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작은집 25
집짓기 후반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주는 전기와 통신을 연결했다.
집 내부의 배선은 미리 해두었으므로 외벽에 계량기를 설치하고, 집 근처 전신주에서 전선을 당겨와 집안으로 이었다. 그동안은 가설전기를 사용했었는데 이제 정식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가 되었다.
전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원이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을 포함한 우리 집에 있는 가전제품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전기가 공급되어야 작동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전기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자립에 도전해 보고 싶지만 지금 현재는 그렇다.) 그래서 우리 집과 멀리 떨어진 발전 시설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전선을 통해 우리 집까지 오게 된다.
문제는 이 전기에너지가 생산되어 우리 집까지 오기까지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선 대규모 발전시설은 그 자체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2018년 한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보면 석탄 에너지가 40%, LNC가 26.2%, 원자력이 26.1%, 신재생에너지가 4.1%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석탄에너지는 화력발전소에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데 이때 각종 공해물질이 배출된다.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화력에 의존한 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그에 따른 노력들이 있었지만 화력에너지는 여전히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LNG발전은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탄소 저감효과가 있어 최근 발전량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발전 방식이지만 여전히 환경의 영향과 안전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위험하지만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폐기물의 처리 문제나 원전 사고의 위험성 등을 따져보면 과연 그런 이점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렇게 태생적 문제를 안고 생산된 전기는 우리 집까지 오는 길에도 말썽을 일으킨다. 우선 송전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가 사라진다. 그런데 보통 발전소는 사람이 없는 경북, 강원, 충청도 지역의 해안가에 건설된다. 이 전기를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심과 공장 지대로 끌어오는 데 이때 전기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고압 송전선이 깔린다. 고압 송전선은 경관을 해치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전기 없이 살 수 없다면 최대한 아껴 쓰고,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는 게 좋다. 에너지를 자립하면 대규모 발전을 위한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고 송전으로 유실되는 전력을 없앨 수 있다. 우리 집은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려고 설계를 할 때 지붕 각도나 집의 방향을 발전효율이 좋도록 정했다. 우선은 외부로부터 전기를 끌어 쓰고, 차근차근 돈을 모아 5년 정도 지난 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보일러도 전기보일러로 교체할 생각이다. 우리 집은 에어컨을 쓰지 않으니 여름에 발전한 전기를 보일러를 돌리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환경과 정의가 걸린 일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정의를 이야기하면 너는 전기 안 쓰냐며 비웃는 사람이 많다. 당장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전제품을 처분해 버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가 하는 노력이 최선인지, 누릴 것은 누리면서 안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위선적인 사람은 아닌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지 않은지 항상 불안하다. 그렇지만 나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고, 내가 나의 지향에 따라 살아가겠다고 노력하는데 그 노력을 비웃을 권리는 나 자신 외에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전기 다음으로 설치한 것은 통신, 그러니까 인터넷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인터넷이 없으면 불안하다. 인터넷으로 정보도 검색하고, 사람들의 소식과 안부도 전하고, 내가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한다. 한국은 어디에서나 빠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기반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쟁이라는 참상 그 자체보다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물론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정말 그럴듯하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쓰고 있던 인터넷을 집을 지으면 다시 설치해야지 하며 일시정지를 시켜놓고 (핸드폰 통신사와 같은 곳이고 오래 사용하여 요금이 저렴하다.) 공유기까지 야무지게 챙겨 내려왔는데 인터넷을 설치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소득격차, 교육격차, 사회서비스 격차 등 문제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인터넷 초강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부랴부랴 해지를 하고 (상담원은 위약금 없이 해지를 하려면 3개월 이내에 전입신고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연초에 전입신고를 먼저 해 놓은 터라 3개월이 넘어갔지만 이곳에서 주소를 옮긴 적이 없다. 3개월 이내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인터넷을 설치해 줄 수 없으니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위약금 없이 해지를 해달라고 했더니 그건 안 된다고 했다. 3개월이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설치를 못해준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냐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우선 끊고 다음날 다른 상담원과 통화하여 해지를 신청을 했다.) 우리 집에 설치가 가능한 회사는 단 한 군데였다.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따져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유일하게 우리 집에 인터넷의 혜택을 내려준다는 회사의 서비스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인터넷 강국의 그늘에 살게 된 느낌이다.
전기와 통신을 설치한 다음 날 한국전력에서 전화가 왔다. 전깃줄이 집 지붕을 지나 옮겨달라고 신고한 건에 대해 상담전화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적 없다고 끊으려는데 문뜩 옆집이 생각이 났다. 전봇대에서 우리 집으로 오는 전기선을 옆집 마당을 지난 것이다. 그래서 접수자를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옆집이었다. 옆집에 전화를 해서 사실을 확인하고 이전해달라고 말을 했다. 접수를 해 놓은 상황에서 인터넷이 설치했다. 인터넷 설치를 신청할 때는 몰랐던 일이고 설치기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우선은 전선을 따라 선을 연결해 놓고 나중에 전선을 옮기면 인터넷 선도 옮겨 달라고 신청하라고 했다. 그사이 옆집 사람이 찾아와 전선을 이전해 달라고 하는데 인터넷선까지 설치해놓은 거보면 이전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따졌다. 자기 집 마당을 지나는 게 불편할 수는 있는데 한전에 접수하기 전에, 아니 접수한 후라도 저에게 말씀을 하셔야 한 거 아니냐고,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몰랐다고 하니 자기도 머쓱한지 겨울에 집 마당에서 미역을 말리는데 전선이 있으면 걸릴 수도 있어서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더 이야기하자니 감정이 상할 것 같아서 이전 신청해 놓았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한 뒤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인터넷 설치를 마친 다음 외부에 CCTV를 달았다. 누군가 항상 감시를 하는 것 같아서 CCTV를 좋아하지 않지만 여러 일을 겪고 혼자 살려고 하니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사방으로 하나씩 네 채널을 개설하여 설치하였다. 모니터는 따로 두지 않고 핸드폰으로 확인할 수 있게 어플을 설치했다.
이렇게 우리 집에 전기와 통신이라는 신경이 설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