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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마감하기

바닷마을 작은집 21

by 선주

선택은 계속되었다. 다음으로 선택한 것은 바닥재였다. 나는 내 집이 생기면 반려견과 함께 생활할 생각이어서 강아지가 디딜 바닥 재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은 내가 원래부터 키우던 강아지는 아니다. 동생의 지인이 가정견으로 분양받았는데 사정이 생겨 못 키우게 되면서 동생이 데려왔는데 우리 집에는 이미 강아지가 있어서 아빠 회사에서 키우게 되었다. 3년 동안 실외에서 살았는데, 아빠와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나름 애지중지 키우긴 했지만 목줄로 묶여 지냈고 낮시간에만 사람과 함께 생활했다. 그래서 사회화 교육과 제대로 된 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몸은 다 컸는데 하는 행동은 강아지 같았다. 게다가 대형견이라 활동량 자체도 많다.
처음에는 우리 집에 데려와서도 마당에서 키울 생각이었는데 마당이 생각보다 좁아지고, 친밀한 반려 생활을 원한다면 함께 실내에서 생활하는 게 좋다고 해서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대형견과 실내에서 생활을 하려고 하니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닥재였다. 바닥이 미끄러우면 강아지 관절에 좋지 않다. 안정적으로 디딜 수 없는 미끄러운 바닥에서 오랫동안 지내게 되면 슬개골 탈구나 (대형견의 경우) 고관절 부분에 질환이 걸리기 쉽다고 한다. 또 에너지가 넘칠 때 집안에서 뛰다가 미끄러지면 벽이나 가구에 부딪혀 골절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미끄러짐 방지가 되는 장판을 깔까 하고 알아보았다. 매트한 소재에 쿠션감도 있어야 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어나서 그런지 반려동물 전용 장판도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 역시 가격이 비쌌다. 그리고 우리 집은 건식 온수난방을 시공하여서 바닥 아래 콘크리트 층이 없다. 장판을 깔면 바닥 울렁거림이 더 심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마루를 깔고 강아지가 생활하는 곳에는 강아지 전용 매트를 덧대어 깔기로 했다.
마루 소재로는 원목마루, 합판마루, 강마루, 강화마루가 있었다. 원목마루와 합판마루는 천연 나무로 마감을 한 제품이라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시공비가 비싸고 외부 자극에 변형이 잘 생긴다. 활동량이 많은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는 나로서는 망설여지는 소재이다. 강마루는 목재를 얇게 저며 합판으로 만든 뒤 그 위에 원목 무늬의 필름을 붙인 것으로 접착제를 이용해 바닥에 붙여 시공한다. 그런데 우리 집은 건식 온수난방을 시공하여 바닥이 시멘트가 아니므로 접착제 시공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하여 남은 선택지는 강화마루뿐이었다. 강화마루는 목재를 분쇄시켜 만든 톳밥을 접착제와 버무려 압축시킨 고밀도 섬유판에 원목 무늬의 필름을 입힌 것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필름지를 붙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대신 본드로 붙이지 않고 조립식으로 이어 붙여 시공을 한다고 했다.

강화마루는 본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쉽게 보수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습기에 약해서 변형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주어야 한다. 앞으로 이런 특징을 잊어버리지 않고 잘 살펴야겠다.

마루를 깔고 나서는 싱크대를 설치했다. 사실 싱크대는 직접 만들까도 생각했다. 상부장은 없애고 내가 원하는 모듈을 만들어서 장을 짠 뒤 커튼을 쳐서 가려볼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거실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개방된 주방에 강아지가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문이 있는 싱크 장을 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지역에 있는 유명 싱크대 업체에 견적을 의뢰하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비싼 금액이 나왔다. 조정을 해볼까 하다가 굳이 유명 상표를 고집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싱크대를 만드는 사람을 소개받아서 견적을 내어봤다. 다행히 예상한 것과 비슷한 금액이 나왔다. 다시 정확하게 치수를 재고 원하는 배치를 이야기했다. 높이는 90cm로 조금 높였다. 며칠 뒤 싱크대 설계도가 왔다. 상판의 턱은 없애고 최대한 상판을 하나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수대와 조리대를 끝쪽으로 더 밀어 최종 도면을 확정했다. 덕분에 가운데 작업대가 넓어서 조리를 할 때 아주 편하다. 색상은 회색으로 광택은 없이 했다. 상판은 타일 색과 같은 아이보리로 했다. 주방이 화려하지 않고 깔끔하고 밝은 느낌이어서 좋다.

마지막으로 고른 것은 조명이었다. 필요 없는 조명은 달지 않고 최대한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필요한 조명의 개수를 세어보니 제법 많았다. 드라마틱한 공간에 대한 로망이 없어서 그런지 눈에 거슬리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골랐다. 어려운 것은 거실 조명을 고르는 일이었다. 보통 우리 집 같은 오픈형 거실에는 천정에서 내려오는 샹들리에가 있는데 나는 그런 조명이 너무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었다. 공간을 나누는 느낌도 싫고 청소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지붕 쪽으로 조명을 달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거실을 어둡지 않도록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생활하기 충분한 조도를 확보하고 빛으로부터 소외되는 공간이 없도록 부엌과 거실이 이어지는 곳에 주등을 설치하고 양옆으로 작은 보조등을 하나씩 달았다. 그리고 거실 큰 창 쪽으로 벽등을 두 개 설치했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여러 개 등을 배치하여 상황에 맞게 쓰는데 어두울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주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생각하니 거실에 조명을 좀 더 줄여도 되었겠다, 방 등은 편리하게 리모컨 지원이 되는 것으로 달았으면 좋았겠다, 외등의 전열을 좀 바꾸었으면 좋았겠다, 목재와 도배 마감이 좀 더 깔끔하면 좋았겠다 등등 아쉬운 점이 많다. 나름 고민해서 고른 것이었지만 사용하다 보니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아쉬운 부분을 계속 곱씹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문제는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고 계속 불편하다 싶으면 그때 가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다. 내가 하는 수많은 선택에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후회를 줄일 수는 있을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가장 확률이 높은 일이다.


앞으로 가장 많이 마주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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