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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마감하기

바닷마을 작은집 23

by 선주

스투코를 바르고 나서는 지붕 작업을 했다.

지붕 마감재로는 아스팔트 싱글, 징크, 기와가 주로 쓰이는데 나는 이 중에서 기와를 선택했다. 아스팔트 싱글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부는 바닷가 지역에 맞지 않았고, 징크는 차가운 느낌이어서 싫었다. 기와 중에서도 동양식이 아닌 서양식, 스페니쉬 기와를 선택했다. 우리 집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자재가 뭐냐고 물으면 바로 이 기와가 아닐까 싶다.
스페니쉬 기와는 진흙을 빚어 모양을 만들고 건조한 뒤 구워낸 오지기와이다. 내가 고른 색상은 바다와 어울리는 주황색 톤으로 차분하게 낮은 채도로 선택했다. 기와 샘플을 보면서 고심 끝에 고른 것이었는데 인기가 많은 색상이 아니라서 국내에 원하는 색상의 재고가 없다고 했다. 다시 수입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서 차선으로 붉은 톤이 섞인 기와를 선택했다.

기와 작업에 앞서 물받이와 후레싱을 설치했다. 물받이는 비가 지붕에서 바닥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도록 물길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후레싱은 벽과 지붕이 만나는 곳에 물이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방수용 철판을 대는 것을 말한다. 지붕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만들어 놓고 이제 기와를 올리면 되는데 비가 계속 내렸다. 지붕은 비가 오거나 젖은 상태에서 작업을 할 수 없어서 마냥 기다려야 했다.
날씨가 원망스럽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사이에 원래 선택한 기와가 입고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차선으로 선택한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원하던 색상의 기와로 주문을 변경했다. 궂은 날씨와 미뤄진 작업으로 내내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나쁘다고 생각한 것도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나쁜 것은 아닐 수 있겠구나 싶었다.
비가 그친 후 지붕면에 나무로 된 기와 걸이를 설치했다. 용마루에서 평행으로 처마 아래까지 내려온다. 그다음 지붕 선이 만나는 용마루에 릿지 벤트를 설치했다. 릿지 벤트는 처마의 소핏 벤트를 통해 유입된 공기가 지붕을 통해 순환하다가 배출되는 구멍이다. 주택이 숨을 뱉는 곳이므로 막히지 않도록 공간을 두고 용마루를 마감해야 한다. 용마루를 올린 다음에 집의 뒤쪽부터 착착 기와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작업은 사흘 만에 마무리되었다.

지붕 마감을 끝으로 건물 외벽에 설치되어 있던 비계를 철거한다고 하여 처마 선까지 올라가 보았다. 기와 색이 너무 눈에 띄지도 않고, 적당히 주변과 어울렸고, 그래서 내 마음에도 들었다. 비계를 철거하고 외벽 아래에 파벽돌을 붙였다. 파벽돌은 장식이나 마감을 위해 얇게 가공된 벽돌을 말한다. 벽면 하단에 파벽돌을 붙여서 비나 흙 튀김 등 오염을 방지하고, 장식 효과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파벽돌은 통일감을 주기 위해 기와와 비슷한 톤으로 골랐다.

그렇게 지붕과 외벽을 마감하고 난 다음 날이었다. 옆집에서 전화가 왔다. 기와를 올릴 때 크레인을 사용하였는데 옆집 마당을 지나 우리 집 옥상으로 레일을 설치했다고 한다. 그때 크레인이 옆집 처마를 건드려 외벽에 균열이 갔으니 물어내라고 했다. 처음 듣는 말이라 당황한 데다가 다짜고짜 화를 내는데 확인을 해 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시공사 대표에게 연락을 했으나 통화가 안 되었다. 연락이 닿은 시공사 대표는 기와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그런 일이 없었고 작업을 시작하고 끝날 때 옆집에 계신 분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황당하다고 했다. 그리고 옆집에서 이야기하는 균열은 기와를 올릴 때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포털사이트 로드뷰로 확인하니 정말 우리 집을 짓기 전부터 균열이 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옆집 아저씨는 막무가내였다. 고쳐주지 않으면 시공사를 고발을 할 거라면서 왜 아무런 조치가 없냐고 몇 번이나 닦달을 했다. 공정을 확인하러 온 사이 집까지 따라 들어와서 네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네 집을 짓다 이렇게 된 일이니까 네가 책임을 지고 수리를 하게 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동네 아저씨 하나가 거들면서 자기가 크레인 설치하는 걸 봤는데 부딪힐 수밖에 없는 각도였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만약 시공사가 수리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잔금을 주지 말라며 코치까지 했다. 머리가 아팠다. 옆집 아주머니도 중재를 시도했다가 실패를 했다.
결국 시공사 대표가 내려와 확인을 하고 마감재를 덧발라 주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자신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일이 커질 것 같아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한 것 같았다. 옆집 아저씨도 그 정도면 적당하다 싶었는지 더는 말이 없었다. 그렇게 우선은 일단락되었는데 잘 된 일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욕을 먹고 무언가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다.


집이 마무리되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매주 생긴다. 이런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지나 집의 겉모습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이 공간을 채워 넣는 일들만 남았다.


우리 집은 기와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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