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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Sep 06. 2017

제조 기반의 스타트업

멋지지는 않지만, 꾸준할 수 있는... 빠르지는 않지만, 단단할 수 있는

다양한 또라이들이 있는 

여기는 스타트업들의 세계! 


우리는 그중에서 제조 기반의 스타트업이다.




제조 기반의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까다롭고,

뭔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혁신과

논문처럼 전문용어로 가득 찬 집단이란

고정관념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곳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고...

실상은 "공장"을 상상하면 된다.


번쩍번쩍한 스마트공장이 아니라

작은 규모의 방직기 하나 놓고

제품을 하청 받아 운영되는 소공장 정도?

그런 느낌?


그 정도라도 갖추고 시작하면 다행이지만,

실상은 어깨너머로 배운 조잡한 지식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한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였든,

직장에서였든,

일상적인 생산/제조 기술에서

뭔가 비효율적이거나

더 나은 방법을 알게 되어 

창업에 도전하기도 한다.



제조 기반의 창업을 시작했다면,

처음 시작에서부터 가슴이 턱 막힐 것이다.


원론적으로 스타트업은 팀빌딩이 중요하다.

제조 기반의 스타트업이 처음 마주하는 문제는

구현하려는 아이템이 정해져 있다 보니...

관련 경력자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형 화장품 냉장고에

뭔가 다른 아이디어를 덧붙인 아이템이라고 해 보자.


제작에 필요한 사람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회로도를 설계하고, 부품 수급/조합,

생산해 본 경험이 있거나

전체 공정을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두 번째 문제는 생산에 대한 부분이다.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외주로 생산한다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데,

외주를 컨트롤할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제품이 나오지도 못 하며,

소위 눈퉁이 당하기 십상이다.


어떤 곳은 외주 준 업체에서 아이템 가로채기도 한다.

원데이터도 없고,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는 

발주자가 되어 버리는 그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럼 직접생산?

그건 시행착오를 견디며 생존할 능력이 절실하다.

게다가 생산하는 장비들을 구비하는 것은 어떠한가.


중고만 구입한다 해도 수리하고 무얼 수정할지 알아야 한다.

당연히 현재 시세와 중고 시세에 대한 리스트업은 기본이고.

정작 큰 마음먹고 구매했지만 실제로 쓸 일이 없으면 어쩔 건가.


장비를 개별적으로 다 구비했다고

공정과는 또 별개이다.


공정은 각 개별 장비들이 원활하게 이어져야 하는데...

예를 들어,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는 장치와

균질기(균일하게 입자를 만드는 장치)가 있다고 하자.


목적이 드라이아이스를 고운 가루로 만드는 것이라면,

이 두 가지 장치가 있다고 가능할까?


드라이아이스가 균질기로 이송되는데

온도를 유지 못하면 손실(less)이 다 비용이다.


컨베이어를 사는 게 나을까 펌프 이송이 나을까?

비용은 얼마나 차이 날까?


그리고 균질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로

드라이아이스는 다 기화될 것인데...


이런 세부적인 것을 고려하여

원하는 Product까지 최대한 수율을 보장하도록

만드는 것이 공정이다.


기계 몇 대 샀다고 뭔가 다 이루었다고 

착각하는 순간, 삽질이 뭔지 깨닫게 된다.



세 번째 문제는 피봇(수정)이다. 

사출 금형이든, 블로우 성형 이든 간에

제품 생산을 위한 장비를 만들었다 치자.


근데 문제가 생겨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 변경이 되었든, 불량률이 높든, 

잔손이 많이가 생산성이 떨어지든,

재질이 변경되었든 수정할 변수는 많다.


그게 하루 이틀 밤샘하면 뚝딱 되는 게 아니다.


설계 변경하고, 금형 분해해서 

용접을 하든, 긁어내든, 절삭을 하든

다 시간이고 비용이다.


3D 프린터가 시제품 제작에 획기적인 혁명인 것은 맞다.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여주었지.

그리고 스캐닝을 통한 역설계 방식도 유용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수정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고정적이다.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려면 시사출을 하는데...

그것 한 두 개 만드는 게 아니라

한 사이클 쭈욱~~ 돌려봐야 하거든.


그때마다 아마 한 숨을 쉬게 될 것이다.

한 숨이면 다행이고, 두 숨 세 숨 네 숨...


지식서비스 쪽의 스타트업과는 달리,

회사가 성장할수록 인원이 비례하듯 

늘어나는 게 제조업 쪽이다.

(물론 효율을 위해 외주/협력을 하여 조정 가능하다)


그리고, 연구/생산장비도 구매하고,

생산에 들어가는 원재료라던가, 공간에 대한 고정비도 늘어난다.

초기 비용이 들어갈 곳이 많다.

디지털 노매드 족처럼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창의적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코딩이라던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힘든 일이겠지만,

제조업은 실물로 구현하는데 난관이 많다.


시제품을 뜯어고치길 수십 번!

그때마다 수정 비용이 불어난다.

금형은 한 번 만들면 수백에서 천 단위는 훌쩍 넘는다.

완제품에 대한 공인된 시험성적서를 받기 위해 

해당 기관 연구소에 의뢰하길 여러 번 거쳐야 하고,

수출을 위해서는 각 나라에서 요구하는 인증이라던가,

인허가를 받기까지 시간과 돈이 또 소요된다.


그러다 제품에 수정사항이 생기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게 다 리스크다.




자! 그럼 문제만 제시하지 말고,

방안을 제시해볼까?


나를 위한 보험처럼 들리겠지만,

내 브런치의 글에서 제시하는 방안은

개인적인 사견이고,

정답도 아니다.


우리 회사의 운영을 하면서

우리에게 적절한 답이라고 믿고

추진하고 있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 회사의 현황을 언급하자면,


뷰티 스타트업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

고객의 패턴과 제품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스타트업

센서링을 통한 정보를 제공하는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화장품을 비교/추천해 주는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

뷰티 인플루 엔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MCN 스타트업

화장품을 마케팅하고 유통을 전담해주는 채널형 스타트업

그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수익모델과 영역을 만들어가는

스타트업들이 존재하고,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 또는 각개전투 중이다.


그중에서

뷰티 아이템을 연구 개발하며 

제조하는 스타트업이 우리의 위치다.


고도의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대단한 경력의 멤버들이 모여 있지도 않다.

화려한 이슈를 만들어 낼 아이템도 아니며,

우리만 단독으로 이끌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


이러한 특이점을 바탕으로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대안은 다음과 같다.



트렌드를 따라가려 하지 말고,

트렌드가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말....


말은 쉽지... 참 어렵다.


특히나, 

우리처럼 작은 규모에 한정된 자원을 가진

스타트업들에게는 말이다.


제조업 분야는 더더욱 난감하지.


그렇기에 트렌드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트렌드를 증폭시켜 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바로 협업이다.


우리는 팀워크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며,

연관된 스타트업/OEM/ODM/마케팅/유통업체들과

함께 동반 성장해야 한다.


마진을 더 줄이더라도,

파트너 社에게 맡겨야 할 부분을 잘 분별해서

진행해야 한다.


우리가 직접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보다 더 잘하는 업체들이 있고,

우리가 하려야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물론 꾸준히 배우며, 보완해나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키워야 한다.


확실한 역할 분담과 분업으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시장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전문교육에 대한 비중과 현직자/전직자를 통한

멘토링과 조언/Tip/경험 습득을 크게 늘려야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간단한 기본기가 최고의 해결방안이거든.




연구원/기술자/개발자 중심의 제조업 스타트업은

대체적으로 외골수 기질이 있더라.


창업자가 고집도 있어야 한다지만,

가끔은 과하게 고집불통인 분들도 만나게 된다.


기술에 너무 집착하거나,

제품에만 집중하다 보니,

마케팅 트렌드에 뒤처지기 일쑤다.


고객의 니즈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데

연구소/공장에 틀어박혀 있기도 한다.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의 경우,

간단한 데이터 하나 얻기 위해

실험은 여러 번 반복하여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고,

재현성을 확인하기 위해 같은 프로토콜로 실험자만 바뀌어서

다시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이것에 대표가 매몰되어 있다간

회사가 산으로 갈 수 있는데...

인력이 항상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이 부분을 쉽사리 떨쳐내기는 여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연구자/기술자/개발자 출신 대표들의 딜레마랄까?



때문에 

우리와 다른 성향,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


의견을 듣고, 

다방면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팔랑귀는 되지 말아야겠지만,

적어도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근거를 찾아보고, 

타당한 의견을 선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유연성은 꼭 필요하다.


대표도, 임원들, 직원들도 교육이 필요하다.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은

솔직히 다른 분야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도 어느 정도 그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데... 시대가 변해버렸다.


제조업도 빠르게 속도를 내고, 

타이밍을 잘 잡아내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기술의 발전에 비례하여

이전보다 제조업의 성장 속도는 매우 급변하였고

이를 따라가지 못한 한국의 제조업들은

중국의 제조업들에 의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속도는 곧 시장 우위의 가져오고,

대량생산체제로 빠르게 넘어가서

원가경쟁에서도 더욱 유리해진다.


단지 원재료와 인건비가 싸니까라는 개념에서

공정의 단순화,

재고회전율 관리,

고객들의 주문이 확보가 되니까,

더욱더 가격경쟁력이 생겼다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제조업은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속도를 안이하게 생각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올바르고,

명확한 방향성은 당연한 기본 조건이 되었고,

적어도 경쟁사보다 더 빨리라는 상대적인 속도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는  

First Mover가 아닌 

Fast Mover가 되어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One Item으로 승부를 보는데,

사실 그 아이템은 거의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다음에 아이템이 없어서 

미래를 기약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첫 아이템이 성공했어도

어쨌든 그 승기를 이거 가려면 

빠르게 후속 아이템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


Fast mover 전략을 

마치 me too 제품 찍어내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빠른 매출 기여를 할 수 있는 장점에서

미투 제품도 좁은 의미에서는 fast mover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회사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관성 있는 제품이

연속적으로 짧은 term을 두고

빠르게 출시를 이어가면서

제품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fast mover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너희는 잘 하고 있냐?"


이 글을 적은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은

참 고통스러운 부분이다.


적어도 

배운 것처럼,

들은 것처럼,

실행하고자 아등바등거리기는 하는데...


쉽지 않다.

여기저기 문제도 많이 터지고,

예상외의 사건들도 많다.


사업도 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보니,

계획한 바, 생각한 바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모르고 행하는 것은 한두 번은 운으로 일이 잘 풀리지는 몰라도,

알고 행하는 것은 한 번, 두 번씩 실력으로 일을 풀어갈 수 있다.


모르고 행하면 결과는 얻어도 원인은 모르지만,

알고 행하면 결과와 원인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점차 덜 실수하는, 덜 실패하는 방법을

하나씩 깨달아갈 수 있다.


어제보다는 더 나아지는 우리가 되기 위해,

우리는 잘하려고 고민하고, 실행하고, 배우고 있다.


나는 

인생도,

사업도

평생 배워가면서 성장해야하는

학생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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