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작은집 19
구조와 단열재를 채워 넣고 나서는 내외부 마감 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화장실 공사가 시작되었다. 우리 집 화장실은 ‘ㄴ’ 자 모양으로 하나의 공간이 욕실, 화장실, 세탁실을 겸하고 있다. 가장 안쪽 편에 샤워 부스, 그 옆에 변기와 세면대가 놓인다. 세면대 맞은편 꺾어진 부분에는 세탁기 자리가 있다. 변기와 세면대가 있는 공간은 건식으로 사용하고 싶어 바닥 개수대를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샤워 부스 쪽으로 물이 빠지도록 다른 부분보다 바닥이 낮게 만들었다.
습식이든 건식이든 물을 사용하는 공간은 방수 처리를 잘해주어야 한다. 집에 물이 새는 것은 큰 문제이다. 특히 목조주택은 물에 취약한 목재의 특성상 화장실이나 욕실 같은 물이 사용되는 공간에 꼼꼼하게 방수처리를 해야 한다. 화장실 바닥(시멘트)과 벽면(석고보드)에 아쿠아 디팬스 액을 발랐다. 아쿠아 디팬스는 ‘수용성 탄성 도막 방수제’라고 하는데 물에 녹인 액상 형태의(수용성) 탄력성을 가진 소재로(탄성) 물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의 표면에 막을 형성하여(도막) 방수 처리를 하는 자재로서 쉽게 생각하면 방수 페인트 같은 것이다. 욕실을 하늘색, 까만색으로 칠했다. 방수 작업은 반나절 정도 걸렸다.
방수 공정에 들어가기 전 나는 주방과 화장실에 붙일 타일을 골랐다. 샘플북을 보고 고를 수도 있지만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서 시공사 직원과 함께 세라믹 공장 사무실을 찾아보았다. 타일과 욕실용품, 그리고 외벽 하단에 부착하는 파벽돌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1시간가량 차를 운전해서 진주시 외곽에 있는 사무실 겸 창고에 도착하였다. 다양한 샘플과 쇼룸이 마련되어 있었다.
세라믹 공장 사장님은 요즘 화장실은 금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유행이라며 금색이 들어간 타일을 추천을 해주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화장실은 깔끔하게 흰색과 검은색의 모노톤으로 꾸미기로 했다. 무광의 바닥 타일과 벽타일을 골랐다. (조금 아쉬운 것은 바닥 타일을 미끄럼 방지가 되는 것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잘 몰라서 선택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화장실을 고치게 된다면 안전을 위해서 미끄럼 방지용 타일로 시공하고 싶다.)
화장실이 크지 않아 욕실장은 원룸에 주로 납품된다는 검은색의 심플한 것으로 골랐고, 거울은 따로 달지 않고 장에 붙은 것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다른 욕실 용품(샤워기, 칸막이, 코너장 등)도 최대한 눈에 안 띄는 것으로 골랐다. 변기와 세면대는 발이 없는 깔끔한 것으로 고르고 싶었으나 목조주택은 벽에 수전을 달 수 없어서 발이 있는 것으로 골랐다.
주방에 붙일 타일도 함께 골랐다. 우리 집은 거실과 주방이 분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관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정면의 주방 벽면이다. 깔끔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주방 상부장을 설치하지 않고, 베이지색의 타일을 붙일 생각이었다. 마침 내가 원하는 색상과 모양(정사각)의 타일이 있어서 골랐다. 그런데 내가 고른 타일이 견적서에 잡혀 있는 금액보다 훨씬 비싼 수입 제품이었다. 고른 제품으로 시공을 하려면 50만 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든다고 했다. 제법 많은 돈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을 뒤져 적정한 금액 대의 타일을 찾아냈다. 그 제품을 이용하여 시공을 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원래 원하던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내가 품을 들여 꾸민 것이라 더 애착이 갔다.
방수공사가 마무리된 다음 타일을 시공했다. 욕실 벽면, 주방 벽면, 욕실 바닥면에 차례대로 정해진 타일이 깔렸다. 면과 면이 만나는 곳은 재료 분리대가 사용되었다. 아쉬운 것은 욕실 바닥면 구석의 마감과 주방 한쪽에 재료 분리대가 빠진 것이었다. 시공 후에 확인하고 이야기하였으나 수정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이라서 다시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보통 현관에도 타일을 시공하는데 나는 현관 벽면에 타일을 붙이지 않고 도배를 했다. 타일은 아무래도 차가운 느낌이 있어서 최소화로 시공하고 싶었다. 바닥은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일을 깔아야 했다. 현관 바닥은 평수가 작아 내가 직접 타일을 붙이겠다고 했다. 포부를 가지고 한 말이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남는 타일과 바다에서 주운 씨글라스(바다에 버려진 유리가 파도에 마모되어 보석처럼 가공된 것)를 이용해서 꾸며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날을 잡고 시공을 위해 필요한 재료를 장만하였다. 드디어 결전의 날, 바닥면을 쓸고 닦아 정리하고 재료를 모아 배열해 보았다. 화장실 바닥에 깔고 남은 하얀색 타일 사이에 원래 박혀 있던 검은색 작은 타일을 빼고 씨글라스를 채워 넣었다. 나름 비슷한 크기로 주워왔는데 두께와 모양이 모두 달라 맞춰 넣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대충 배열이 끝나고 바닥면에 타일 본드를 펴 바른 뒤 재료를 순서대로 깔고 고무망치로 두드렸다. 하루 동안 굳히니 딱딱하게 고정되었다.
전문가의 손길이 아니어서 좀 삐뚤빼뚤하고 울퉁불퉁하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공간이 되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타일 본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성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는 것, 타일을 붙일 때는 동선이 중요하므로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붙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줄이 삐뚤어지지 않도록 중간중간 잘 점검해야 한다는 것 등을 알았으니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뭐라도 내 손을 거쳐 완성된 곳이 있다는 게 뿌듯하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