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셋집에서 주인의 취향과 마음을 읽다

by 다나 김선자



드디어 집이다. 4달 그리고 반이라는 짧고도 긴 바깥 생활을 접고 며칠 전 집으로 들어왔다. 이층 방과 욕실 공사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우리는 이미 공사가 끝난 일층 살롱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했다. 하루 종일 이층에서 퉁당 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제약은 있지만, 내 집만 한 곳이 있겠는가? 남의 집살이보다 마음은 한결 편하다.


우리 집과 가까운 몽모홍시 아파트는 독립적인 넓은 공간으로 자유롭고 홀가분한 가운데, 전망까지 멋지게 확 트여 마음 역시 펑 뚫린 것 같았다. 또한 활기찬 중심지라 몇 걸음 안에 슈퍼, 정육점, 빵가게 등이 있어 참으로 편리했다. 그리하여 여름을 거쳐 가을이 깊어질 때까지 한 시절을 참 잘 보냈다. 그러나 드이 셋집에서 산 일주일간은 그렇지 못했다.

이 집은 우리 집과 멀다는 거리상 불편함도 있을 뿐 아니라 몽모홍시 아파트보다 협소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세든 집은 믈리에흐(meulière, 규석:일드프랑스 지방에서 흔히 보는 돌집) 저택들이 모여있는 큰길에서도 유독 우뚝 돋보이는 집 안쪽 작은 별채다. 이 공간은 주인집과 대비되어 더욱 기형적으로 낮아 보였으며, 마당을 거쳐 지날 때마다 아니 볼 수 없는 널따란 주인집 부엌 겸 식당은 테니스 코트장을 연상시켰고, 우리 셋집은 도리어 더욱 비소하여 주인집 부엌에도 못 미치게 보였다.

열린 복층 구조로써 침실 문이 없으니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소음 때문에 감히 분리된 공간이라 말할 수도 없었다. 일찍 감치 아침식사를 끝내고 조용히 떠나려는 남편의 동태를 이불속에서도 고스란히 다 들려 나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서도 "좋은 하루!" 라며 하루를 응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세련된 미적 감각으로 깨끗하게 리모델링된 내부 장식과 유쾌하고 기분 좋게 하는 세간 덕분에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특이할 점은 욕실의 좁은 규모가 단연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였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 남편은 "하도 비좁아 안에서는 도저히 몸을 닦을 수가 없다"라고 누차 되뇌었다.

나도 덩달아 "여태까지 본 욕실 중 가장 좁다, 이렇게 작은 욕실이 또 있을까?" 말하면서 이어 "덩치 큰 북유럽인이나 미국인은 이 집에 왔다가 큰코다치겠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내 말에 장단 맞춰 남편도 엉덩이를 좌우 삐죽삐죽 돌려가며 춤추듯이 "억억 윽..."라고 욕실에서 빠져나오려는 흉내를 우스꽝스럽게 자아낸다.

우리는 한바탕 폭소를 터트리며 이렇게 비웃적거리듯 농담을 지껄이기도 하면서 보상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더욱 불편한 것은 주인 저택 곁방살이 모양새로 주인집 대문을 들어가 정원을 거쳐야 하는 점과 높다란 3층 건물의 주인집은 물론이고 옆집과도 마당을 두고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밤낮 창문의 커튼을 걷어보지 못한 채 나는 흡사 비싼 감옥에 갇혀 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천만다행 지붕의 커다란 벨룩스(velux, 지붕(천장)에 난 창)로 밝은 채광이 훤히 내려 비춰 그나마 전등불을 켜지 않아도 불을 켰나 싶게 착각을 일으키며 지낼 수 있었다. 아주 가끔은 새 둥지 같은 아늑한 느낌도 들었으나 창밖의 자연을 볼 수 없다는 게 무척 답답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왕 불편 할바에야 집으로 들어가서 겪기로 했다.


프랑스 가옥들을 살펴보면 굳이 귀족들의 고성이 아니더라도 크고 반듯한 옛 농가 지주나 부르주아 집들은 입구에 문지기의 거처나 집 안쪽으로 아뜰리에와 곳간 겸 창고 역할을 한 작은 건물이 딸려있다. 그 구실이 상실된 오늘날에는 다양한 목적으로 개조되어 그 가운데서도 흔히 생활공간으로 많이 사용된다. 마치 우리가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했던 드이 시에 있는 집처럼.


몇 년 전부터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급속도록 세계적으로 확장된 인터넷 숙소 예약 사이트 에어비앤비는 호텔처럼 종속된 생활이 아니라 내 집같이 자유롭다는 이유로 여행자들에게 단연 인기를 얻고 있었다. 저렴한 공동생활공간부터 럭셔리한 독채까지 세상 어디서든지 다양한 계층으로 빌릴 수가 있다. 상세한 정보와 사진으로 미지의 공간을 어림잡을 수 있고, 사용후기 란에서 주인이 말하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깨달을 수 있으며, 호스트나 게스트 모두가 이 영향을 받아 서로 조심성 있게 이용함으로써 대체적으로 신뢰를 가졌다.

우리도 여행할 때 취향에 맞는 집을 예약하여 일상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간만 살짝 옮겨온 느낌이라 자주 애용했었다. 무엇보다 호텔 비용으로 더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과 끼니마다 식당을 찾지 않아도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다.

여행은 그곳의 새로운 발견과 흥겨운 여러 경험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구한 숙소에 대한 기대감 또한 빼놓을 수 없이 큰 관심의 요점이다. 숙소가 우리 기대치에 부응한다면 그 여행의 절반은 성공한 거나 다름없어 편안하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한 경우 이같이 단기간 세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극히 내 집같이 머물기에도 좋다.

에어비엔비 숙소를 이용하면서 또 내 관심거리 중 하나는 내부장식과 비치된 가재도구에서 주인의 취향과 더불어 손님을 맞이하는 문화적 성격을 감지하고 엿보는 흥미로움도 있다.


나는 에어비앤비에서 구한 드이 집에서 크게 세 가지 특이점에 주목했다. 첫째는 위에 말한 욕실이 아주 작다는 점, 두 번째로 내 취향의 내부장식과 세간, 그리고 세 번째가 저택에 사는 주인의 인심이 외적 형평상과 상반되어 협소한 욕실만큼이나 참으로 인색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멋진 기호와는 달리 주인의 인심은 두루마리 휴지 하나 덜렁, 식기세척기와 세탁기용 세제가 고작 각각 일회 분만이었다. 마치 인색한 집주인의 민낯을 보고 있는 격이랄까?

손님에게 제공되는 군색한 물품에서 저택에 사는 그들의 품격이 다소 손상되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비치되지 않았더라면, 그 또한 규칙인가 보다 하고 어떠한 의문이나 감정, 반론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집집마다 지역마다 나라마다 비치되는 내용이 다르기도 하니까.

나는 여러 해 동안 에어비앤비에서 수십 차례 집을 얻어 지내보았지만, 딱 하나의 두루마리 휴지를 두는 곳은 여기서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하루 이틀만 머물더라도 두 개의 휴지를 비치하는 것이 기본, 인지상정 나라를 불문하고 통상적인 사례였다.

그런데 하물며 일주일 예약을 했는데... 겨우?

그래서 주인의 인성과 품격이 저택의 외향과는 반대로 초라하게 배여 나오는 것만 같았다.

물론 작고 소소한 비싸지 않은 것이기에 더욱더 그렇게 보였다. 나는 이 사소한 것에서 손님을 맞는 주인의 마음씀을 읽고 있었다.

거기다가 첫날 여주인은 우리와의 대면에서 냉소적이고 의심의 눈총으로 맞이하던 불친절함에 내 기분이 싸늘하게 식은 탓도 한몫을 톡톡히 한 터라 주인의 옹색함이 더 어처구니없게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사를 다니는 힘든 상황에서 내 마음까지 위축되었는지 박하게 쪼그라들어 닫힌 사고가 매사에 장점보다 단점이 확대경처럼 더 크게 두드려져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세제까지 비치되어 있네'라고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을 이 모든 게 내 비좁은 내면의 자격지심으로, 따라서 좋고 나쁨도 결국은 내 안에서 나온 것이리라!


이왕지사 에어비앤비 셋집 주인 인심을 논한 바에 내가 겪은 여러 나라 중 가장 따뜻하게 환영받은 곳을 든다면 단연 그리스 크레타 섬이다. 그곳은 우리가 갔던 숙소마다 손님을 맞이하는 인심이 풍부한 햇살만큼 한결같고 풍성했다. 일반적으로는 전통술 라끼를 선물로 비치하여 긴 여정에서 노곤했던 여행자를 환영하는데, 어떤 집에서는 케이크를 만들어 놓거나 과일이나 잼, 계란을 냉장고에 넣어 둔 경우도 있었다. 한 집에서는 사촌의 결혼식 전통 다과를 둔 적도 있었고, 또 산골 전통집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은 호스트 어머니가 담근 올리브를 단지채 놓아둬 실컷 먹게도 했었다. 가는 곳마다 음료나 음식을 겸비해 두는 것이 그리스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없었던 일종의 크레타섬만이 가지는 손님맞이 환영 문화다.

이 조그만 선물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 여행의 피로를 씻기도 시장기를 달래주기도 했었다. 그리하여 나는 크레타섬의 이 문화를 아직도 좋은 추억의 한 자락으로 기억한다.


코비드 19도 집 공사도 얼른 끝이 나서 햇살 좋은 지중해나 아드리아 연안의 잔잔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고 싶다. 넘치지는 않을지언정 따뜻이 환영받아 인심 좋은 숙소에서 한 달쯤 편안하게 푹 쉬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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