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작은집 26
실내외 공간을 마무리하고 외부 공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집 밖의 공간으로는 보일러실과 데크, 외부 수전, 마당과 담장이 있다.
우선 보일러실을 만들었다. 집 뒤편에 샌드위치 패널(강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채워 넣은 자재)로 작은 방을 하나 만들었다. 건물 안에 보일러실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기름보일러 특성상 소음 문제도 있고, 굳이 단열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라 단열선 밖으로 빼서 독립적인 공간으로 설계했다. 보일러실의 두 면은 집의 외벽에 굴곡진 부분에 붙여 그렸고, 나머지 두 면과 지붕은 패널을 재단해서 세웠다. 출입문과 환풍기를 달고 면과 면이 만나는 지점에 생긴 틈새를 실리콘으로 마감했다.
보일러는 기름보일러로 설치했다. 도시가스는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고, 다른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난방기도 고려해 보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우선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화목보일러는 장작을 마련하고 쌓아둘 에너지와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포기했고, 전기보일러는 겨울에 전기세 폭탄을 맞을 것 같아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후로 미루었다.) 26평 기준으로 작은 용량의 기름보일러를 설치했다. 기름통은 한 드럼(200L)이 들어가는 크기였다. 보일러를 설치한 후 기름을 채워 넣으니 괜히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보일러를 놓고 남은 자리는 텃밭에서 사용할 농기구를 보관할 생각이다. 주택에 살면 이래저래 외부에 수납할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별도의 창고를 마련하지 않고 이 보일러실 공간과 데크 아래 공간을 활용해서 필요한 물건을 정리해 놓을 생각이다. 예전에는 작은 텃밭을 하는데도 필요한 물건이 많았는데 1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혹시나 사용할 일이 있을까 하고 쟁여놓는 일은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다음으로는 외부 수전과 콘센트를 만들었다. 원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실시 도면을 그릴 때 들어간 부분이다. 주택 생활을 하면 야외에서 물을 쓸 일이 많은데 (텃밭을 가꾸거나 강아지 목욕을 시키거나 부피가 큰 물건을 씻거나 등등) 외부에 수전을 마련하여 물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집의 북쪽으로 수도를 연결하고 허벅지까지 오는 높이의 수도꼭지를 달았다. 수도꼭지 주변으로는 타일로 마감을 한 수돗가를 만들어 물이 밖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수돗가 주변은 건물에 가린 음지이고 습기도 많은 곳이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수돗가 옆과 현관 앞으로 외벽에 콘센트도 빼놓았다. 외부에서 작업을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데크를 만들었다. (데크는 원래 배의 갑판을 뜻하는 단어였는데 나무나 철판을 깔아놓은 평평한 바닥을 부르는 말로 확장되어 사용된다고 한다. 주택 건축에서 데크라고 하면 방부목을 깔아놓은 실외의 바닥 구조물을 말한다.) 우리 집은 현관 큰 창 밖에 동향으로 데크 공간을 만들었다. 원래는 툇마루를 만들고 싶었는데 층고가 높아지고 처마가 짧아지면서 데크가 되었다. 데크는 거실과 단차 없이 이어지는데 필요하면 비를 가릴 수 있게 하여 실내와 실외의 중간 지대 정도로 활용하려 한다.
방부목을 재단하여 큰 평상 같은 구조물을 만들었다. 바닥과 데크 사이에는 공간이 떠 있는데 여름에 강아지가 들어가서 쉴 수 있도록 옆은 막지 않았다. 데크 앞부분에는 조망을 위해 난간을 없앴다. 바닥과 단차가 조금 있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단을 하나 만들었다. 걸터앉을 수도 있고 계단처럼 밝고 오르내릴 수도 있다. 완성된 데크 위에는 1인용 의자를 하나 가져다 놓았다. 날이 따뜻해지면 데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
현관 앞에도 계단과 신발을 털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였다. 신발에 묻어온 흙을 털 수 있다.
마당은 차차 정리하기로 했다. 우리 집의 흙은 붉고 가늘어서 비가 내리면 진흙처럼 변한다. 그대로 두면 질퍽질퍽하여 다니기 불편할 것 같은데 어떻게 가꾸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 관리의 편의성으로 보나 위생적인 측면에서 보나 깔끔하게 시멘트를 깔아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영 내기지 않았다. 잔디는 인위적이고 손이 많이 가고, 자갈은 강아지가 디디기에 불편할 것 같다. 마사를 조금 깔고 적당한 지의류 식물을 심을까 생각 중인데 제일 좋은 것은 풀씨가 날아와 자라 주는 것이다.
비가 오면 흙이 쓸려 내려온다는 집 뒤편에만 시멘트를 깔고 나머지는 흙을 덮지 않았다. 마당에는 텃밭도 가꾸고 싶고, 자연에게 공간을 조금 내어주고 싶다. 텃밭은 남은 방부목을 이용해 틀밭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마당보다 조금 높게 돋우어 밭의 흙을 잡아주고 강아지가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계도 지어줄 생각이다. 마당 한쪽에는 매실이나 무화과 같이 내가 좋아하는 과실수도 한두 그루 심으면 좋은데 적당한 자리를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당 둘레에 담장 기초를 만들었다. 서쪽과 동쪽의 석축 위에 울타리를 치려고 한다. 원래는 아랫채 건물의 외벽이 담장 역할을 했었는데 허물고 나서는 경계 없이 트여 있었다. 서쪽에는 옆집이, 동쪽에는 동네 골목이 있다. 경계 없이 사는 것도 고려해 보았으나 큰 강아지와 과년한 여성이 마음 편히 지내기 위해서는 담장이 꼭 필요할 것 같았다.
이렇게 실외 공간 정비를 마무리했다. 남들이 보면 너무 어수선하고 할 일이 태산 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지나가던 마을 할머니가 언제 들어와 살 거냐고 물어서 언제쯤 될 거 같다고 하니 마당이 이런데 어찌 살 거냐고 걱정의 말을 늘어놓으셨다.) 차차 정리해 나갈 기초를 마련해 놓았으니 나머지는 살면서 고치고 가꾸면 된다. 조급할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