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나 김선자 Jul 17. 2021

루브르 박물관 이탈리아 회화

르네상스 시대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 가운데 이탈리아 회화는 그 범위가 풍성하면서도 위엄 있는 작품이 많아 세계에서 최고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다. 루브르에서 가장 상징적이며 긴 공간, <큰 갤러리, la grande galerie>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전시된 이탈리아 회화는 13세기의 조토(지오토)를 비롯해, 14-16세기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으로 일컫는 마사초, 파올로 우첼로, 프란 첼리코, 카르바초, 보티첼리, 만테냐, 레오나르도 다빈치, 벨리니, 라파엘로, 티치아노, 미켈란젤로, 틴토레토, 베로네세 등과 17세기 카라바조, 18세기 티에폴로 등, 우리들에게 보다 적게 알려진 작가들까지 포함하면 모두 여기 나열하기에 벅차도록 많다. 

이 많은 이탈리아 회화 가운데 오늘은 몇몇 르네상스 시대 작품을 유심히 살피며 감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르네상스(Renaissance)는 프랑스어로 re(다시)-naissance(탄생)으로 즉 다시 태어나다는 뜻이며, 사전적인 뜻을 옮겨보면 '14-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 혁신 운동으로써 중세기 기독교도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개인과 개성의 해방, 자연인의 발견 등을 추구하였으며, 유럽 전역에 확산된, 근대화의 원류'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르네상스 시대는 회화의 꽃이라고도 부른다. 

나는 르네상스 미술 양식에 관한 이해를 도모하면서, 짧은 식견으로나마 중세시대 회화와 비교 분석하여 그 차이점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곁들이고자 한다. 


중세시대 회화는 유화가 도입되기 전으로, 프레스코화가 주를 이루었으며, 색채가 활기차고 평면적이다. 종교화를 기본으로, 내용을 대강 요약 간추려서 그렸다. 그리하여 윤곽선이 분명하고, 간략하게 도식화되어 다소 추상적으로 보인다. 이 시대는 회화보다 조각에서 사실주의적 경향이 더 가깝게 나타났으며 더 왕성한 부흥을 이루었다. 


르네상스 시대 회화의 특징은 보이는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재현하려는 자연주의에 근거하여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묘사하려는 사실주의다. 그러므로 중세시대의 활기찬 색채보다는 오히려 섬세하고 은은하며 정묘 하다. 또한 중세시대 회화에서 윤곽선이 뚜렷한 것과는 달리 인물이나 사물의 명암을 희미하고 부드럽게 처리함으로써 이어지는 물체 간의 연결은 자연스럽고도 점차적인 이동으로 화면의 전체적 조화를 이룬 기법이다. 

따라서 사물은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인 느낌으로 볼륨감과 동시에 원근법(투시법)을 중시한 공간감이 형성되었다. 즉 이러한 화법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모나리자>에서 쉽게 그 예를 들 수 있다. 인물의 얼굴, 팔, 다리, 손 및 옷감의 주름 같은 사물들과 풍경의 전, 후방 연결 부분 등에서 보다 뚜렷이 잘 나타난다. 

이와 같이 섬세하고 정교한 묘사가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두고 그릴 수 있는 유화(기름으로 갠 물감을 사용한 그림) 기법의 장점이었다. 따라서 유화의 세밀한 기법은 15세기 이후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반면, 르네상스 초기 작품의 건조가 빠른 프레스코화(일종의 벽화 기법) 템페라(tempera;아교나 달걀 또는 노른자 따위로 안료를 녹여 그린 그림)에서 결코 용이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 있어서 혁신적 기법 가운데 중요한 요소란 볼륨감, 공간감(원근법 또는 투시법), 운동감, 은은한 색상, 유화, 직사각형 그림의 독립성(중세 때는 성당 내부 장식의 일부분이었다), 그리고 종교화에 국한되지 않고 인물화를 비롯한 시적인 표현이나, 전투 장면 같은 주제의 다양성 등으로 구분 지을 수 있겠다.

또 다른 주목할 특징은 화폭의 좌우 대칭을 이루는 중앙 중심적 계급적인 구성이다. 예수나 성모 마리아 같은 중심인물을 한가운데에 설정한 후, 성인이나 사물들을 좌우 균형 있게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탄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구도였다. 

이러한 르네상스 시대 회화의 혁신적 기법을 처음 도입, 사용한 선구자가 바로 거장 마사초(Masaccio)이며, 그리고 이 모든 경향을 두드려지게 잘 표현한 핵심적 대가는 <모나리자, (라 조콘다)>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다.



마사초, Masaccio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의 브랑카치 기도실 벽화 / la chapelle Brancacci, l'église de Santa Maria de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작품 모나리자 또는 라 조콘다(Mona Lisa ou La Jaconde)

 

나는 이날 마치 새로운 작품을 발견한 듯 보람찬 하루였다. 그동안 수없이 루브르를 드나들었지만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았던 작품을 세심히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역시 평소보다 현저히 적은 관람객으로 작품도 마땅히 눈에 들어왔을 뿐 아니라, 쉽게 발길을 멈출 수 있었으며, 따라서 유심히 감상할 수가 있었다. 참으로 좋은 기회였다.

오늘 내가 뜻깊게 감상한 작품은 <프란 안젤리코 Fra Angelico>의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Le couronnement de la Vierge, 1430/35>과 <보티첼리 Botticelli>의 <젊은 여성에게 선물을 주는 금성과 세 은총 Vénus et les Grâces offrant des présents à une jeune fille, 1480/83>, 그리고 <Paolo Uccello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 전투 Bataille de San Romano, 1450/56> 작품이다.


<프란 안젤리코> 작품의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이 화려한 색상은 멀리서도 눈에 금방 들어왔다. 르네상스 회화 구성에 좋은 예로써, 중심인물이 중앙에 자리하고, 계급적이며, 좌우 대칭으로 화면을 꽉 채운 안정적이면서도 단단한 구도다. 푸른색과 분홍색, 녹색의 밝은 대비가 주제에도 알맞게 성스럽고 경쾌하여 화려한 대관식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물들의 세밀한 표현은 물론, 중앙의 대리석 계단이 주는 은은하고도 사실적인 문양과 색감, 바닥에 놓인 타일의 투시적 공간감을 비롯하여 이처럼 사물의 정교함은 마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섬세하다. 따라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도 확연히 시선을 끌며, 잡아당겨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했던 작품이다. 


<프란 안젤리코>의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보티첼리>의 <젊은 여성에게 선물을 주는 금성과 세 은총>, 이 작품은 이탈리아 피렌체 근처의 토르나부오니(Tornabuoni) 가문의 레미 저택(Villa Lemni)에 그려졌던 벽화의 일부다. 그리스-로마의 신화가 재현된 이미지로서, 신화와 현실과의 만남이 동기화된 작품이다. 

왼쪽으로 떠 있는 듯 녹색, 흰색, 오렌지색의 차림새, 사뿐히 걷는듯한 맨발의 세 은총과 샌들을 착용한 금성(비너스), 오른쪽 아래 날개를 단 큐피드를 연상케 하는 아이, 이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구체화된 인물들이다. 그리고 오른쪽 15세기 피렌체풍의 자줏빛 드레스를 착용한 젊은 여성은 피렌체 귀족 가문의 조반느 알비치(Giovanna Albizzi)로 알려진 실제 인물

왼쪽 세 은총의 시선은 한쪽을 향하여, 아마도 금성을 중심으로 모두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동작, 그리고 오른쪽 젊은 여성은 엄격한 자세로 그녀들을 또는 어떤 것을 환영하는 듯하다. 

여기서 금성과 세 은총들 부드럽고도 우아하게 부각되어 강조함으로써 그녀들의 아름다움과 지혜가 젊은 여성과 함께 응축되도록 한다. 그리고 여신(금성)과 세 은총의 조화는 좋은 전조를 나타내며, 금성은 꿈과 현실 세계의 중개인 역할과 동시에 삶을 위한 화합을 뜻한다. 

이 그림에서 보여지는 푸른빛의 좌측, 미백색의 우측 두 부분이 마치 두 장면으로 분리된 듯한, 따라서 현실과 이상이라는 두 다른 세계의 결합을 나타낸다. 

프레스코화(벽화) 특유의 은은한 색감, 조화, 여신들의 부드럽고 경쾌하며 우아함, 곡선의 부푼 옷 주름과 유연한 손짓, 곱슬한 긴 머릿결이 주는 가벼운 선들, 이 신선한 자연스러운 리듬감은 춤추듯 하다. 따라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가볍게 걸어서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오른쪽 배경의 여백에 따라 젊은 여성의 엄숙한 자태는 의례적인 현실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그녀의 곧은 자세와 짙은 자줏빛 드레스는 미백색의 빈 공간 덕분에 한결 조화로운 편안함을 준다. 반면 왼쪽 여신들의 아름다움과 부드럽고도 우아한 기품은 더욱 돋보여 풍성하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화면은 꽉 찬 듯 부족함이 없고 여유롭고도 편안하며 더불어 자유로움과 현대적 느낌까지 주었다. 

이 얼마나 고상하고 아름다운 그림인가!


<보티첼리>의 <젊은 여성에게 선물을 주는 금성과 세 은총>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 전투, 1456년> 작품은 나무 위에 템페라로 그린 그림으로써 같은 주제로 다른 3개의 시리즈 작품이 있다. 오늘날에는 분산되어 첫 번째 작품은 런던의 내셔날 갤러리(National Gallery), 두 번째는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에 있으며, 세 번째 마지막 시리즈 작품이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에 있다. 이 작품들은 아르노 강변 산 로마노에서 피렌체와 시에나(Siennois) 군과의 격돌적인 순간을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하여 그린 그림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기병대들의 혼란스러운 대립으로 인한 난투 장면을 수학적인 투시법과 기하학적 형태를 기반하여 중첩된 이미지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루브르 소장품은 시리즈 중 가장 나중에 그린 것으로써, 미켈레토 아텐돌로 다 꼬티뇰라 (Micheletto Attendolo da Cotignola) 장군을 추모하는 뜻이 담겨있다. 중앙의 미켈레토(Michelotto) 장군을 중심으로 기병들이 질서 있게 그의 명령을 따르고 기다리는 듯하다. 투구가 아닌 커다란 샤프롱 터번을 씌워 장군의 용맹함이 부각되는 동시에 기병들의 등을 보이게 표현함으로써 미켈로또를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또한 왼쪽 화면에다 사병들이 창을 던지며 한창 전투 중인 장면을 표현함으로써, 한 작품 안에서도 변화감 있게 앙상블 한 조직을 구성하여, 시간적 여러 간격을 두는, 구도의 단조로움을 없앴다. 배경은 단조롭게 처리하면서도 군병들의 투구와 말안장 및 마구 장식들에 의해 생기를 주고, 색상 배열과 투시법으로 인한 역동성 있는 공간적 구도가 돋보인다. 세로와 가로, 즉 위와 옆을 향해 곧게 뻗은 창들과 아래 부분에 힘찬 말과 사병들의 수직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얽힌 다리들. 비록 분주하게 얽히고설킨 듯 하지만 엄격한 투시적인 구도가 질서를 주면서도 분할적 구성으로써 힘과 강렬함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숭고한 전투를 암시한다. 그리고 승리를 예측하게 한다.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 전투>
<파올로 우첼로>의 세 시리즈 작품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다른 두 시리즈 작품까지 새삼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지난날 스쳐 지나갔을 법은 하지만, 전혀 기억에 떠오르지 않는다. 언젠가 실제 작품을 재차 본다면 그때 놓쳐버린 부분까지 신중하게 세심히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든다. 이렇게 작품을 보고 나서 짧고 미약하나마 이론적인 글로 옮겨 보니 나름 스스로도 거듭 정리하는 기회가 되어 그지없이 즐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