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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나 김선자 Jul 15. 2023

파리의 마레지구

이곳에 카르나발레 박물관이 있다



우리는 이주에 걸쳐 두 번을 연달아 카르나발레 박물관에 갔다. 예상보다 볼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솔직이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후 반나절 나들이 삼아서 들렀는데, 관람이 끝나기도 전에 폐문 시간을 알려 본의 아니게 나와야 했다.  

뮈제 카르나발레를 설명하기에 앞서 마레 지구의 풍경과 그 역사적 배경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마레 지구는 역사적으로나 건축적으로 보아도 파리에서 놓칠 수 없는 오늘날 현대인들 생활에서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중심지다. 많은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낭만적이고 축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쇼핑과 아울러 도심의 산책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더구나 옛 문화적 유산들이 잘 보존, 계승된 지역으로 카르나발레를 비롯한 피카소 미술관, 빅토르 위고의 집, 코냑-자이(musée Cognacq-Jay), 유태교 미술과 역사박물관 등이 대표적이며, 또 20세기 대표적인 건축물로써 수많은 현대작품을 소장한 퐁피듀 센터가 있다.

그리고 17세기, 18세기 때 귀족과 부유층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많은 장인들의 아뜰리에가 모여 있던 곳으로 그 기조가 변천되어 오늘날 무수한 갤러리로 탈바꿈하여 예술적 분위기를 이어간다. 여기에 유명한 다니엘 떵쁠롱(Galerie Daniel Templon)과 펠로땅(Galerie Perrotin) 갤러리 등이 있다. 따라서 역사, 문화, 예술은 물론 상업적 생활문화까지 잘 어우러져 현재와 과거가 조화롭게 공존한 그야말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오래전, 파리 유학시절, 나는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파리 갤러리 협회에서 발행하던 전시 안내 책자를 들고 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이 지역 구석구석의 전시장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난다. 혹여 작품 하나라도 놓칠세라 샅샅이 훑어보던 시절이었다. 

때때로 출입구 바깥 벽에 부착된 초인종을 누를 때, 그리고 큰 대문을 밀고 들어설 때의 그 어색하고 물설었던 기분, 그 두려움, 그 서먹서먹했던 낯선 문화가 내게로 다가와 문을 열던 그때의 느낌, 그 감정들도 함께 더듬어 본다. 또 11구에 살던 기숙사에서 바스티유 광장을 거쳐 생-폴 지역을 가로질러 퐁피듀 센터에 있는 도서관을 드나들면서부터 이곳에 정을 두었던 것도 아울러 떠오른다.

그때는 지금처럼 관광객이 많지도 않았고, 여성복 중심의 스노브한 상업지역도 아니었다. 곳곳에 크고 작은 실험성의 갤러리와 장인 공방들이 즐비해서 참 편하고 포근하게 정감을 느꼈던 곳이다. 대형화되어 상업성만을 쫒지 않아서 좋았다. 건물들도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하지 않고 세월의 때가 짙게 묻은 그 자체가 서민적이라서 오히려 아늑하고 정겨웠다. 그리고 그 우중충 낡고 새까만 건물 안은 외향적인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서 놀라웠다.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발함과 신선함이 내 가슴을 벌렁 이게 했다. 새롭고, 현대적이며, 세련된 감각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멋이 있던 곳이다. 내 감성을, 내 문화적 시각을 자극하고 일깨우던 곳이었다.

진솔된 삶과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운치가 있었다.

비록 오늘날 그때의 정서는 많이 퇴색되었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모습으로, 예스러움 또한 완전히 소멸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인의 감성으로 거듭되는 곳이다. 분명 이 포석이 깔린 작은 골목들과 옛 건축물이 유지되는 한 그 아름다움은 전부 사라질 수가 없으리라.   


마레는 파리가 탄생할 당시 명칭 그대로 센강의 옛 습지(marais 마레;갯벌지)에다 세우진 도시로써, 그때 붙어진 이름으로 지금까지 불려지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센 강 오른편 북쪽에 자리하여 지금의 파리 3구와 4구를 일컬어 마레지구라 말한다.

대체로 당시에는 쓸모없던 습지와 농지였던 이곳에 17세기, 18세기 이르러 특히 귀족들의 저택과 뒤이어 거대 부자들이 들어오면서 점차 특권적인 거주지로 변모하여 도시 중심부 역할을 했었다. 그 번창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현재는 중세와 르네상스 때 지어진 건물 대부분은 사라지고 몇몇 호텔이 남아서 그때의 흔적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9세기때 파리 시의 대대적인 정화작업에서 용케도 비껴 나 각처에 예전 그대로의 좁은 골목들이 남겨져 오늘날 더 큰 정겨움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우아한 유산과 함께 그 정취를 느끼고 즐기기 위해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무수한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흔쾌히 머무는 곳이다.

특히 17세기 때 돌과 대리석으로 곱게 다듬어 지은 역사적이고 풍요로운 건축물들은 물론 마차가 드나들 수 있게끔 웅장하면서도 아름답게 조각, 장식된 커다란 대문들, 그 위풍과 우아함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발길을 당기게 하는 포석이 깔린 매력적인 길과 좁은 골목들 역시도 당당히 그 몫을 다하고 있다.

간혹 호텔의 열린 대문 앞에 가던 길을 멈추고 인도를 가로막아 서성이는 사람들의 풍경도 낯설지 않다. 이 멋스러운 건물 내부를 살피면서 열띤 역사적 견해를 나누는 중이다. 이 모습이 마레지구가 가진 특징이며 독특한 분위기 중 일부다.



호텔 슈리 (Hôtel de Sully)


호텔 쌀레 (Hôtels Salé)



이 위풍스러운 귀족들의 고급 맨션(Hôtels particuliers)들 중에서도 가장 건축적이고 역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건물을 꼽는다면, 단연 보주 광장과 연결된 호텔 슈리(l'hôtel de Sully)와 오늘날 피카소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호텔 쌀레(l'hôtel Salé)다.

그리고 마레 지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파리 시청(Hôtel de Ville)과 보주광장(Place des Vosges), 아울러 바로크 건축물인 생-폴 생-루이 성당(Eglise Saint-Paul-Saint-Louis)이 있다. 이 바로크 성당은 화려한 장식의 이태리 바로크 건축물과 다소 차이를 보여 소박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건물 정면에는 멋지게 채색된 벽시계가 있으며, 들라크르와의 작품과 함께 다수의 보물이 소장되어 있다.

파리의 광장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답다는 보주 광장은 르네상스 시대에 건축된 정사각형으로써, 중앙에 매력적인 정원을 두고 사면으로 굉장히 멋진 측면 빨간 벽돌 건물들이 둘러쳐 있다. 건물아랫부분에는 돔형 아카이드가 있으며, 그 길을 따라 비와 햇살을 피해 걸을 수도 있다. 여기에 작은 갤러리와 카페, 레스토랑들이 자리한다.

또 마레지구에는 파리 역사에 풍요로운 한편을 장식한 빅토르 위고(Victor Hugo)와 마담 드 세빈네(Madame de Sévigné) 등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살았던 건물도 있으므로 이 또한 볼거리다.



파리 시청 (Hôtel de ville)


생-폴 생-루이 성당 (Eglise Saint-Paul -Saint-Louis)


보주 광장 (Place des Vosges)



이에 덧붙여 벤치가 군데군데 놓인 공원이나 광장, 길목마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낀 매력적인 작은 공간들이 많으므로 긴 산책길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허공에다 시선을 박고 쉬어 가기에 그지없이 좋다. 또한 노천카페에 앉아서 씁쓰레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으로 피로를 풀기도, 시원한 맥주 한잔에 갈증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저녁나절은 연인이나 친구들과 포도주잔을 앞에 놓고 은밀하게 또는 가벼운 물음으로, 대화나 수다를 쏟아놓기도, 시장기를 달래며 열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아님 여유로운 낮시간에 갤러리를 둘러보거나 다양한 취향의 쇼핑을 해도 좋고, 그냥 세련되게 장식된 진열장 물건들을 바깥 창으로 우두커니 바라보며 대리 만족해 보는 것도 좋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무 데서나 한가로이 앉아 햇살에 따끔거리는 눈시울을 비비며 나른한 시선으로 행인들 언저리를 쫓는 것도, 또는 파리의 고풍스러운 멋진 건물을 바라보거나 책을 펼쳐도 부담 없이 좋은, 그 어떤 것을 해도 정겹고, 지겨움 없는, 묘하게 마음이 설레도록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여기가 바로 파리의 마레지구다.



마레 지구의 카페 레스토랑 풍경



* 사진의 출처는 여러 사이트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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