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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작은집 27

by 선주

집 안팎이 마무리된 후에는 입주 청소를 했다. 입주 청소는 이사를 가기 전 집안을 한번 대청소하는 것을 말하는데 나는 이사 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번 정리를 하고 싶어 미리 해두었다. 청소 업체들은 보통 독한 약품을 사용하여 청소를 하기 때문에 입주 청소 후에 바로 이사를 하는 것보다 며칠 집을 비워 환기를 시키고 몇 번 더 쓸고 닦은 후에 들어가는 게 좋다고 한다. 청소업체에서 창문이나 문에 붙은 비닐들을 걷어내고 바닥, 벽면, 그리고 그 사이의 틈을 닦아냈다.
입주 청소가 마무리된 다음 집에 들어가 보니 당장이라도 들어와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사용승인이 안 났으니 허가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나름대로의 청소를 해보았다. 챙겨 온 걸레를 가지고 집안팎의 여기저기를 닦아 내며 다시 한번 집을 살펴보았다. 청소를 하면서 수정하거나 고쳐야 할 부분도 찾아보았다. 완공된 후에도 2년 동안의 하자보수 기간이 있지만 이사를 가기 전에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공사 대표에게 몇 번 이야기를 했는데 작업자에게 전달이 잘 안 되었는지 아직 고쳐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그 전에는 몰랐는데 꼼꼼하게 살펴보아 새롭게 발견한 부분도 있었다. 전화로 설명을 할까 하다가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어서 수정 요청 항목을 정리해서 문자로 보내었다. 이렇게 하면 작업자에게 전달하기도 편하고 나도 체크리스트처럼 활용할 수 있어 좋다.

외부부터 보자면 집 뒤편에 외등 하나가 빠져 있었다. 나중에 달겠지 하고 두고 보았는데 계속 마무리가 안 되어서 이야기했더니 등 업체에서 빠뜨려 배송이 안 되었다고 한다. 확인하여 주문을 다시 넣어놓았으니 금방 달아준다고 했다. 주방 뒤편의 환기구와 수돗가 옆의 콘센트가 비가림 마감이 되지 않아 확인을 부탁했다. 덮개를 덮어서 비가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집 정면에 지저분하게 달려있던 통신선도 정리해달라고 했다. 전선은 전봇대에서 연결하기 위해 충분히 길게 뽑아놓았고, 통신선은 혹시나 몰라서 두 가지 선을 연결해 놓았는데 이제는 모두 설치가 끝났으니 긴 선은 자르고 사용하지 않는 선은 정리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스투코가 찍힌 부분이 있어 보수를 요청했다. 찍힌 부분은 모두 세 군데였다. 현관 옆과 보일러실 옆의 모서리는 비계를 해체하면서 찍힌 것이었고, 뒷마당 쪽은 다른 작업을 하다가 찍힌 것이라고 했다. 스투코는 외부 충격에 약한 소재라고 했는데 이렇게 찍힌 것을 보니 앞으로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찍힘이 생기면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바로 보수해야 할 것이다.

집안에도 이런저런 손 볼 것이 있었다. 우선 현관에 걸레받이 시공이 안되어있어 설치를 부탁했다. 현관 벽체에 배전반과 인터넷함이 있는데 그중 인터넷함의 크기가 작아 모뎀이 들어가지 않았다. 인터넷함 자체의 크기를 키워달라는 의미였는데 전달이 잘못되었는지 어쩐지 함은 그대로 있고 내부를 듣어서 모뎀을 욱여넣어놨다. 모뎀에 연결된 선도 접히고 벽체의 유리섬유도 삐져나와 있어서 다시 수정을 요청했다. 두세 번 수정했는데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모뎀을 넣고 문은 닫힌다.
다락의 난간과 계단은 구조재를 사용하여 깔끔하게 설치해달라고 했는데 모양이 들어가 있는 기성 난간 자재를 사용하여 시공이 되어 있었다. 오래된 집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청한 대로 교체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정사각의 구조재를 잘라서 난간을 설치했다. 이미 설치한 큰 기둥은 교체가 어렵다고 해서 그냥 두었는데 살면서 마음에 걸리면 바꾸기로 했다. 교체 후 마감이 잘 되지 않아서 난간을 만지면 가시가 일었다. 사포질과 니스칠을 해달라고 말했다. 한번 했다고 하는데도 거친 면이 많아서 다시 해달라고 했다.


수정 뒤에도 신경이 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우리 집은 마감이 깔끔한 집은 아니다. 실내 목재 마감이나 도배 마감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시공할 때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데 나는 출근하느라 집에 붙어있을 수 없었고, 시공사 책임자는 공정 후반이 되자 발길이 뜸해졌다. 하자와 실수 사이에 경계가 애매해서 어디까지 수정을 요청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고민 끝에 수정해달라고 요청한 부분도 잘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런 이리 반복되자 그냥 큰 일 아닌 것은 넘어가곤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바로 수정한 것도 많았다. 안방의 미닫이 문도 너무 덜렁거려 이야기했더니 아래 레일 앞에 문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부품이 있는데 설치를 빠뜨렸다며 다시 손봐주겠다고 했다. 그 밖에도 안방의 인터넷 단자에 커넥터가 빠져 있는 부분이라든지 창틀 몰딩이 벌어진 부분이라든지 이야기를 했더니 수정이 되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이 너무 뻑뻑하게 닫혀서 이야기를 했다. 문틀과 문을 연결하고 문이 움직일 수 있도록 기능하는 경첩(사람의 관절 같은 부분)의 나사를 조정해서 문 위치를 잡았다. 목조주택은 안정화되는 데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공 후에도 나무는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자기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문이나 창문도 조금씩 틀릴 수 있으니 사용에 지장이 생기면 보수를 신청하라고 했다.

이제 이 집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나에게로 왔다. 이제 이 공간은 내 공간이 되었다. 앞으로 내가 살면서 돌보고 살펴야 한다.

갑자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강아지와 함께 집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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