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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ug 07. 2018

내 별명은 구리구리 양동근

예전에 "뉴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의 캐릭터이자 내가 좋아하는...

대학 시절에 한참 이슈가 되었던 시트콤이 있었다.


논스톱 시리즈!

그중에서 New nonstop이라는 시리즈가 특히 인기 좋았다.


(완전 나 이 시트콤 팬이었음. 특히 양동근 캐릭터가 딱 나였고, 내 별명도 구리구리 양동근!!)


장나라, 조인성, 김정화, 박경림 등의 연예인들이 

대학생으로 등장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들과

공감대를 만들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그 프로의 주요 인물들이 99학번이었고,

우리도 99학번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애착이 갔던 시트콤이었는 듯!



그중에 양동근이 연기한 극 중"양동근"이 각별하다.

왜냐면 내 대학 때 별명이 바로 그 캐릭터였거든.


"구리구리 양동근!"

"야~! 구리구리~"


별명에서 직감적으로 어떤 느낌이 와 닿는가?


그 시트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양동근의 악착같은 집착과

맨날 친구들에게 밥 얻어먹고, 

식권 받고 일 해결해주고,

자주 씻지도 않고, 

옷차림도 참 독특했다.


1학년: 주황색 벙거지 모자, 초록색 힙합바지, 황색 패딩조끼

2학년: 하늘색 야구모자, 헤진 청바지, 연노랑색 반팔티

3학년: 츄리닝

4학년: 2년째 같은 츄리닝


구리구리 하다는 말처럼

약간 지저분하고, 단정하지 못한 느낌이랄까?


친구가 미용을 배우고 있었기에

가끔 내 머리를 실습용으로 손 봐줬는데

노랑머리, 갈색머리, 브리지 염색, 매직...

근데 할 때마다 스타일이 더 망가지더라고.


뭘 해도 스타일 안 나는...

뭘 해도 구리구리한...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싫었냐고?

아니, 인정하고 공감했다.



새내기 때부터 졸업하는 그 날까지

대학생활 내내 나는 구리구리 했다.


학교 구내식당의 최우수 단골이고,

기숙사 간식도 꼬박꼬박 챙겼고,

친구들에게 밥 얻어먹는 식충이었다. 


5,000원 받고 20 페이지 넘는 레포트를 대필해주기도 하고,

롯데리아 데리버거 500원으로 할인한다고 당일 한정 이벤트 할 때,

왕창 사서 친구들에게 수고료 300원 더 받고 팔기도 했다.

(학교에서 롯데리아까지 걸어가기 귀찮아서 심부름값 300원 붙여서

먹고 싶은 친구들 주문받고, 사 와서 넘겼다.)


도서관에 자리 맡아주고 밥 얻어먹기도 하고,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시험 족보를 5파트로 정리/편집해서 

파트별로 팔고, 그 댓가로 식권들을 받기도 했다.


한 달 내내 추리닝만 입고,

도서관 열람실 지박령이 되어 살며,

시험기간 새벽이면 

다른 친구들 자리 번호표 뽑아놓고

수수료 받기도 했었다.



버스비가 부족해서

부산 남산동에서 미남로터리까지 걸어가고,

때로는 김해 어방동에서 덕천로터리까지 걷기도 했어.


내 가방 안에는 꼭 먹을 것이 있었는데

밖에서 사 먹는 돈보다 집에서 

챙겨 다니는 게 더 쌌거든.


동기들은 원서 해적판 번역본 사서 볼 때,

나는 그때 그때 학과 사무실 복사기로 

한 챕터씩 복사해서 공부했어.


어쩌면 시트콤 속 양동근이라는 캐릭터는

공부랑은 담쌓고 지내던데 이건 약간 다른 듯.

(뭐 범생이는 아니었지만, 학생의 본분인 공부는 했다는...;;)




나는 어떤 생물과 이미지가 비슷할까?


불현듯 그런 잡생각 속에서 떠오른 게 

잡초였거든


그 날 이후로

잡초라는 식물을 좋아하게 되었어.


대학 다니면서  발견한 나의 재능은 

"잡초 같은 삶"이야.


가뭄이 와도,

홍수가 나도,

누군가에게 밟혀도,

해를 거쳐 살아남고 뿌리를 늘려가는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


열매나 꽃이 없어 화려하진 않아도

누구보다 끈질기게 살아가지.


나 역시

어려운 환경일수록,

더욱 강하게 생존하려는 의지가 

행동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개발되고 있었던 거지.


핀치에 몰려도,

난 더 극한으로 나를 몰아쳐서

평소보다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믿어.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위기? 고난? 경쟁? 스트레스?

계속 마주하며 살다 보니까

오히려 평안하고, 조용한 상황이 더 무서워.


"리스크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리스크가 있다는 자체를 모르는 것이 더 위험하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카톡 하였다.


"이야~ 너 그때 참 별명이 구리구리 양동근이었잖아"

"맞아! 진짜 그때 완전 학교에서 노숙하고 그랬지!"

"이 녀석 졸라 불쌍한 척하면서 얻어먹고 그랬잖아"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ㅋㅋㅋ내가 어디 가겠냐?"


"여전하네. 좀 이제는 철들어야지! 우리 나이가 몇인데"

"얘는 직장 다닐 때도 옛날하고 똑같았는데 뭘"

"결혼해서 애가 둘인데 그러면 어쩌냐?


"나 철들려면 멀었다~ 그리고 아직 철들 때도 아니고"


이보게 친구들!

어떤 게 철드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이 든다고 철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정이 있다고 철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네.


그냥 이게 내가 살아온 본래 모습이고,

내가 체득한 삶에 깨달음이고,

이게 바로 나라네.


우리가 즐겨봤던 뉴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처럼 

항상 진지한 조인성 같은 캐릭터도 있고,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이민우 같은 캐릭터도 있고,

웃기지는 않지만 이쁜 이제니 같은 캐릭터도 있네.

그리고 그 외 많은 캐릭터와 조연, 카메오로 출연한

많은 인간군상들이 모여 세상을 구성하듯이...

나도 그들처럼 독특한 캐릭터로 살아가면 아니 되겠나?

그래야 시트콤처럼 재미있는 세상이 되지 않겠나?

다 비슷한 캐릭터들로 살아가면 재미없지 않은가.




어찌 보면 내가 좋아하는 가상의 인물들을

따라 하고자 하는 마음(?)

닮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지금의 내 캐릭터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시트콤에서의 양동근 캐릭터,

동화 속의 피터팬, 만화 속의 루피,

영화 속의 포레스트 검프...


자유로움과 철없는 건 여전한 캐릭터들.

그러나 변하지 않는 동심과 초심!


나는 여전히 철들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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