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수없능 Nov 08. 2023

직장인의 일상은 월화수목금금금

1장. 집-회사만 반복하는 직장인

햇수로 6년, 연차로는 5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다니고 나왔을 무렵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기간을 갖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퇴사한 해 10월 초 무렵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계획한 것 중 이룬 것은 자격증 몇 가지를 취득한 정도였다. 


새로운 직장을 다니면서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동안 또다시 어느 순간 집과 회사만 반복해 다니고 있었다. 평일의 피로들로 주말에는 늘 지쳐있었다.


역시 직장인의 운명이란..


사실 거의 놓고 있었다. 워라밸이 확실한 회사를 다니면 내 시간을 자유롭게, 또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정말 하고 싶은 거 다하고,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랑 연락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도 떨고


응, 아니야

계속 연락해 오던 친구들도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다 보니 연락을 해도 되는지 애매한 관계가 되어서 인간관계는 극 소수로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팍 받았다. 실제로도 전화번호부를 검색했을 때 반 이상 지워도 될 정도로, 왕래가 없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대학교 때 지도교수님이나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던 동기들, 중고등학교 친구들까지 연락이 싹 끊겼다. 사회에 나가 일을 한다는 게 지인들 관계에서는 어느 순간 고립이 되었던 것 같다.


고립이 되어 갈수록 다이어리에는 많은 일정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친구를 만난다던가, 어디 가서 쉰다는 일이 아니라 월화수목금금금이 되는 모두 일적인 내용이 었다.

회사 판촉물 다이어리 홍보차 썼던 블로그 게시글에서 내 다이어리 사진을 가져왔다. 업무내용이라 전부 블러처리ㅠ


다이어리를 쓰는 습관은 중학생 때부터 계속 사용했지만 다이어리 모으기를 그만둔 건 직장을 다니고 나서부터였다. 처음엔 개인용 일정다이어리와 업무용 다이어리를 따로 사용했었다. 그런데 부질없는 짓이었다. 매일 15시간 이상 회사에 있는데 어떻게 개인일정을 만드나... 그래서 첫해를 제외하고 직장인 2년 차부터는 한 권만 썼었는데 빼곡한 업무일정들을 보고만 있어도 정신이 아찔해질 것 같고 피곤해서 새 다이어리로 바꿈과 동시에 버렸다. 이렇게 일 년을 불태웠는데 얻은 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병명뿐이었으니까.


그래도 퇴사 2년 차(직장인 7년 차)부터는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 보기 시작했다. 마침 새해였고, 새 다이어리를 구매해 새해 목표를 만들면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었다. 물론 그때 쓴 다이어리도 버려서 그때 적었던 버킷리스트가 없어졌다. 하지만 확실히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버킷리스트 (대략) 10개 중에 한 3개 성공했던 기억이 남는다.


왜냐하면 매년 버킷리스트에는 올해 안에 퇴사는 1순위 항목이며, 6개월 이상 쉬기, 알바조차 하지 않은 정말 힐링의 삶을 적어놓기 때문에 새해 목표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 가득이다. 그래도 새해 이룰 수 있는 일들을 서너 개씩 적어두는데 자격증공부나 업무관련된 교육을 듣고, 자기계발을 하는 내용의 리스트만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 말했던 10개 중 3개만 실천할 수 있는 1년 계획이라는 소리다.



대한민국은 일상에 지쳐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살면서 매일 월화수목금금금을 힘들게 살아가 것이 평범한 직장인의 삶이라고 말한다. 퇴사를 하면 왜 잘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냐고 오히려 그만둔 사람탓을 할 만큼 비상식적인 것 같다. 


정작 그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다수의 사람들이 매일 퇴사를 1순위로 꿈꾸지만 당장의 생활과 주변의 눈치에 눌려 그냥 계속 다니고 있는, 일상에 지쳐있는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나보다.



작가의 이전글 이게 맞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