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작은집 22
집안의 마무리 작업이 진행될 동안 집 밖도 마감 공정에 들어갔다. 실외 작업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정을 짜는 것이 어려웠다. 늦여름과 가을에 무슨 비가 그렇게 잦고 태풍은 또 왜 이리 자주 부는지 흘러가는 날짜에 날씨가 야속하기만 했다.
외부 마감재는 스투코(stucco)로 정했다. 스투코는 건물의 천장, 벽면, 기둥 등에 덧칠하는 화장 도료를 뜻하는 단어인데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건물의 내외를 꾸미기 위해 이 스투코가 활용되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는 회반죽이나 흙 등 자연 재료를 발랐는데 지금 흔히 쓰이는 재질은 모르타르(시멘트에 모래를 섞은 것)에 화합물을 섞어 만든 페인트의 일종이라고 한다.
사실 목주 주택은 사이딩 방법으로 외벽 마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이딩은 길고 가는 재료를 외벽에 덧대어 붙이는 것으로 겹겹이 쌓인 모습이 모양이 물고기 비늘 같다. 목조주택에 가장 오랫동안 널리 쓰인 마감 방법이라 안전성이 검증되었고 기능적으로 통기성도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소재와 색상도 다양했다. 그렇지만 나는 사이딩 마감의 인조적이고 딱딱한 느낌이 싫었다.
반면 스투코 마감은 깔끔한 느낌이었다. 이번만큼은 기능이나 전통을 떠나 내가 선호하는 집의 느낌을 우선에 두고 선택을 했다. 스투코는 주로 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은 집의 마감을 위해 활용되던 재료였는데 최근 목조주택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소재 자체가 가진 통기성이나 단열성이 높고, 시공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르면서 갈라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유연성을 높여주는 첨가물을 넣은 스터코 플렉스(스투코는 공법의 이름이고, 스터코 플렉스는 제품의 이름이다.)를 사용했다.
스투코 시공에 앞서 타이백이 둘러진 외벽에 단열재를 붙였다. 단열재 위에는 레인스크린을 설치해야 하지만 단열재 자체에 통기 구멍이 나 있어 자체로 레인스크린 기능을 하는 레인폴 단열재를 사용했다. 레인스크린은 벽체 위에 세로로 긴 막대기를 설치하여 공기구멍을 만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벽체와 마감재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하여 벽체의 결로를 예방하고 외부와 내부 공간의 열전달을 차단하여 실내 단열을 높이기 위한 장치이다.
그런데 이 레인스크린을 대체한다는 레인폴의 통기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레인스크린을 설치해야 좋다는 글을 읽었다. 글을 읽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시공사에 레인스크린 없이 레인폴만 설치해도 괜찮을지 재 삼차 확인을 했다. 시공사 측에서는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하였다. 솔직히 미덥지 않은 구석도 있었지만 레인폴의 통기구를 확인하고 레인스크린은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단열재의 경계 부분을 메꾸는 작업을 한 뒤 밑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스터코 플렉스를 뿌렸다. 스투코 작업은 사흘 만에 마무리되었다. 색상은 아이보리색으로 골랐다가 좀 더 연한 미색으로 바꾸었다. 너무 연한 색으로 칠하면 물이 흐르는 자국이 생기거나 다른 이유로 오염이 되기 쉽다는 충고를 한 사람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진한 색을 칠하기는 싫어서 우선은 마음에 드는 색으로 골랐다. 칠이 고르지 못하거나 찍힌 부분은 수정을 요청했다.
스투코 작업이 진행되던 중 일요일 아침, 옆집 1에서 전화가 왔다. 태풍 예보가 있던 날이었다. 우리 집 마당에 쌓여 있던 자재가 날려 마당으로 넘어왔으니 빨리 치우라고 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우선 죄송하다고 말하고 일어나 가보았다. 외벽 마감을 하고 남은 하얀 단열재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다행히 (?) 옆집 아저씨는 집에 안 계셨다.
바닷가 사람들은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태풍이 많이 불면 바다를 갈아먹고사는 생업에 영향이 많고, 바람이나 파도로 인한 갖가지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 큰 일을 앞두고 예민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옆집 마당을 보면 주인이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주 깔끔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의 집에 원치 않은 쓰레기가 흩날리고 있었다.
하얀색 자재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는데 상황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헛웃음이 났다. 급한 대로 옆집으로 넘어가 널브러져 있는 스티로폼 조각과 비닐을 주워 담아 우리 집 현관에 밀어 넣었다. 우리 집 마당에 굴러다니는 것들까지 모으니 현관이 가득 찼다.
현관문을 봉쇄하고 돌아 나오는데 태풍 예보가 있었는데 왜 마무리를 잘 안 해놓고 갔을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화를 내고 싶진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시공사 대표에게 전화를 해 이런 일이 있었으니 작업 후에 단속을 잘해달라고 말했다. 시공사 대표는 스투코 작업자가 그런 것 같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마감 작업에서 어려운 점은 공정별로 별도의 팀이 들어와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시공업체에서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직접 고용할 수 없으니 타일, 스투코, 기와 등 특정 공정은 별도의 업체에 의뢰를 했다. 일종의 하청이다. 문제는 작업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사실 시공사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데 현장 관리감독을 잘 나오지 않았았다. 다른 현장 일이 바빠서 그런 건지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현장에 가도 책임자를 만나기 어려웠다. 반면 공정을 맡고 들어온 사람들은 자기가 맡은 일만 빨리빨리 끝내고 가려고 했다. 건축주 직영 공사도 아니고 시공사와 계약을 맺고 현장을 총괄하는 일을 맡겼는데도 말이다.
시공사 대표는 자신의 사정을 늘어놓았지만 나는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책임자가 잘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앞으로 신경을 써 달라고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모두 사정은 있겠지만 자기가 맡은 부분에 책임은 다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