.
아직은 그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열매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힘낼 수 있어.
회사가 그러하듯이
초심도 더 구체화되고, 업데이트되면서 성장하는 법이야.
반대로 초심이라는 것은 그보다 더 쉽게 후퇴하고, 잊히기도 해.
그래서 하다 못해 초심을 지키는 수준까지도 대단한 거야.
나날이 암울한 전망과 하향되는 실적에 가장 민감한 게 우리야.
늘어나는 고정비에 비해 대외환경과 매출실적에 위기감을 넘어 두려움에 직면한 것이 우리야.
그렇기에 더더욱 초심을 꺼내 들어 우리가 다시금 마음을 부여잡아야 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직원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회사 분위기가 어두운 것은 당연한 거야.
그럼에도 우리 경영진/창업 멤버들이 반전의 주역이 되어야 해.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이 필요해.
우리가 곧 회사이며, 우리가 곧 기준이야.
그것이 스타트업의 장점이자 우리의 역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