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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주 May 17. 2020

이사하기

바닷마을 작은집 30

등기를 마무리한  이사를 했다. 공사 기간이 늦춰지고 사용승인 과정이 길어진  때문에 추석 전에는 입주할  있겠다고 계획하던 것이 벌써 12월을 넘어가고 있었다. 특히 공사 중후반에 공정이 이유 없이 늦춰질 때가 많았는데 내가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현장이 생겨서인지는 정확히   없다. 별다른 안내 없이 마냥 기다리고 있자니 계약을   공사기간을 대략적으로라도 명시해 놓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사용승인이 났을  진이 빠져서 이사할 힘도 없었지만 놀러 오겠다고 날을 정해놓은 친구도 있고 해가 바뀌기 전에 새집으로 옮겨가고 싶어서 며칠에 걸쳐 조금씩 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라고 해봤자 작은 냉장고와 세탁기, 탁자와 서랍장 두 개, 책장이 전부다) 동생이 트럭으로 옮겨주었고 작은 짐들은 차를 빌려 나 혼자 조금씩 옮겼다. 책은 엄마 집 창고에 쌓아놨는데  다시 볼 것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버리거나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아직 정리를 마치지 못했다.) 거실 소파는 아빠가 이사 선물로 사주셨다.

이사를  다음 정산을 했다. 잔금을 이사 후에 지급하기로  터였다. 시공사 대표가 견적 시에 보내준 원가계산서에서 실제 시공할  빠지거나 더한 것을 가감하여 다시 정산을 한다고 했다. 정산 서류를 요구했는데 원래 원가계산서는 그대로 두고 추가된 부분  개만 별첨자료로 보내주었다. 원가표는 실제 내역(재료비와 인건비, 산재보험료)  7% 일반관리비와 8% 이윤이 더해져서 총공사비가 책정된 것이었다. 재료비와 인건비는 공정별로 세부내역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실제 시공을 기준으로 세부내역을 다시 작성하여 원가계산을 다시 하자고 요구를 했다. 그리고 공정에 더해지고 빠진 것을 정확하게 따져 반영하자고 했다. 내가 빼야 하는 것과 더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하자 시공사 대표는 나의 편의를 위해 자기가 계산에서  부분도 있다며 선심을 쓰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나는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받은 서비스에 대해 정확하게 돈을 내고 싶고,  돈을 내고도 생색냄을 당하는 일은 겪고 싶지 않아서 정확하게 계산을 하고 싶었다. ( 부분은 시공사 대표도 공사 중에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내가 추가되는 비용은 어떻게 하냐고 묻자 나중에 하나하나 따져서 다시 정산을 한다고 했다.)
원가계산서의 세부내역을 보고 가감하여 정산을 해봤더니 원래 견적과 비슷한 금액이 나왔다. 시공사 대표는 원래 추가 견적을 요구했던 터라 처음에 생각하지 못한 도로비나 기름값  이동경비 때문에 자신들도 이윤이 얼마 남지 않는다며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며칠 후에 내가 계산한 대로 하면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정산이 끝난 다음 잔금의 일부를 보냈다. 원래 모두 보내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살면서 보니  가지 고칠 것이 보였다. 고쳐달라고 요청을 하고 일이 마무리가 되면 남은 잔금을 보내기로 했다.
가장  문제는 계단실 아래에 설치된 보일러 분배기에서 물이 새어서 벽에 곰팡이가 올라온 것이다. 보일러를 돌리면 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물이 고여서 벽을 타고 곰팡이를 피운 것이다. 우선 누수의 원인을 찾아서 물이 새지 않도록 조치를 했다. 그리고 곰팡이  부분의 벽지를 바꿨다. 바닥을 뜯어보아야 하는  아닌가 걱정이 되었는데 누수를 잡은 다음 더 이상 상황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보일러실에도 물이 샜다. 처음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이라고 생각하고 실리콘을 다시 쳐야 하나 했는데 보일러 배관을  잠그지 않아 물이  것이었다. 이곳도 누수를 잡았다. 요청한 것이 고쳐진 것을 확인하고 잔금을 치렀다. 
 
그러는 사이 어수선한 집에 친구들  팀이 놀러 왔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공간을 보여준다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팀은 마당에 깔린 부직포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부직포 위에 두텁게 깔린 흙을 걷어내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또 다른  팀은 공간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갔다. 테라스에 오전에 햇살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러보고 보니 출근을 해서, 휴일에는 늦잠을 자서 오전 시간에 집을  적이 없었다.) 다락 천정에 빔을 쏴서 영상을 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었다.
나는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새집 살이를 시작했다.  집을 만드는  수많은 손길이 거쳐갔고 수많은 숨이 드나들었다. 아직은 비어있는 곳도 많고 아쉬운 점도 눈에 들어오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조금씩 채워갈 생각이다. 이곳은 나의 집이지만 나만의 공간은 아니라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고 싶다.

이렇게 하여 바다마을 작은집이 완성되었다. 나는 나의 반려견과 함께 이곳에 산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에 다시없을  사건이었지만 집이 완성되었다고 해서 나의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크든 작든 사건들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고 나는  사건들을 겪으며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만든  공간을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 가꾸며 고치면서 살아야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이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든든하다. 집을 지어본 사람들은 두세  지으면  지을  있겠다는 말들을 하는데 부디 그런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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